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아 급성 중이염 치료법 - 면역력 생겨 자연 치유도 돼
나중에 항생제 써도 결과 비슷… 고름 심하면 바로 처방해야
복용 땐 임의로 약 끊지 말고 치료 중 병원 옮기지 말아야

15세 미만 유·소아들이 잘 걸리는 급성 중이염은 항생제 처방이 많은 것 중의 하나다. 급성 중이염은 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을 타고 콧물 등이 들어가 고막 등에 염증을 유발, 귀 통증과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난청 등 합병증 우려 때문에 초기부터 항생제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들어 처방이 바뀌고 있다.

"만2세 이상은 발병 2~3일 뒤에 항생제 써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안중호 교수에 따르면, 2008~2009년 미국 등에서 '2세 이상의 경우 급성 중이염 발병 후 항생제를 2~3일 내에 쓰든 이후에 쓰든 치료 성과나 합병증 위험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와 진료 지침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미국·유럽·일본 등에서는 급성 중이염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높은 24개월(만2세) 미만의 아기에게만 항생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24개월 이상의 유·소아라면 48~72시간 이내에는 귀 통증·고열 등의 증상 완화 치료를 먼저 하고, 증상이 계속될 때만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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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아의 급성 중이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 가이드라인이 바뀌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급성중이염에 걸린 2세 이상 유·소아는 항생제 없이 증상완화 치료만 하면서 2~3일 지켜봐야 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급성 중이염은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 때문이라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가 필요 없고, 2세 이상은 면역력이 어느 정도 완성돼 자연치유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이과학회 등 국내 의료계도 2010년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 '유·소아 중이염 진료지침'을 제정했다.

항생제처방률 여전히 높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2년 1월부터 6월까지 7649곳의 병·의원을 조사한 결과, 15세 미만 유·소아에 대한 급성 중이염의 항생제 처방률은 88.67%로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 49.94%, 병원 86.35%, 의원 89.15%으로, 의원이 상급종합병원보다 두배 가량 항생제를 많이 쓰고 있었다. 안중호 교수는 "과거에 비해 항생제 처방이 줄긴 했지만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소리귀클리닉 유신영 원장은 "이비인후과 의사들 상당수가 항생제 진료 지침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의사가 아무 처방없이 2~3일 기다려보자고 하면 부모 대부분이 매우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신정은 교수는 "중이염을 앓는 소아의 2~3%는 난청, 안면마비, 만성 중이염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생긴다"며 "특히 난청의 경우는 한번 생기면 돌이킬 수 없으므로, 의사들이 합병증에 대한 책임 부담 때문에 바뀐 가이드라인을 따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항생제를 꼭 사용해야 하는 중이염도 있다. 세균 감염으로 인한 급성화농성 중이염에는 항생제를 써야 한다. 이 질환에 항생제를 쓰지 않으면 염증이 귀의 뼈(유양돌기염)까지 확산될 수 있고, 중이염이 만성화되며 청력이 소실될 위험이 있다. 안중호 교수는 "염증은 없지만 귀에 물에 찬 삼출성 중이염은 원칙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지만, 상당수가 부비동염(축농증)도 있다"며 "부비동염 때문에 항생제를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임의로 약 끊으면 내성균 위험 높아

항생제 복용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복용법이다. 항생제는 중증도에 따라 5~10일 정도 복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복용 2~3일째에도 귀 통증, 발열 등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다른 항생제로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항생제가 무조건 안 좋다는 인식 때문에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임의로 끊으면 내성균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내성균으로 약효가 안 듣는 항생제가 많아지면, 나중에 감염 질환에 걸렸을 때 쓸 수 있는 항생제가 없어진다. 유신영 원장은 "중이염이 잘 낫지 않는다고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옮겨다니는 것도 좋지 않다"며 "병원을 옮기면 같은 약을 중복 처방할 위험이 있고, 처음 처방한 항생제가 안 들었을 때 그 다음에 쓸 수 있는 항생제를 처방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부터 유·소아 급성중이염에 항생제 등의 약제를 적정하게 사용했는지를 평가하고 있다. 1등급을 받으려면 ▷항생제 처방률은 낮고 ▷투약 일수는 적으면서 ▷가이드라인에서 우선 투여하도록 권고하는 항생제(아목시실린)의 사용 빈도가 높고 ▷부신피질호르몬(스테로이드제)의 처방률이 낮아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서 1등급을 받은 병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