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딱딱히 굳은 간 '줄기세포'로 말랑하게 한다!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3/07/25 10:36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배시현 교수팀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만성 간염으로 간 기능이 소실된 간경변 환자 5명(평균 47세)에게 환자 자신의 골수에서 분리한 중간엽줄기세포를 간동맥에 주입했다. B형간염이 2명이고, C형 간염·독성 간염·윌슨병 환자가 각 1명씩이었다. 간기능 악화로 황달과 복수가 차고, 간 독소가 제대로 해독되지 않아 의식이 혼탁해져 ‘간성혼수’가 발생하는 위독한 간경변 상태로, 간이식이 시급하나 기증자를 찾지 못한 환자들이 수술 전까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였다.
연구 결과, 간 기능 활성도를 보여주는 주요 수치인 ‘알부민’ 단백질 생성수치(정상 기준치 3.5g/dL 이상)가 1.9~2.8g/dL에서 2.6~3.3g/dL로 향상됐다. 간의 탄력도 역시 33~65kPa에서 19.8~46.4kPa로 탄력도가 낮아졌는데, 이는 딱딱한 간이 말랑해진 것을 의미한다. 희귀 만성 간 질환인 윌슨병 환자는 복수와 간성혼수가 호전됐고, 작아졌던 간의 크기 역시 609.2 mL에서 733.7mL로 20.4% 커졌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 통계에 따르면 현재 6000여명의 환자가 간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나, 이식 기증자가 현저히 부족해 지난해 1200여명의 환자만 간이식을 받았다.
배시현 교수는 “간이식이 시급하지만 당장 이식을 할 수 없는 위중한 환자들에게 8시간 내에 자가골수 내 줄기세포를 채취해 직접 간에 주입하는 비교적 간단한 치료법”이라며 “기증자를 찾지 못해 이식 수술을 기다리다 생명이 위독할 수 있는 중증 간 질환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 교수는 “간경변으로 이미 손상된 세포가 복구는 안 되지만 진행을 막을 수는 있기 때문에,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간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치료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임상 신청을 준비 중에 있으며, 허가가 나오면 환자 치료에 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