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낮춰 신체 대사기능 저하시켜… 뇌세포 파괴 지연, 의식 회복률 높아
심장질환을 앓는 이모(52·서울 강북구)씨는 최근 무더위 속에 길을 걷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즉시 심폐소생술로 심장을 뛰게 만들었지만, 병원 응급실로 이송한 뒤에도 이씨의 의식은 회복되지 않았다.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급히 체온을 32도로 떨어뜨리는 '저체온 요법'을 시행하자, 이씨는 45시간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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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체온 요법은 어떻게 심장마비 환자의 의식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심장이 멈춘 뒤 4분이 지나면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뇌세포는 파괴된다. 멈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면 정상세포는 원래 기능을 유지하지만, 파괴된 세포는 오히려 더 망가진다. 따라서 일단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게 되면, 심장이 다시 뛰더라도 의식을 되찾는 사람은 3%에 불과하다.
2010년 저체온 요법이 급성 심정지(심장박동이 멈춘 상태)로 뇌가 손상된 환자에게 시행되기 시작한 이후 심장마비 환자의 의식 회복 비율은 훨씬 높아졌다.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오상훈 교수는 "심장이 멈췄던 사람에게 저체온 요법을 시행했더니, 의식이 명료하게 돌아오는 사람이 58%였다는 울산대병원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32~34도로 체온 낮춰 뇌손상 막아
저체온 요법은 쿨링매트 위에 환자를 눕히고, 섭씨 4도의 식염수와 특수 냉각관을 혈관에 넣어 체온을 32~34도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얼음 주머니를 머리와 양쪽 겨드랑이에 대주고 전신에 차가운 물도 뿌린다. 체온이 32도까지 떨어뜨린 뒤 1시간에 0.2도씩 높여 준다. 이렇게 하면 1~2일 사이에 의식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오상훈 교수는 "체온을 떨어뜨리면 혈액이 뇌로 적게 흘러 뇌의 대사기능이 떨어지고, 뇌세포 파괴를 가속화하는 면역계의 활동을 늦춘다"며 "저체온 요법이 효과를 보려면 심장박동이 돌아온 뒤 가능한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체온 요법은 뇌졸중 환자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한철 교수는 "저체온 요법의 치료 효과가 높아 뇌출혈이나 뇌경색으로 뇌세포가 손상됐을 때도 쓰이고 있다"며 "뇌졸중 환자의 의식이 돌아온 뒤 장애가 생기는 위험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25개 병원이 저체온 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뇌손상 줄이는 응급상황 대처법
급성 심정지로 인한 뇌손상을 막기 위해 저체온 요법보다 먼저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한다. 우선 심장박동을 정상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1단계=쓰러진 사람이 의식이 있는지, 심장이 뛰는지를 확인한 뒤 119에 신고한다.
▷2단계(심폐소생술)=숨을 쉬고 있으면 손으로 가슴 부위(심장)를 1분에 100회 가량 압박한다. 숨을 쉬지 않으면 인공호흡 2회, 심장 압박 30회를 반복한다. 심장을 압박할 때는 가슴이 4~5㎝ 들어갈 정도가 돼야 하는데, 두 팔을 곧게 펴야 한다.
▷3단계=지하철·공동주택 등에 비치된 자동제세동기(심장에 전기 충격을 줘서 심장이 다시 뛰게 하는 기구)를 이용, 맨 가슴에 전기충격을 준다. 구급차가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를 이용한 자극을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