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고등학교 2학년 생인 김(18·男)군은 서울아산병원 수술대에 올랐다. 간경화로 힘들게 투병중인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기증하기 위한 수술을 자청한 것이다. “미안하고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아버지에게 김씨는 “수술 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행복하게 살아요”라며 함께 잡은 두 손을 놓지 않았다.

최근 가족에 대한 개념이 희미해지고 세대 간 갈등도 심해지면서 우리사회에 효(孝)에 대한 의미가 퇴색돼 간다고 하지만 ‘효심의 나라 한국’이라는 명성답게 아직 까지 우리 주위에는 진정한 가족애와 효를 보여주는 자녀들이 많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이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어버이날을 하루 앞두고 1990년부터 최근까지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생체장기이식의 기증자를 분석한 결과, 전체 간 기증자의 절반이 넘는 53.1%의 기증자가 자녀인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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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제공

생체 장기이식은 뇌사자의 장기기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연구하고 발전시켜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 의료기술로 간, 신장, 췌장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기증자 분석 결과 총 3587명의 생체 간이식 기증자(기증자가 2명인 2대1 간이식 수술 기증자 734명 포함)에서 절반이 넘는 1903명(53.1%)의 기증자가 자녀로 나타났으며, 형제자매 412명(11.5%), 배우자 224명(6.2%) 순이었다.

더불어 1903명의 자녀 기증자 중 아들은 1386명, 딸은 517명으로 조사됐는데, 남성이 여성에 비해 체격이 큰 만큼 기증할 수 있는 간의 양도 더 많아 기증자로 적합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자녀 중에서도 아들의 기증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황신(간이식팀) 교수는 “간이식 환자는 말기 간질환 및 급성 간부전 등으로 환자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고위험 응급 상황이 발생해 즉각적인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기증자를 빠르게 찾아야 하는 이 때 주저 없이 기증을 자처하는 효자 효녀들이 많기 때문에 자녀 기증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장의 경우 2290건의 생체 기증자 중 형제자매가 924명(40.3%)으로 가장 많았으며, 배우자 346명(15.1%), 부모 335명(14.6%), 자녀 291명(12.7%) 순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한덕종 교수(신췌장이식팀)는 “신장은 만성 신부전 등으로 오랜 기간 투석 치료를 병행하다가 이식을 시행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간이식 보다는 상대적으로 응급수술이 적고 다소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기증자를 형제자매 등 주변까지 확대해서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당뇨의 완치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장과 간처럼 안전한 기증이 가능하지만 아직 국내 인식이 부족해 더욱 활성화가 필요한 췌장의 이식의 경우 전체 18명의 생체 기증자 중 가장 많은 7명의(38.9%) 기증자가 부모였다.

한덕종 교수는 “생체 췌장이식은 수혜자 대부분이 소아 때부터 인슐린 분비가 거의 되지 않는 1형 당뇨병 환자가 많기 때문에 타 장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모의 기증 비율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황신 교수는 “지금까지 간 기증자는 물론 이식 수혜자 모두 안전하게 수술을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을 하고 있는데, 자녀들의 효심을 성공적인 환자 치료로 연결하고 보답한 것 같아 나 역시 모든 분들에게 고맙고 가슴이 뭉클해진다”며 “평소 무뚝뚝해 보이던 자녀들도 가족 앞에 큰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너나 할 것 없이 발 벗고 나서는 만큼 ‘효심의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말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는 2011년 국내 최초 간이식 3000례, 2012년 국내 최단기간 신장이식 3000례, 2013년 국내 최초 췌장이식 200례 등을 달성하며 매 년 300명이 넘는 해외 의학자가 연수를 오는 등 국내외 장기이식 수술을 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