정신과

공포 되살리는 편도만 활성화… 냄새만 맡아도 옛 충격 살아나

김하윤 헬스조선 기자

트라우마 반복, 뇌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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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삶 전체를 괴롭힌다. 사건 자체는 일회성으로 지나가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도 비슷한 상황이 닥치거나 그 사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물건·빛·냄새·소리·사람 등이 있으면 당시의 감정이 똑같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캄캄한 화장실에 혼자 1시간 동안 갇힌 경험을 한 사람이 불 꺼진 방에 들어가지 못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트라우마 후유증이 계속되는 이유는 뇌 안쪽 변연계의 해마와 편도와 관계가 있다. 편도와 해마는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를 협업해서 처리하고 저장한다. 편도는 외부 자극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예를 들어 지렁이를 보고 뱀인 줄 알고 화들짝 놀라는 것은 편도의 반응이다. 그 뒤 해마가 반응하는데, 해마는 뇌 속에 있는 정보들을 둘러본뒤 가장 적절한 대응책을 만들어낸다. 이를테면 '뱀이 아니고 지렁이구나. 진정하자'라는 반응은 해마의 작용이다.

트라우마가 될 정도의 사건이 생기면 이 협업 시스템이 붕괴된다.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저자인 김준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불안·공포·놀람 등을 담당하는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급증하고 완화·안정을 담당하는 세로토닌이 감소하면 편도만 일방적으로 활성화되고, 해마는 억압된다"며 "이렇게 되면 해마의 기억 저장 시스템이 닫히고, 트라우마의 대부분은 편도에 저장된다"고 말했다.

편도에 저장된 트라우마는 정서, 신체 감각, 이미지 등으로 조각조각 분리돼서 살아가는 동안 불쑥불쑥 떠오른다. 트라우마와 완전히 똑같은 경험이 아니라, 이를 연상시킬 수 있는 조그마한 단서에도 트라우마 때와 똑같은 감정이 살아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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