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협심증으로 심장 혈관을 넓히는 스탠트시술을 한 뒤 꾸준히 약물치료 중인 이모(54)씨. 협심증 재발을 막기 위해 주치의가 권하는 모든 것을 했지만, 한 달에 2번 꼴로 생기는 흉통 때문에 고민이 컸다. 그런데, 올해 초 심장 움직임에 맞춰서 사지압박을 하는 치료를 하고부터 흉통 빈도가 4분의 1로 줄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강석민 교수는 “이 치료는 기존 수술·시술·약물 치료와 달리, 심장 혈관 자체를 강화해주는 신 개념 협심증 치료”라고 말했다.
◇혈액을 심장 혈관에 몰리게 해 효과
심장 혈관이 좁아지는 협심증일 때 써볼 수 있는 새 치료법이 국내 도입됐다. 심장의 움직임을 심전도로 살피면서 양 다리의 종아리부터 대퇴까지 세 부위를 혈압을 잴 때와 같이 천으로 감아서 혈관을 압박하는 사지압박심장치료가 그것이다. 처음엔 혈관을 80mmHg로 압박하다가 5분 간격으로 혈압을 올려서 첫날은 160mmHg, 그 다음날부터는 200~300mmHg에 이르게 한다. 좁아진 심장 혈관에 혈액이 점차 많이 몰리게 해서 심장 혈관에 운동이 된다. 이 과정에서 혈관이 강해지고, 혈관의 가지가 뻗어나가 치료되는 것이다.
강석민 교수는 “사지압박심장치료는 심장 혈관을 강화시키고 혈관 곁가지가 만드는 것 외에 혈관 가장 안쪽 막에서 혈관을 확장하는 물질을 분비해 협심증 치료 효과를 높인다”며 “꽉 막힌 혈관을 뚫지는 못하지만 그 주변의 혈관을 발달시켜서 치료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치료를 수술·시술·약물 치료와 더불어 하면 심장 혈관이 일시적으로 좁아져서 발생하는 흉통의 빈도와 협심증의 재발 위험이 크게 준다는 국외 연구 결과가 많다. 강 교수는 “협심증 치료를 해도 흉통이 빈발하게 생기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이런 환자에게 이 치료가 흉통 빈도를 줄여서 삶의 질을 개선해준다”고 말했다.
◇심장 혈관 굳은 노인의 수술 대체해
사지압박심장치료는 협심증의 보조 치료로 쓰이나, 심장 혈관이 딱딱하게 굳은 노인·끈적끈적한 혈액 때문에 심장의 작은 혈관이 망가져버린 당뇨병 환자 같이 수술·시술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약물치료와 함께 첫 치료로 쓸 수 있다.
강석민 교수는 “기존에는 혈관 석회화 노인이나 당뇨병으로 혈관이 망가진 환자에게 약물치료 말고는 할 수 있는 치료가 없었다”며 “그러나 이 치료 도입으로 새롭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치료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치료는 미국에서 개발돼, 현재 미국·유럽에서 협심증, 심근경색, 부정맥, 심부전 등 다양한 심혈관 질환에 활발히 쓰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서 협심증에 쓰고 있다. 수술·시술·약물 치료와 달리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제대로 협심증 치료를 하려면 매주 5회씩 7주간 1시간씩 총 35회 치료가 필요하고, 비용이 1회에 10만원이라는 단점이 있다. 아직 국내에선 세브란스병원 한 곳에서 가능하다.
강석민 교수는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 되지 않고 치료 기기가 다른 의료기관에 보급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며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치료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