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겨울을 앞둔 늦가을에는 독감예방을 위한 백신을 맞는다. 독감백신은 작년에 맞았다고 해서 올해에 건너뛰어도 되는 약이 아니다. 독감은 감기와 달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데 매년 활개를 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표면 항원인 적혈구응집소(H)와 돌기인 뉴라민분해효소(N)의 형태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적혈구응집소는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붙어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역할을, 뉴라민분해효소는 들어간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서 나오게 하는 역할을 한다. H는 17가지가, N은 9가지가 있다. 이론적으로 153가지의 종류가 있는 셈이다. 이중 1900년대 초와 2009년 전세계적으로 대유행했던 신종플루는 H1N1이고, 동남아지역에서 자주 유행했던 조류독감 중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H5N1이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각각 또 다른 변이과정을 거쳐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매년 그 해 유행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측해 백신을 생산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이가 쉽기 때문에 특정한 약으로 인플루엔자를 예방하거나 치료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종플루 때 유명해진 타미플루라는 약도 이미 그 당시에 H1N1 바이러스의 50%가 이 약에 저항성을 보였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국내 제약사인 셀트리온은 여러가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항체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CT-P27이라는 이 약은 신종플루(H1N1), 아시아독감(H2N2), 조류독감(H5N1 H9N2)에 효능이 있는 항체인 CT-P22와 홍콩독감(H3N2), 조류독감(H7N2, H7N9)에 효능이 있는 항체인 CT-P25를 혼합해 만든 약이다. 그 동안 의학계에서는 서로 다른 두 항체를 동시에 투약하는 것은 항체 간 간섭효과 때문에 시너지효과 보다는 부작용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 약은 약효가 떨어지는 인공항체가 아니라 독감에 걸렸던 사람들의 혈액에서 추출한 항체를 가지고 만들었으며 동물시험에서 조류독감, 각종 유행성 및 계절성 독감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약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와 조류독감이 빈번한 중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영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도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1년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