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실명 원인 '망막병증' 위험 높아… 사시 될 수도

직장인 이모(33)씨는 미숙아로 태어난 돌을 앞둔 아들의 왼쪽 눈동자가 자꾸 바깥으로 돌아가서 안과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가 동공을 확대하는 약물을 넣고 망막을 직접 살펴보는 검사를 했더니 망막이 덜 자라 있었다. 의사는 "망막이 완전히 자라기 전에 조산했기 때문에 사시가 생겼다"고 말했다.

아이가 임신 36주 미만 혹은 2㎏ 미만으로 태어났다면, 출생 즉시 망막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엄마 뱃속에서 망막을 싸고 있는 혈관이 덜 생성 돼, 태어난 후 망막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미숙아 망막병증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미숙아 망막병증이 있으면 나중에 사시, 저(低)시력, 심하면 실명이 될 수 있다. 누네안과병원 망막센터 김순현 원장은 "그러나 많은 의사와 부모들이 잘 모른다"며 "미숙아 망막병증은 소아 실명 1위 질환인 만큼 출생 즉시 검사와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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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의 중심부에 있는 황반(위 사진·정상)과 미숙아 망막병증으로 인해 정상에서 위쪽으로 밀려난 황반 / 누네안과병원 제공
미숙아가 인큐베이터에서 자라는 동안 인공호흡기 등으로 산소를 과도하게 투여하면 망막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망막 혈관은 산소 농도의 변화에 매우 취약한데, 산소 과다 공급으로 망막 혈관이 손상받거나 비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는 것이다. 김순현 원장은 "인큐베이터에서 자라는 동안 망막 검사를 받고 이상이 있으면 치료를 해야 눈을 정상적으로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숙아 망막병증은 초기에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정상 시력 유지 등 큰 문제 없이 살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나중에 굴절이상, 사시, 약시 등의 위험이 있으므로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 심한 경우에는 비정상적인 망막의 일부를 없애는 냉동응고술·레이저 광응고술 등을 바로 받아야 한다. 미국안과학회는 출생 시에는 망막 검사, 6개월 후에는 사시 여부를 확인하고, 만 4세가 될 때는 시력 발달 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