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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 시에나 밀러를 모델로 쓴 국내 화장품. 유명 연예인에게 지급하는 모델 비용은 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광고 화면

고가 화장품, “성분은 찔끔, 모델료는 듬뿍”

안티에이징 기능을 강화해 노화 징후를 사전에 막아준다는 세럼, 피부 주름을 펴준다는 줄기세포 화장품, 흉터를 말끔하게 없애준다는 달팽이 크림….

단가가 십여만원에서 수십만원대에 이르는 고가 화장품이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여성을 유혹하고 있다. 이런 고가 화장품은 비싼 값을 얼마나 할까? 피부과 전문의들의 견해는 “화장품으로 실질적인 노화 방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화장품으로 피부 주름 등을 되돌릴 수는 없고, 조금 더 강화된 ‘보습 효과’ 정도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가 화장품은 함유된 성분 자체가 고가여서 가격이 올라간다기보다, 화려한 용기에 담거나,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쓰거나, 높은 마케팅 비용 때문에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연예인은 물론, 외국 톱스타를 모델로 쓴 경우도 생겼다. 아모레퍼시픽은 헐리우드 스타인 여배우 시에나 밀러를 ABC세럼의 광고 모델로 썼다. 톱 연예인에게 지불하는 거액의 모델료는, 해당 제품의 품질과는 상관없이 제품 가격을 높이는 데 반영된다.

세럼 중에는 ‘녹차의 레티놀’, ‘그린’, ‘미라클’, ‘퍼펙트’, ‘인텐시브’ 등 소비자 눈길을 끄는 다양한 용어를 쓰면서 스트레스에서 피부를 보호해 주거나 안티에이징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고 강조하는 제품들이 여럿 나와 있지만, 상당수는 마케팅 전략이다.

달팽이 크림은 점액 성분인 ‘뮤신’이 피부 세포를 재생시켜 상처 등을 치유ㆍ복원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달팽이 크림에는 달팽이 점액 성분 극소량만 들어있다. 어떤 제품은 점액의 느낌을 내려고 화학 성분을 사용하기도 한다.

줄기세포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의 S피부과 K 원장은 “비싼 줄기세포 화장품이라고 해도 줄기세포 자체는 없고 줄기세포 배양액만 조금 들어있을 뿐”이라며 “배양액 안에 있는 성장인자가 세포 재생을 촉진해 주름 등을 예방한다고 하지만 피부는 아주 촘촘해서 이를 뚫고 피부 속으로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줄기세포 화장품의 물과 오일이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보습효과만 있다는 것이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보습제와 자외선차단제는 좋은 제품을 골라 쓸 필요가 있으나, 나머지 기능성 화장품은 굳이 고가 제품을 쓸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레티놀이다. 레티놀은 주로 세럼에 많이 쓰는데, 레티놀을 피부에 바르면 흡수돼서 레틴A로 바뀌고, 레틴A가 피부 노화를 막아주는 효과를 낸다. 하지만 화장품에 들어있는 레티놀 성분은 매우 소량이며, 그나마 피부에 발라도 혈중에 흡수되는 분량이 미미해서 실제로 의미있는 효과를 내지는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녹차에는 레티놀로 전환되는 베타카로틴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 녹차처럼 레티놀 성분이 함유돼 있다는 고가의 세럼을 구입해서 바르는 것보다, 가루녹차나 녹차티백으로 얼굴 팩을 하는 것이 비용은 적게 들면서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화장품은 가격보다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며 “중저가 화장품도 자신의 피부에 맞으면 좋은 화장품이 되고, 고가 화장품도 피부에 맞지 않으면 나쁜 화장품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