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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tory] 혈액으로 편두통 진단하는 시대 온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3/09/25 08:30
밝혀지는 두통의 정체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주민경 교수는 자신이 편두통 환자라는 사실을 대학생 때 처음 알았다. 그는 어릴 때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시골 길을 가던 중 극심한 두통을 겪은 경험이 있다. 머리가 깨질 것 같고 속이 울렁거려 한 발짝도 못 움직일 정도였다. 그런 증상은 이후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주 교수는 기름진 음식 냄새를 맡거나 격자 무늬 등을 볼 때마다 편두통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주 교수는 "20여년 전부터 두통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그 정체가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 인구의 6%가 앓고 있는 편두통은 뇌 속에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너무 과하거나 부족해 통증에 민감해지면서 발생한다. 원인이 밝혀지면서 20여년 전 세로토닌의 균형을 맞추는 약물(트립탄 제제)이 개발됐고, 편두통 치료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최근에는 편두통을 일으키는 물질을 찾는 연구가 활발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혈액 속 CGRP라는 단백질을 발견한 것이다. 이 물질은 뇌혈관을 확장하고 염증을 일으켜 두통을 유발한다.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김용재 교수는 "앞으로는 혈액 검사를 통해서 편두통을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에서는 CGRP라는 물질을 없애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뇌 영상 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두통을 자주 느끼는 사람은 뇌의 뒤쪽 부위의 신경이 활성화된다는 것과, 가족형 편두통에 특정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며 "앞으로는 두통의 원인에 따라 과학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통을 악화시키는 요인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수면 불균형·운동부족·월경 등이 대표적이다. 주민경 교수는 "최근에는 비만도 두통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며 "비만세포에서 나오는 여성호르몬이 두통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두통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①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6점) ②드물게 그렇다(8점) ③때때로 그렇다(10점) ④매우 자주 그렇다(11점) ⑤항상 그렇다(13점)
1 두통이 있을 때, 얼마나 자주 두통이 심하다고 느끼나?
2 두통 때문에 얼마나 자주 집안일, 직장일, 학교 또는 사회활동에 지장을 받나?
3 두통이 있을 때 누워서 쉬고 싶을 때는 얼마나 자주 있나?
4 지난 4주 동안 얼마나 자주 두통 때문에 일 또는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피곤했나?
5 지난 4주 동안 얼마나 자주 두통 때문에 짜증이나 신경질이 났나?
6 지난 4주 동안 얼마나 자주 두통 때문에 일 또는 일상생활에 집중하기 힘들었나?
※문항 별로 점수를 매긴 뒤 합계점수가 56점 이상이면 의사 진찰 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