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건강
고혈당보다 무서운 저혈당…새벽에 당신을 덮친다
취재 김현정 기자 | 일러스트 조영주 사진 헬스조선DB
입력 2013/08/01 09:00
증상 없이 떨어지는 저혈당 주의보
한두 끼 식사를 걸러도 끄떡없다면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건강한 사람이라면, 더군다나 체중조절 중이라면 좋은 일이겠지만, 당뇨 환자는 그렇지 않다. 저혈당 상태에 몸이 익숙해졌다는 적신호이기 때문이다. 혹시 저혈당 증상을 ‘사탕 한두 개 먹으면 회복되는 간단한 증상’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저혈당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알아두자.
Part 1 저혈당, 제대로 알아두자
혈당 조절 시스템 고장나 늘 조심해야
식사를 거르거나 열량을 과도하게 소비해 몸속에 당(포도당)이 부족해지면, 건강한 신체는 스스로 혈당 조절 시스템을 가동시켜 혈당을 정상으로 올려놓는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는 이 시스템이 고장난 상태다. 그러다 보니 혈당이 한 번 낮아지면,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지 못한 채 어지럽고 손발이 떨리는 등 저혈당 증상이 나타난다. 저혈당은 혈당이 50~70mg/dL 아래까지 떨어진 상태다. 혈당은 보통 이른 아침 공복 시에 가장 낮은데, 이때도 70mg/dL 이상 선에서 유지돼야 정상이다. 당뇨병 환자는 자체적으로 당을 조절하거나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저혈당 상태가 되면 반드시 단것을 먹는 등 당 성분을 보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신, 혼수 등에 빠져 뇌손상이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당뇨병 환자 70%가 저혈당 몰라
당뇨병 환자 15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절반 가량이 저혈당을 경험한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으나 평균 혈당치가 68mg/dL 이하로 떨어졌을 때 저혈당을 경험했다. 이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식은땀(50%), 공복감(39%), 심한 피로감(29%) 등이다. 이외에 실신, 경련, 말이 둔해짐, 언어장애 등 심각한 증상을 동반한 저혈당증을 겪은 환자는 14%나 됐다. 4회 이상 저혈당 증상을 겪은 환자도 18%였다. 이번 조사를 통해 나타난 큰 문제는 당뇨 환자 74%가 저혈당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점이다. 저혈당 증상에 대해 주치의와 적극적으로 논의한다고 답한 경우도 33%에 불과했다. 저혈당 증상이 와도 환자 대부분이 무방비 상태인 셈이다.
Part 2 3단계로 찾아오는 저혈당 증상
저혈당은 증상을 느꼈을 때의 의식 상태 등에 따라 보통 세 단계로 나뉜다.
STEP 1 스스로 단 음식 보충
지나친 배고픔과 함께 두통이나 신경과민 증상을 느끼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저혈당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당질을 15~20g 섭취하면 혈당이 빠르게 정상 범위로 올라오면서 증상이 좋아진다. 사탕 또는 젤리(3~4개), 콜라 또는 사이다(1잔), 요구르트(1병), 설탕(1큰술), 우유(1잔) 중 하나만 골라 먹으면 된다. 10~15분 뒤에 혈당을 측정해 여전히 60mg/dL 이하면 15g 정도의 당질을 한 번 더 먹는다.
STEP 2 도움 요청으로 위기 탈출
1단계 단음식 섭취 시기를 놓치면 심장박동이 거세지고 물체가 두 개로 보이면서 걷기 힘든 상태에 이른다. 피부가 차가워지고, 입 주위와 손가락이 떨리면서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때는 환자 스스로 단 음식을 찾아 먹기는 힘들지만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는 있다. 주변 사람이 단 음식을 먹여 주면 곧 회복된다.
STEP 3 실신 혼수 등 응급 상황
마지막 3단계에 이르면 상태가 심각하다. 의식이 없어지면서 도움조차 요청하지 못하게 된다. 혈당이 30mg/dL 이하로 떨어져 심한 저혈당에 빠지고, 응급실에 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증상은 의식저하, 경련, 혼수, 사망 등이다. 보통 1년 동안 심한 저혈당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전체 응급실 이용 환자의 3~5%다. 당뇨병 환자가 의식을 잃었을 때는 단 음식을 먹이면 안된다. 기도가 막혀 질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신속하게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에서 포도당(글루코오스) 주사를 맞으면 10~15분 안에 회복된다.
Part 3 저혈당무감지증 vs 야간저혈당
01 저혈당무(無)감지증
저혈당 상태여도 1~2단계에서는 단 음식을 먹으면 대부분 정상 혈당으로 좋아진다. 많은 이들이 저혈당 증상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문제는 저혈당 증상이 반복되는 경우다. 저혈당이 반복되면 혈당이 떨어지는 상태에 우리 몸이 점점 둔감해지기 때문에 어느 순간 비상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이와 함께 저혈당과 고혈당을 반복하면서 혈당 기복이 심해지면 혈당이 떨어질 때 이를 뇌로 전달하는 자율신경계가 손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면 1~2단계여도 환자 스스로 혈당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지 못해 곧바로 매우 위험한 상황인 저혈당 3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이렇게 혈당 저하 단계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저혈당무감지증’이라 한다. 저혈당무감지증은 저혈당이 반복될 때 잘 발생하는데, 반복할수록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초래된다. 저혈당무감지증이 있을 때는 혈당이 30mg/dL 이하인 심한 저혈당으로 떨어져 실신하거나 혼수에 빠질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5배 이상 높다.
저혈당무감지증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잘 생기니 주의하자. 1형 당뇨병 환자·오랜 2형 당뇨병 환자 이들은 신경계가 손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혈당이 안정적으로 잘 유지되는 환자 식사를 한 끼라도 거르는 것과 같은 외부의 작은 자극에도 저혈당에 빠지기 쉽다.
식사를 자주 거르거나 불규칙한 식사를 하는 환자
과격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열량을 소비하면 혈당이 떨어지는데, 과격한 운동을 통해 급격하게 열량이 소비될 경우 저혈당이 올 수 있다.
인슐린이나 혈당강하제 용량이 과도할 때 당뇨병 합병증으로 신장 이상이 온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혈당을 떨어뜨리는 약이 신장을 통해 잘 배출되지 못하면서 몸 안에 남아 있기 때문에 같은 용량의 약이라도 2~3배의 효과를 내게 된다.
장시간 집중하는 일을 하는 경우 장시간 에너지를 쏟는 일에 몰두하기 때문에 저혈당 증상이 생겨도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02 야간저혈당
심한 저혈당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처한 환자가 응급실을 찾는 시간은 대부분 새벽이다. 이들 중 50% 정도가 새벽 3~4시에 응급실을 찾는다. 야간저혈당은 잠을 자는 동안 혈당이 떨어지는 것을 감지하지 못해서 생긴다. 야간 활동이 많은 사람, 저녁 공복이 긴 사람이 야간저혈당에 쉽게 노출된다. 방치할 경우 자면서 사망하기도 한다. 옆에 함께 자는 사람이 있어도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면 의사와 상의해 약이나 생활습관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 잠자는 동안 악몽을 자주 꾸거나 식은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 잠에서 깨어난 후 심한 두통을 느끼는 사람은 야간저혈당을 의심해 보자.
Part 3 저혈당 위험, 이렇게 극복하자
저혈당은 중증으로 악화되지 않게 초기에 대처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수경 교수는 “저혈당 증상이 반복돼 나타나면 중증 저혈당증으로 발전하므로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곧바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증상이 생겼다면 식사, 운동, 약 등 생활 속 어느 부분에서든 문제가 생긴 것이므로 의료진을 찾아 진료를 받고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저혈당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규칙적인 식사와 체중 조절, 포도당 음식 및 당뇨환자 인식표를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것은 기본이다.
잠들기 전에 먹자
야간저혈당을 예방하려면 잠들기 전에 음식을 적당량 섭취한다. 이때 음식 종류는 우유나 요구르트, 스낵 정도가 좋다. 잠자기 전에 혈당을 측정해 보고 100~140 mg/dL로 유지될 수 있게 하자.
당뇨병 치료약을 점검하자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이라고 무작정 복용하지 말고 약물 종류와 복용량 등에 관심을 가지자. 저혈당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면 약 용량과 종류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치료제 중 설포닐우레아 계열과 같은 인슐린 분비 촉진제가 저혈당을 발생시키기 쉽다. 인슐린 용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경구 혈당강하제를 과도하게 복용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치의와 상의해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로 바꿔 보자. 이 약은 혈당을 무조건 낮추는 것이 아니라 혈당 수치가 증가했을 때만 작용해 저혈당 위험이 적다. 또 혈당이 낮을 때는 더 이상 수치 강하가 이뤄지지 않아 저혈당에 안전한 당뇨병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3000명이 참여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도 설포닐우레아보다 저혈당 발생 위험이 10배 정도 낮았다.
6개월에 한 번씩 신장을 체크하자
혹시 신장에 합병증이 생기지 않았는지 꼭 체크해 보자. 신장 여과 기능에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약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주치의와 상의해 신장 검사를 하고 약 용량과 종류를 조절하자.
3시간에 한 번 알람을 울리자
장시간 운전이나 업무 등에 집중하다 보면 자신이 저혈당에 빠지는 것조차 모르는 일이 생긴다. 그러므로 3시간에 한 번씩 알람이 울리도록 휴대전화 알람을 설정해 보자. 알람이 울렸을 때만이라도 한 번씩 잠시 숨을 돌리면서 자신의 증상을 체크해 보자. 혹시 배고픈 것은 아닌지, 어지럽지 않은지 점검해 보는 것이다.
혈당 목표치 상향은 대안이 아니다
의사와 상의하지 않고 혈당 목표치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당뇨병 환자가 15%나 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러나 저혈당을 막겠다고 임의로 혈당 목표를 올려 잡는 것은 금물이다. 저혈당 위험은 없어지지만 반대로 고혈당으로 인한 혈관, 신장, 눈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하루 7회 이상 자가혈당 측정
자가혈당측정기를 구입해 스스로 혈당을 관리하자. 세끼 식사 전후 2시간과 잠들기 전 등 하루 총 7회 혈당을 자가 체크한다.
홍삼은 안 된다
많은 이들이 체력 저하를 막으려고 홍삼을 먹는데, 당뇨병 환자에게는 금물이다. 식약청은 최근 혈당 조절이 잘 되고 있는 당뇨병 환자가 당뇨병 치료제와 홍삼을 함께 먹으면 혈당이 너무 떨어져 저혈당 증세가 유발될 수 있으므로 삼갈 것을 권고했다.
Health Tip 유(U)헬스케어 당뇨병 관리를 아시나요
유헬스케어(U-biquitous healthcare)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저혈당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환자가 가정에서 측정한 혈당 수치가 자동으로 병원으로 전송돼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상태를 파악하고 대응해 준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일부 대형병원과 지역사회 보건소 등에서 이 시스템을 시범 적용해 좋은 결과를 얻었거나, 현재 시범 운영 중이다.
당뇨병 환자가 혈당을 체크해 혈당측정기를 거치대에 올려놓으면, 그 정보는 병원 서버에 자동으로 전송된다. 이 때 저혈당과 같이 응급상황일 경우,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 및 전담 의료진에게도 메시지가 전달돼 빨리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을 활용했더니 저혈당 위험 없이 혈당 조절 목표치에 도달한 비율이 30.6%로 그렇지 않은 군(14.0%)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팀, 당뇨병 환자 150명 대상)도 있다. 임수 교수는 “당뇨병 환자들은 평균 1~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보니 그 중간에는 자신이 저혈당 위험에 빠져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유헬스케어시스템을 임상에 본격적으로 활용하면 의료진과 일대일 피드백이 가능해져 당뇨병 환자의 응급 상황인 저혈당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