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Y캠페인] '물어보세요 귀,코,얼굴-목'⑧
목에 혹이나 멍울 방치 안돼…단순 혹부터 악성종양까지 종류 다양
'혹부리 영감'은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전승되는 전래동화이다. 혹부리 영감의 혹은 도깨비가 노래주머니로 여기고 떼어갈 만큼 육안으로 확인 가능할 정도의 크기였을 것이다. 이 정도의 혹이 얼굴과 목을 이어주는 경부에 생겼다면, 이는 단순히 방치하고 넘길 문제가 아닌, 이비인후과 질환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높다. 혹부리영감의 혹, 대체 무슨 병이었을까?
이비인후과의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 노래주머니는 목에 혹이 생긴 '경부종물'로 추정된다. 전래동화에서 도깨비가 혹부리 영감의 '노래주머니'를 얻었음에도 탁월한 노래실력을 얻지 못했고, 영감도 치명적인 삶의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부에 생긴 종물은 대게 목소리를 내는 성대조직의 기능과는 연관성이 없고, 오히려 성대를 압박해 갑자기 목소리가 바뀌거나 탁한 쉰 소리를 내는 원인일 수 있다.
경부는 머리와 몸을 이어주는 목 부위를 뜻하고, 종물은 염증으로 생긴 종기나 체내에 생기는 몽우리를 일컫는데, 단순한 혹에서부터 양성종양, 암을 일컫는 악성종양 모두를 포함하는 포괄적 의미의 명칭이다. 따라서 '경부종물'이란 크게 목 주위에 단단하거나 말랑말랑한 몽우리가 생긴 것을 통칭하며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태어날 때 선천적으로 림프관, 혈관 등에 작은 낭종이 눈에 띄지 않게 있다가 성장하며 서서히 커지는 것, 또 바이러스나 세균 또는 결핵균 등이 상기도에 침범해 임파선과 침샘에 생긴 염증도 경부종물에 해당한다. 그리고 갑상선, 임파선 등에 발생한 양성종양과 악성종양(암)도 경부종물에 포함된다. 악성종양일 경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차적으로 전이되어 발생된 경부종물을 반드시 원발부위와 함께 치료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타 부위의 암처럼 두경부에 생기는 암도 주변 임파선이나 다른 조직으로 전이 될 수 있다.
'혹부리 영감'이라는 동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종양성 종물은 소아보다는 성인에서, 그리고 남성들에서 많이 발병한다. 소아의 경부종물은 과반수 이상이 양성으로 감염에 의한 염증이나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경부의 악성종양은 오랜 기간 지속된 과다한 흡연과 음주가 발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성인 남성에서 특히 유병율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방사능 노출과 요오드의 과다섭취도 갑상선 암의 발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에 멍울이 만져진다면 귀,코,얼굴-목 분야의 모든 질환을 진단에서 수술까지 담당하는 이비인후과를 찾아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경부는 호흡기, 발성기관, 식도, 근육, 중추신경과 굵은 혈관이 복잡하게 연결된 부위이다. 때문에 외과적 치료를 할 때에는 경부의 해부학적 형태와 각 기관의 기능 및 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경부종물은 완치율이 높은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성인에서 많이 발생하는 악성종양은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해야 좋은 예후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무분별한 조직 검사는 암세포를 전이시켜 치료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경부종물은 발생원인과 관련 질환들이 다양한 만큼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검진을 통해 종물 발생 시기, 크기와 개수, 동반 질환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상담하고 초음파 검사, 컴퓨터 단층 검사 등 세밀한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성인의 경우에는 악성종양에 의한 종물인지 확인이 필요하며, 내시경을 이용한 후두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원인질환이 무엇이냐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임파선의 단순한 염증에 의한 종물인 경우, 2주 이상의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악성 종양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적절한 진단적 검사 후에 수술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단순 물혹이나 양성종양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도 주사로 종물의 내용물을 뽑아 세포를 확인하는 '세침흡인검사'를 통해 보다 정확한 원인을 찾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 종물과 함께 제한된 주변 조직만 선별적으로 적출한다.
경부종물 중에서도 특히 '이하선종양'은 조직의 특성상 수술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이다. 이하선은 귀 아래 경부에 위치하고 있는 세 개의 침샘 가운데 가장 큰 타액선으로 귀밑샘이라고도 불리며, 성인의 엄지손가락 정도 크기이다. 이하선 주변에는 안면신경과 동맥, 정맥이 관통한다. 때문에 이하선에 종양이 생기면 경우에 따라 신경을 압박해 통증과 안면마비가 생길 수 있고, 드물지만 많이 진행된 악성 종양의 경우 혈관이 막혀 피부가 헐면서 피가 베어 나오는 궤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악성 종양은 암세포가 주변으로 퍼져 있을 부위를 감안해 보다 넓은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으면 치료할 수 있고, 조기에 발견한 경우 완치 가능성이 더욱 높다. 과거에는 경부종물 수술 후 목에 흉터가 남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해 최소부위만 절개가 가능하여 수술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