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러기 환자 10명 중 4명… 혈장 새어 나오는 '혈관부종'
동맥과 정맥 붙으면 출혈 잦고… 신생아 얼굴 반점은 정맥 문제
혈관염은 객혈 유발하기도
어릴 때부터 수시로 코피가 터지는 고등학생 류모(18·서울 강남구)군은 지난해 혈관에 선천적 이상이 있는 '동정맥기형' 진단을 받았다. 류군은 "그냥 두면 평생 코피에 시달리게 된다"는 의사 말을 듣고, 코 주변의 문제 혈관을 없애는 시술을 받아야 했다. 보통 혈관질환은 혈관이 딱딱해지거나(동맥경화) 막히는(협심증) 병 정도로 생각하지만, 그 외에도 혈관 모양이 이상하거나 피가 새는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혈관부종은, 혈관 안에서 흘러야 할 혈장(혈액의 구성 성분)이 혈관 밖으로 새어 나가 주변 조직을 붓게 하는 병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초콜릿·조개·땅콩 등 특정 음식을 먹거나 아스피린·소염진통제 등을 복용한 뒤 혈관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혈장이 잘 새어 나간다.
혈관부종이 소화기 점막에서 발생하면 복통·구토·설사를 겪고, 기도 점막에서 생기면 호흡곤란이 온다. 두드러기 환자의 40%가 혈관부종을 동반한다.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양민석 교수는 "특별한 이유 없이 복통·호흡곤란이 오면서 피부도 가려우면, 혈관부종일 수 있으므로 위내시경 조직검사나 혈액검사 등을 받으라"며 "항히스타민·스테로이드·에피네프린을 복용하면 낫는다"고 말했다.
별다른 원인 없이 증상이 나타나는 유전성 혈관부종도 있다. 혈액 속에 C1억제제라는 물질이 적은 게 원인이다. 붓는 정도가 심하고, 항히스타민·스테로이드·에피네프린으로는 치료가 어렵다. C1억제제·혈액응고제·다나졸 등을 복용하거나 혈장수혈을 받아야 한다.
◇동맥·정맥 엉겨 붙는 '동정맥기형'
동정맥기형은 동맥과 정맥이 엉기는 질병이다. 혈액 속 산소와 영양분은 모세혈관을 거치면서 몸 곳곳에 전달돼야 하는데, 동정맥기형이 있으면 이 과정이 생략돼 주변 조직의 기능이 떨어진다. 엉긴 곳은 혈류량이 많고 압력도 높아서 출혈이 자주 생긴다. 국내 유병률은 정확히 조사되지 않았지만, 외국(최대 4.5%)과 비슷할 것으로 의료계는 추정한다.
증상은 다양하다. 동정맥기형이 코 주변에 있으면 코피가 자주 나고, 팔·다리에 있으면 정맥류가 생기고, 손발 끝에 발생하면 혹이 생기는 식이다.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조용필 교수는 "허혈 괴사, 기도 폐쇄, 혈전증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증상에 따라 혈관조영술·초음파검사·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로 진단한다. 치료는 에탄올 등을 혈관에 주입해 혈관을 없애는 경화요법을 주로 하는데, 피부나 신경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
◇정맥 뭉치는 '신생아 혈관종'
신생아의 1~2.6%는 얼굴 정맥이 뭉치는 신생아 혈관종을 앓는다. 얼굴에 와인색 반점이 생긴다. 반점은 1년에 10% 정도씩 저절로 없어지다가 10세 전후에 완전히 사라진다.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유박린 교수는 "하지만 혈관종이 작아지지 않거나, 콧구멍·눈·입 주변에 생기면 혈관레이저 치료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혈관벽에 염증 생기는 '혈관염'
드물지만, 베게너육아종증·현미경적다혈관염·척스트라우스증후군 등은 특별한 원인 없이 혈관 여러 곳에 염증이 생기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건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권미혜 교수는 "증상이 워낙 다양해서, 환자들이 다른 진료과를 돌다가 마지막에 류마티스내과를 찾는다"고 말했다. 신장 혈관에 염증이 생겨 소변이 잘 안 나오면 신장내과를 찾고, 폐동맥에 염증이 생겨 객혈을 하면 호흡기내과를 찾는 식이다. 혈액검사·엑스레이·CT·MRI 등으로 진단하고, 스테로이드제나 면역억제제로 치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