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발표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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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웅 건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모(27)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여러 기업의 취업 서류전형에 통과했지만, 면접장에만 들어가면 덜덜 떨면서 말을 제대로 못해 떨어지곤 했다. 권씨를 진단해 보니 전형적인 면접 불안(발표 불안)이었다. 일정 기간 치료를 받은 권씨는 최근 "취업에 성공했다"며 인사차 필자의 진료실에 들렀다.

면접을 보거나 남 앞에서 발표를 하기 시작할 때 어느 정도 긴장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발표를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긴장감이 줄고, 말하려는 내용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긴장감이 줄지 않고 목소리가 떨리고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이 있다. 이런 증상을 스스로 의식하게 되면 남들도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모습을 남들이 비웃고 한심하게 여길 것이라는 생각까지 이어진다. 그러면서 긴장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 사이클로 들어선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 발표나 면접 한참 전부터 불안이 시작된다. '떨지 말고 대담해야겠다'고 아무리 다짐해도 실패한다. 결국 심한 자책감과 좌절감에 빠지고, 이후로는 아예 발표나 면접을 피하게 된다. 면접 보기가 무서워서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발표·면접 불안은 성장기부터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고, 남자가 여자보다 많다. 가족력이 있으면 2~3배 많이 생긴다. 환자를 진료해 보면, 발표·면접 상황이 아닌 일상 생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발표·면접 불안은 '정면돌파'해야 한다. 불안감을 일으키는 상황을 무조건 회피하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된다. 따라서 긴장되고 겁이 나더라도 남 앞에 자꾸 나서야 한다. 일부러라도 기회를 만들어 반복적으로 발표하면 대부분은 불안 증상이 줄어든다.

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 무작정 정면돌파하다가 더 크게 좌절할 수 있으므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특히, 발표를 할수록 실패를 반복하고 불안 증상이 완화되지 않는 경우, 면접을 억지로 하기는 하지만 그 순간 겪어야 하는 심정 불안과 고통이 심한 경우, 발표나 면접장에 도저히 나설 수 없는 경우 등은 치료를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우선, 항우울제·항불안제나 과도한 자율신경계 항진을 조절하는 약물을 써서 떨지 않고 발표나 면접을 하는 경험을 시켜 준다. 치료 기간은 일정 기준이 없으며, 치료 경과를 보면서 약을 얼마나 쓸 지 결정해야 한다. 약물과 함께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한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의 비적응적인 사고의 틀을 교정하고, 불안을 증폭시키는 발표 상황을 피하기보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 노출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