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학
부부 사이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 활용백서
취재 강미숙 기자 | 사진 김범경(St.HELLo)
입력 2013/07/23 09:00
Lesson 1 뇌의 성적 신호등을 켜라
‘오늘 밤 아내와 동침 할까 말까?’는 몸이 아닌 머리가 결정한다. 몸으로 사랑을 나누지만, 실상 섹스의 모든 것은 뇌에서 이뤄진다. 뇌의 성중추신경센터에서 성적 흥분이 일어나고, 이곳에서 내린 명령에 따라 신경을 타고 신체 말단부에서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뇌에는 여러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섹스를 할 것인지 결정한다. 때문에 공략 대상은 남편의 몸이 아닌 뇌다.
성기능이나 성생활을 이끄는 호르몬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다. 남성에게 남성호르몬은 성욕을 불러일으키고, 발기, 오르가슴의 정도, 사정량 등 성반응 전반에 영향을 준다.
여성도 마찬가지로 성욕과 성반응에 남성호르몬이 필수다. 남성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의 남성호르몬을 갖고 있다. 부족하면 성욕이 저하되고, 조직 위축으로 성교통을 겪는다. 반면 여성호르몬은 여성의 성적 수용성을 관장하고, 성기조직을 유지해 준다. 부족하면 위축성질염, 분비저하, 성교통 등이 나타난다. 이외에도 내분비계의 갑상선호르몬, 프로락틴 등의 호르몬과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노에피네프린, 세로토닌, 옥시토신 등이 섹스하는 동안 분비된다.
성욕기 사랑에 빠졌을 때 도파민과 노에피네프린이 나와 상대에 대한 환상에 빠지고, 아드레날린이 촉매 역할을 한다. 남성호르몬이 주로 작용해 강한 성적 욕구를 일으킨다.
흥분기 발기가 이뤄지고, 여성은 질 분비물이 증가한다.
고원기 성행위 동안 남녀의 혈중 옥시토신 농도가 최대치에 이른다.
오르가슴기 옥시토신은 생식기 근육이나 골반 또는 항문의 괄약근을 규칙적으로 수축시킨다. 절정에 이르면 혈중 옥시토신 농도가 정상에 비해 세 배가량 높아지며 강한 오르가슴을 경험한다.
섹스 후 엔도르핀이 나와 행복감을 느낀다.
Lesson 2 남편이 카사노바로 변하는 밥상
뽀빠이는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불끈 솟는다. 그럼, 남편도 잠자리에서 시금치를 먹으면 뽀빠이가 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그런 즉효음식은 없다. 하지만 꾸준히 먹어서 관리하면 안 되란 법도 없다. 오늘부터 마트에서 장볼 때 꼭 구입할 목록이 있다. 장어, 새우, 고등어, 참치, 조개, 토마토, 마늘, 굴이다.
스태미나식으로 잘 알려진 장어는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이다. 콜레스테롤은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 점과 나쁜 점이다. 과다할 경우 혈관 내에 침착을 일으켜 혈액순환을 방해하지만, 인체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필수 구성 성분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성호르몬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성분인 것이다. 재료가 많아야 생산량도 많아지지 않을까. 유의할 점은 남편만 먹이지 말고, 아내도 먹어야 한다. 콜레스테롤에서 프로게스테론이 생성되고, 다시 효소에 의해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으로 분화되기 때문이다. 장어는 아내도 ‘올리브(뽀빠이의 여자친구)’로 만들어 준다.
조개류와 갑각류에는 생식기능에 중요한 아연이 풍부하다. 몸속에 아연이 부족하면 정자의 질이 떨어지고, 남성불임을 불러온다. 임신 계획이 있는 부부라면, 특히 주목하자. 유명한 바람둥이 카사노바의밥상에는 늘 생굴 5~6개가 올랐다. 외에도 마늘에 있는 셀레늄, 토마토의 라이코펜 등도 간접적으로 남성호르몬 생성에 도움을 준다.
Lesson 3 비아그라 대신 커피 한 잔
저녁식사를 마친 남편에게 내놓는 유혹의 음료로 커피가 제격이다. 카페인의 무수한 역할 중에 성적 욕구를 높이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발기부전치료제와 유사한 작용을 한다. 최근 카페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개발에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 높은 열량이 걱정스러우면 프림과 설탕을 걷어낸 원두커피가 좋다. 단, 열대야에는 숙면을 방해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한다. 숙면에 좋은 따뜻한 우유가 들어간 라테면 좋겠다.
과연 그럴까 의심된다면, 이 실험 결과에 귀 기울여 보자. 수컷 쥐들이 암컷 쥐와 돌아가며 짝짓기하는 실험을 했다. 이때 카페인을 투여한 수컷 쥐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성욕이 높고, 성행위 동기유발도 높게 나타났다. 카페인을 투여한 암컷 쥐들 역시 수컷의 방으로 들어가는 횟수가 증가했다.
Lesson 4 섹스 무드를 부르는 와인 한 모금과 초콜릿
여름철 대표적인 야식 메뉴는 치킨과 맥주, 일명 ‘치맥’이다. 청량감 넘치는 맥주의 유혹은 거부하기 힘들다. 가볍게 여기는 치맥도 매일 취할 정도로 즐기다간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알코올은 소중한 내 남편의 고환을 공격하는 ‘나쁜 물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알코올을 장기간 많이 마시면 성기능 장애를 초래한다고 말한다. 체내에서 알코올은 에탄올과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돼 각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흔히 간에 안 좋다고 알고 있지만 간 이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는 곳이 고환이다. 알코올은 고환 세포를 파괴시켜, 성욕과 발기, 근육 성장에 영향을 주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떨어뜨린다. 설상가상 정자 수마저 줄고, 결국 고환 위축이 오게 된다. 발기부전도 테스토스테론 감소가 원인이다. 알코올중독자나 의존자에서 성기능 장애가 많은 이유다.
나쁜 원인을 알았으니 제대로 활용할 차례다. 남편과 오붓하게 이야기 나누며 무르익은 분위기를 내는 데 낮은 도수의 와인 한 잔이 낫겠다. 포도 품종 중 피노 누아는 야성적인 사향 냄새와 흙 냄새가 풍기는데, 남성의 페로몬과 아주 유사하다는 결과가 있다. 와인 라벨에서 피노 누아를 확인해보자.
곁들이는 안주는 초콜릿을 추천한다. 초콜릿은 신경전달물질인 페닐에틸아민이 풍부하다. 페닐에틸아민은 뇌에서 분비되는 내인성 모르핀의 일종으로, 이성에 대해 성적 매력을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다. 초콜릿을 깨무는 순간, 남편 눈에 콩깍지가 제대로 씌인다.
Lesson 5 족욕으로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다
딩동.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 앞에 따뜻한 물 대야를 내밀어 보자. ‘웬서비스?’ 하며 휘둥그레 놀란 남편의 시선을 느끼면서 부드럽게 발을 닦아 준다. 성과학연구소 이윤수 소장은 아내에 대한 애정 지수는 물론이고, 이런 신체 접촉을 통해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될수록 남편의 성적 욕구는 상승한다. 부부 마사지도 같은 효과다. 딱딱하게 굳은 어깨에서 시작한 마사지 손길을 슬몃슬몃 남편의 성감대 쪽으로 이어 가면, 남편도 녹아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