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키 크는데 특효라는 '아연 영양제' 입증된 효과 없고 부작용은 넘쳐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 김은총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13/12/04 09:13
구역질·어지럼증 등 나타나… 아연, 식품으로 섭취땐 안전
주부 정모(32·경기 분당구)씨는 생후 18개월 된 아들이 밥은 잘 먹는데 또래보다 몸무게가 적어 걱정이다. 정씨는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둔 친구들에게서 "아연을 보충하면 장에서 영양소 흡수가 잘 돼 성장이 잘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막상 어떤 영양제를 골라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린 아이에게 먹이는게 맞는지 확신이 안 들어 고민하고 있다.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 아연 영양제 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인터넷 육아 사이트에는 아이가 키가 안 커도, 밥을 안 먹어도, 심지어 공부를 못해도 아연 부족 때문이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섭취 방법도 다양하다. 아연이 든 영양제를 먹이기도 하지만, 분말 형태의 아연을 밥이나 분유에 타 먹이기도 한다. 한 육아용품 수입대행업체에서 판매하는 미국산 아연 영양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통관금지 처분이 내려졌지만, 엄마들 사이에서 효과 좋은 아연 영양제로 알려지면서 불법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재원 교수는 "이런 효과는 아직 확실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엄마들이 믿고 있는 것처럼 아연이 아이의 성장, 식욕 증가, 공부 등에 관여한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식품이 아닌 아연을 영양제로 따로 먹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만 불러올 수 있다. 국제적인 의학저널 '코크레인 라이브러리'에 발표된 인도 찬디가르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아연 영양제를 섭취한 1360명을 분석한 결과, 56.2%에서 미각 상실, 구역질,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연구팀은 "아연 영양제의 효과와 용량·제형, 섭취기간이 명확히 규명되지 못한 상태에서 아연 영양제를 권고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오재원 교수는 "아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과다섭취는 문제"라며 "어릴 때는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중요한데, 특정 영양소가 좋다는 소문만 듣고 무조건 많이 먹여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연 영양제를 먹이기보다 음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