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성장클리닉 얼마나 다녀야 효과 볼 수 있나?
취재 강미숙 기자 | 사진 김범경(St.HELLo),
입력 2013/07/29 09:00
우리 아이는 왜 더디게 크는 걸까? 옆집 아이는 성장클리닉에 다닌다는데 정말 효과 있을까? 아이의 키가 곧 엄마의 자존심인 시대다. 그래서 성장호르몬, 성장보조제, 한방치료 등 다양한 성장클리닉 광고에 엄마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린다. 그 흔들림은 방학을 앞둔 지금, 가장 강하다. 성장클리닉의 문턱을 넘기 전, 먼저 전문의 입을 통해 궁금증을 풀어 봤다.
01 유전은 키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
아이 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하다. 유전부터 현재 아이 몸 상태를 알 수 있는 체지방률, 2차 성징 발현 시기와 성장 속도, 적정 영양 상태가 영향을 미친다. 평소 키 크는 데 도움되는 운동을 하는지, 평소 푹 잘 자는지, 스트레스는 없는지, 정서적으로 문제없는지 등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중 유전이 키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전문의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23% 정도로 적다’, ‘70%로 크다’ 등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나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박미정 오랫동안 쌍둥이를 면밀히 연구한 다수의 논문에 따르면, 키의 유전성이 70~80%로 보고됐을 정도로 유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이 때문에 후천적인 영향을 내세우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라는 지적도 많다.
박민수 대부분 유전적인 영향이 50% 이상 절대적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최근에는 영양, 운동, 스트레스, 환경호르몬 등 다양한 요인이 등장하면서 아동의 키에서 후천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박기원 유전적 영향이 23% 정도라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유전보다는 영양 31%, 운동 20%, 환경 16% 등 후천적 영향이 더 크다.
Tip 우리 아이 키 예측 공식
남자 = {(아버지 키 + 어머니 키) ÷ 2} + 6.5cm
여자 = {(아버지 키 + 어머니 키) ÷ 2} - 6.5cm
※ 이 예측 공식은 아이가 부모를 반반 닮았을 때 가장 근접한다는 의견이다.
02 인터넷에서 성장호르몬이나 주사제에 대한 부작용 글들이 있는데, 사실인가?
현재 사용되는 성장호르몬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 미세한 혈당 증가, 갑상선기능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일시적 현상이다. 시간이 지나거나 치료를 중단하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성장클리닉에서 다양한 검사를 통해 정확한 적응증이 되는 대상인지 확인하고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자. 성장호르몬 주사 외에 영양, 운동, 수면, 스트레스 등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교정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성장클리닉을 선택할 때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법인지, 의료진의 경험이 풍부한지 등을 고려하자.
03 성장호르몬 주사는 어떻게 맞는가?
매일 집에서 잠자기 전 허벅지나 팔뚝에 직접 주사한다. 주삿바늘 공포가 있는 아이를 위해 일반 주사기 모양이 아닌 펜 타입이나 바늘이 숨겨져 있고 용량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전자식 기기도 있다.
04 한방치료가 엄마들 사이에서 이슈다. 양방과 비교해 한방 성장 치료는 어떤 원리로 진행되는가?
예전에는 한방치료가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최근 다양한 임상 결과가 나오면서 관심이 늘었다. 양방은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 위주로 침습적인 데 반해 한의학은 한약을 먹으면서 체질을 바꾸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아이 성장 상태에 따라 성장호르몬을 촉진하는 한약, 너무 빠른 성장을 지연시키는 한약 등을 쓴다. 보조적으로 혈액순환이나 기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치료를 한다. 무엇보다 아프지 않아 아이는 더 편하게 느낀다.
05 성장클리닉의치료비가 궁금하다.
성장클리닉은 대학병원 소아내분비 전문의가 운영하는 곳,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곳, 한의사가 운영하는 곳 등 무척 다양하다. 그만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성장검사는 보통 지역적 차이를 감안해 10만~30만원 선이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체중에 따라 투여량이 다르고, 병원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대략 한 달에 60만~100만원이다. 한방은 한약 가격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06 성장클리닉에 다니면 아이가 얼마나 더 클 수 있는가?
정답은 없다. 개인 차가 무척 크다.
박민수 성장호르몬 치료는 올바른 치료와 교육이 병행되면 자연 성장했을 때보다 5~10cm 더 클 수 있다.
박미정 성장호르몬 결핍증의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면 치료 첫해 10~12cm, 다음 2~3년간은 매년 7~9cm 자란다. 터너증후군 아이도 2~6년간 치료하면 최종 키가 예측 키보다 8~10cm 더 자란다는 보고가 있다. 또래 100명 아이를 놓고 봤을 때 작은 순서로 첫 번째, 두 번째 에 속할 정도로 작은 특발성 저신장 아이는 약 1년간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면 추가적으로 3cm 정도 더 클 수 있다.
박기원 성장 한약 복용으로 41% 정도 성장이 촉진된다는 임상보고가 있다. 수치로 설명하면, 지난해 6cm 키가 큰 아이는 올해 9cm까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07 성장클리닉 프로그램의 효과가 가장 주요한 나이와 타이밍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이마다 성장속도가 다른 까닭에 일정한 시기를 명시할 수는 없지만, 성장클리닉을 찾는 아이는 보통 초등학교 입학 이후부터 초등학교 3~5학년이 가장 많다.
박미정 치료를 시작할 때 만 연령과 골 연령이 어릴수록, 나이가 같다면 체중이 많을수록, 치료 기간이 길수록, 부모 키가 클수록, 첫해 성장속도가 클수록 치료효과가 좋다.
박민수 성장판이 닫히기 전,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에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
박기원 한편에서는 효과가 가장 좋은 시기로 여학생은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은 초등학교 4학년 정도라고 꼽는다.
08 키가 작으면 무조건 성장클리닉을 다녀야 하는가?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성장클리닉에 다닐 필요는 없다. 성장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는 병적인 저신장 아이다. 현재 아이 키가 정상 범위이지만 만 3세가 지났는데 1년에 4cm 이하로 자라 거나, 반대로 여아 만 8세·남아 만 9세 이하로 사춘기 이전 아이가 1년 에 7~8cm 급성장하면 양쪽 모두 저신장 가능성이 있다. 병적저신장이 아니더라도 부모 키가 작은 가족성 저신장은 검사를 통해 어른이 된 후 최종 키가 남자는 160cm, 여자는 150cm 미만으로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면 성장치료를 권한다.
정상적으로 자라는 아이라도 초등학교 입학 즈음에는 전문가를 찾아가 키, 체중, 체격에 대한 종합적인 성장평가를 받아보는 게 좋다. 이후 사춘기까지 1년에 한 번씩 꾸준히 성장 상태를 점검하는 관심이 필요하다.
09 성장클리닉은 얼마나 다녀야 효과를 볼 수 있는가?
성장클리닉 치료는 동반 질환, 성장판 개폐 정도, 뼈 나이 등에 따라 치료 기간이 결정된다. 식이, 운동, 자세, 수면 등 습관 교정은 2개월 정도 걸린 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6개월 이상부터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키 성장은 비교적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성장판이 닫힐 때까지 지속할 수 있고, 1년 이상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10 성장을 돕는다고 광고하는 성장 촉진 성분 보조제와 영양제 등이 많다. 이런 것이 도움이 되는가?
광고에서 접하는 키 크는 약은 건강기능식품이라고 보면 된다. 효과보다는 안전성에 특별한 문제점이 없는 것이다. 부족한 영양분을 채우기 위해 영양제 또는 성장보조제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성장보조제만 믿고 실제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첨가된 호르몬제 영향으로 성장판이 빨리 닫히는 경우도 있다. 검사를 통해 영양이 부족해서 자라지 않는 경우라면 처방에 따라 영양제를 먹이자.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과도한 영양이 키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다. 무분별한 섭취에 주의하자.
11 다리가 길거나, 발이 크면 나중에 키가 큰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아이 외모를 보고 성장 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가?
외모로 판단하는 것은 정확도가 떨어진다. 손발이 부은 것처럼 통통하고 목이 짧고 팔을 내리면 팔꿈치 부분부터 밖으로 벌어지는 터너증후군이나, 식욕이 비정상적으로 강해 뚱뚱하고, 고환과 음경이 매우 작은 프래더윌리증후군 등 명확한 유전 이상이 아니면 성장장애를 외모로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성장 지연을 의심할 만한 몇 가지 지표가 있다. 또래에 비해 아기 같은 얼굴을 갖고 있는 아이, 이가 나는 시기와 말하고 걷는 시기 등이 늦는 아이, 마르고 허약해 보이는 인상이면서 늦게 자라는 아이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