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증상은 나와 비슷한데, 병명은 왜 다른 걸까?
취재 한미영 기자 | 사진 조은선 기자
입력 2013/09/13 09:00
어느 병원에 가야 하는 거야?-②
몸이 아프면 해결책을 찾기 마련이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렵다.
조금 참다가 괜찮아지면 내버려두기 일쑤이고, 때로는 잘못된 방법으로 대처하다가 병을 키운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한 증상으로 뜻밖에 질병이라고 진단받기도 한다. 증상이 비슷해 헷갈리거나 무심히 넘기기 쉬운 증상과 질병의 관계를 알아보자.
Part 2
진짜 이유가 뭐야?
비슷한 증상, 다른 질환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자신만만한 사람도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있다. 증상은 비슷하지만 발병 원인과 치료법이 다른 질환이 많기 때문이다. 어떤 질환인지 알쏭달쏭하면 병원을 가려고 해도 무슨 과(科)에 갈지 헷갈리기 마련, 증상이 비슷한 질환을 모았다.
01 소변 보는 것이 불편하다
과민성방광은 방광 기능이 너무 예민해 급하게 요의를 느끼고 소변을 자주 보는 병이다. 방광이 300~500mL 찼을 때 방광 근육이 수축하는데, 방광이 반밖에 차지 않아도 소변이 마렵고, 한 번 마려우면 참기 어렵다. 방광염과 증상이 거의 같지만 방광염 세균 감염에 의한 염증이 원인이다. 반면 과민성방광은 요로감염이나 특별한 질병이 없고,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 배뇨일기 쓰기, 방광훈련 등 생활용법 외에 약물로 치료한다. 방광 근육 수축을 억제하는 항무스카린제가 쓰인다.
반대로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불편한 질환도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이 비대해져 방광 하부의 소변이 나오는 통로를 막아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 소변 보는 것이 어렵고 막상 봐도 시원하지 않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약물로 치료하고, 심하면 레이저 등을 이용해 비대해진 전립선을 제거해야 한다.
02 기침이 심하고 숨차다
천식은 숨 쉴 때 공기가 드나드는 기관지에 염증 반응이 생기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기관지 점막이 붓거나 기관지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면서 발병한다. 숨이 차고, 목에서 그르릉거리는 숨소리가 들린다. 기침을 자주 하며 한 번 시작하면 발작적으로 심하게 한다. 50대 이후에 기침과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먼저 의심하자. 기관지에서 허파꽈리에 이르는 기도가 좁아지는 병이다. 주요 증상은 숨이 차고 잔기침 등 천식과 비슷하다. 낮은 언덕을 오르거나 건물 계단을 오르는 등 일상생활이 불편하고, 병을 내버려두면 숨 쉬기가 힘들어 사망할 수 있다. COPD는 완치가 힘들지만 기관지확장제를 쓰면 폐 기능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03 가슴이 아프다
가슴 부위에 통증이 느껴지면 협심증을 떠올린다. 하지만 역류성식도염도 가슴 부위 통증이 나타난다. 협심증은 심장에 통증이 생긴다. 동맥경화증이나 혈전증 때문에 관상동맥이 좁아져 협심증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혈관이 자체적으로 수축하면서 발병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해져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히면 심근경색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호흡곤란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왼쪽 어깨 또는 왼쪽 팔 안쪽으로 통증이 퍼진다. 심한 운동을 하거나 흥분했을 때 주로 증상이 나타난다. 협심증은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관상동맥을 확장시키는 ‘니트로글리세린’ 같은 약물로 치료한다.
역류성식도염은 위산이 식도 점막을 자극하는 병이다. 위와 식도를 연결하는 하부식도괄약근의 조이는 힘이 약해져 나타난다.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이 생기는데, 5분 정도 이어지다가 안정을 취하면 대부분 사라진다. 주로 식사 직후와 낮보다 밤에 증상이 심해진다. 위산분비억제제나 위식도운동촉진제를 복용하면 낫는다.
04 어깨가 굳었다
어깨가 아프고 어깨 관절이 굳은 듯한 느낌이 들면 ‘오십견(동결견)’을 의심한다. 오십견은 어깨관절을 감싸는 관절막이 노화하면서 나타난다. 노화 외에 어깨 관절을 다치거나 평소 어깨를 잘 쓰지 않는 사람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 팔 전체에 통증이 있고 자신의 의지로 팔을 들어올리기 힘들다. 통증이 심하면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를 받지만 자연치유되기도 한다.
석회화건염은 어깨 힘줄에 석회(돌)가 생기는 질환이다. 어깨에 석회가 생기면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고, 몇 개월씩 통증이 계속된다. 어깨 높이 이상으로 팔을 들어올리면 어깨 끝 쪽이 아프다. 아픈 부위에 주사치료를 받거나, 약물치료·핫팩·초음파·전기자극 등 비수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심하면 관절내시경으로 직접 석회를 제거해야 한다.
Part 3
감기 아니라고?
감기 증상의 반전
감기는 200종이 넘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흔한 질환이기 때문에 기침, 콧물같은 증상이 있으면 모두 감기라고 생각한다. 콧물이 흐르면 코감기, 목이 쉬면 목감기, 몸이 으슬으슬 추우면 몸살감기로 표현한다. 하지만 증상은 비슷해도 감기가 아닌 다른 질병인 경우가 많다.
01 3일 이상 기침하면 폐렴 의심
폐렴은 폐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잦은 기침을 3일 이상 하면 폐렴 증상을 의심해 보자. 끈적거리고 고름과 비슷한 형태의 가래가 나오고, 간혹 피가 섞여 나오며 숨 쉴 때 통증이 있다. 호흡이 빨라지는지도 관찰하자. 정상인은 보통 1분에 12~20회 숨을 쉬는데, 호흡수가 1분에 25회 이상이고 숨 쉴 때마다 코를 벌름거리며 손톱과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나거나 의식을 잃으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건강한 사람은 폐렴에 걸려도 치료를 받으면 낫지만 면역 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영·유아, 면역력이 약한 65세 이상 노인, 만성 심장 질환자, 만성 폐 질환자, 만성 간 질환자, 알코올중독자, 당뇨병 환자, 만성 신부전 환자, 혈액암 환자, 만성 혈액투석 환자 등은 폐렴으로 사망할 수 있다.
폐렴은 폐렴구균이 주원인이므로 폐렴구균 백신으로 예방하자. 영유아는 생후 2개월부터 폐렴구균 백신을 맞추자. 대한감염학회는 WHO(세계보건기구)의 권고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과 면역력이 약한 만성질환자에게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장한다. 1회 접종으로10년까지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
02 콧물, 코막힘 열흘 이상 되면 축농증
감기약을 먹어도 코막힘이나 콧물, 기침 증상이 열흘 이상 계속되면 축농증을 의심해 보자. 축농증(부비동염)은 콧속 공간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차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코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감기약으로 버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만성축농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축농증은 누런 콧물과 두통, 안면 통증 등이 나타난다. 맑고 살짝 진득한 느낌이 나는 콧물이 시간이 지나면서 누렇게 변하며 냄새가 날 때는 급성축농증을 의심할 수 있다. 머리가 무겁고 미열이 나며, 증상이 심할 때는 뺨이나 코 등 얼굴에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급성축농증은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생리식염수로 코를 씻으면 증상 완화에 도움된다.
03 목이 간질간질하면 편도선염
목에 뭐가 걸린 듯 간질간질하고 기침이 나는 목감기 초기 증상이 심해지면 침이나 음식을 삼킬 때 통증이 느껴진다. 고열과 두통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휴식을 취하고 약물치료를 받으면 1주일 이내에 회복된다. 하지만 증상이 2주일 이상 이어지고 갑작스러운 고열과 전신 피로감, 관절통 등이 있다면 편도선염을 의심하자. 편도선염은 목 통증과 함께 오한, 전신 통증 등 몸살 증세가 동반된다. 급성편도선염에 걸리면 편도가 부어 음식이나 침을 삼킬 때 목이 아프고 고열이 난다. 성인은 두통과 함께 팔다리가 쑤시는 관절통, 몸살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3~4일간 휴식하면서 해열제나 항생제 등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04 몸살 없는 목의 이물감은 역류성인후염
기침이 나고 목이 아파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우며 목이 쉬면 가장 먼저 목감기로 생각한다. 콧물이나 고열, 몸살 증상은 없는데,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헛기침, 가래, 목소리 변화 등이 2주일 이상 이어지면 역류성인후염을 의심하자. 위산이나 위장 내용물이 식도를 타고 인후두까지 올라와 인후두 점막을 훼손하는 병이다. 후두내시경으로 인후두 뒤쪽에 염증이 있는지 보고 진단한다. 과식이나 야식 같은 잘못된 식습관이 원인이므로 식습관과 생활습관 개선을 기본으로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위산 역류를 막거나 완화하는 약제와 위산 분비를 줄이는 약제가 쓰인다. 약은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05 온몸이 아픈 A형 간염, 대상포진
A형 간염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바이러스가 간을 공격해 나타난다. 몸살감기처럼 피로감이 매우 심하지만 콧물과 기침이 없고, 고열, 구토, 황달 증상을 보인다. 발병 4~5일이 지나면 소변색이 콜라색처럼 짙어진다. 제때 치료받으면 괜찮아지지만, 간혹 간부전으로 악화돼 간이식을 받거나 드물게 사망한다.
대상포진도 몸살감기와 증상이 비슷하다. 날씨가 갑자기 바뀌면서 기력이 허약해지고 신체 적응력이 현저히 떨어지면 발병하기 쉽다. 초기에는 전신 권태감이나 발열, 오한이 있고 속이 메스껍거나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나기도 한다. 몸 한쪽 부위만 심한 통증이 생긴다. 바이러스가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한 가닥씩 나와 있는 신경 줄기를 따라 퍼지기 때문이다.
Part 4
주요 증상이 다른 질병에
가려진 가면 질환
일반적인 증상과 정반대 증상이 나타나거나, 나타나야 할 증상이 전혀 안 나타나는 질환이 있다. 질환이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면 질환은 제때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해 더 위험하다.
01 가면고혈압
평소 혈압이 정상인 사람이 의사나 간호사 앞에 가면 긴장해 혈압이 높게 나오는 ‘백의고혈압’과 반대인 경우로, 병원에서 잴 때는 정상인데, 사실은 고혈압인 경우다. 최고 혈압과 최저 혈압 차이가 큰 사람 중 아침 기상 시 혈압이 높은 ‘아침고혈압’ 환자에게 잘 나타난다. 혈압 관리를 제때 하지 않으면 신장, 심장, 혈관 등 여러 장기에 심한 손상을 미칠 수 있으므로, 병원에서 잰 혈압만 믿지 말고 평소 규칙적으로 혈압을 체크해야 한다.
02 가면우울증
뇌에서 세로토닌 등 신경물질 분비 장애가 일어나 우울증이 진행되고 있는데, 겉으로는 과도하게 명랑한 경우다. 자존심이 강하고, 남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이 스스로 우울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할 때 생기기 쉽다.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이나 과잉반응, 과잉분노 등을 보여 조증이나 과잉행동 장애로 오해받기도 한다. 원인 없이 불편한 신체 증상이 계속되면서 체중이 눈에 띄게 줄었을 때, 신체 증상에 대한 검사 시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는 것이 4회 이상 이어질 때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우울증검사를 받자.
03 가면저혈당
당뇨병은 혈당을 정상 수준으로 조절해야 하는 만성 질환이다. 그런데 혈당 저하로 인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가면저혈당이 나타날 수 있다. 혈당이 내려가면 인슐린 분비를 줄이고 혈당을 높여 정상 혈당을 유지해야 하는데, 저혈당 증상이 반복되면 아주 심한 저혈당에 빠질 때까지 아무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오랜 기간 혈당 조절을 위해 인슐린 집중 치료를 받은 당뇨병 환자에게 잘 나타난다. 자가혈당측정기로 수시로 혈당을 측정하고, 가끔 병원에 가져가 동시에 재보고 수치를 비교해 자가혈당측정기의 정확성 여부를 확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