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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살해할 수도 있는 산후우울증, 정부는 환자 수도 잘 몰라
이원진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13/10/15 09:00
산후우울증을 겪는 산모의 수가 약 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음에도, 보건복지부가 여전히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출산율을 올리는 데에만 급급하고, 산모 관리는 커녕 산후우울증에 대한 정확한 개념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산후우울증은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며, 방치하면 우울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심할 경우 아이를 살해하는 등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작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산후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210명, 2011년 231명, 2012년 267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체 산모의 10%나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그 수는 4만 8천명(작년 출생아 수를 기준으로 추산한 산모 약 48만 5천명의 10%)에 달한다고 류 의원은 밝혔다. 산후우울증을 겪는다고 추정되는 산모 수에 비해 실제 병원을 찾는 환자의 수가 터무니없이 적게 추산되는 것이다.
류 의원에 따르면, 이같은 결과는 우선 의사들이 진료 시 우울증과 산후우울증을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작년 '우울병 에피소드' 환자와 '재발성 우울성 장애' 환자가 37만명 가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산모에 대한 별도의 집계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우울한 기분, 심한 불안감, 불면, 과도한 체중 변화, 의욕 저하, 집중력 저하, 죄책감 등을 겪는 것으로 심하면 자살이나 죽음에 대한 생각도 들게 하는 질환이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지만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양육에 대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거나, 임신 기간 중 우울감을 경험했거나, 모유 수유를 갑자기 중단한 경우 발병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류 의원에 따르면, 작년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산모대상 건강지원 정책 우선순위' 조사에서 국민들은 성(姓)·나이와 관계없이 '산전 및 산후우울증 진료 의무화'를 3위로 꼽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산후우울증을 치료하지 않고 놔두면 6개월 이상 증세가 지속될 수 있고, 극심한 경우 산후 우울증의 한 종류인 '산후 정신병'으로 발전돼 환시·환청·과대망상·피해망상·섬망(과다행동) 등이 생기고 급기야 아이를 해칠 수도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아이와 함께 모자치료를 받으면 불안감이 없어지고 아이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산후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 가족들의 협조도 중요하다. 산모가 가족들에게 자신의 기분을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산모의 심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35세 이상의 고령 산모는 산후우울증의 고위험군이므로, 산후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 출산 전에 출산과 양육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 출산과 관련된 책을 읽거나 산부인과 주치의·전문가와 미리 상담할 필요가 있다.
산후우울증은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작은 일에 쉽게 동요한다 ▷다른 사람과 얘기하고 싶지 않다 ▷어떤 일에도 의욕이 안 생긴다 ▷평소 좋아하던 일도 하기 싫다 ▷특별한 이유 없이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사소한 일에도 울적해져 눈물이 난다 ▷누구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 같다 ▷마음이 뒤숭숭하고 안정되지 않는다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초조하다 ▷안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날 것 같다 등 10가지 항목 중 9개 이상에 해당하면 산후우울증을 의심하고 곧바로 정신건강의학과 등을 찾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