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산화제 주사의 효능
음식·영양제로 먹을 때보다 항산화 물질 더 많이 흡수돼
"심혈관질환·암 환자에게는 어떤 영향 미칠지 아직 몰라"
항산화제 주사제는 하나의 제품이 아니다. 비타민C·비타민B1·셀레늄·리포아산·아연 등의 항산화 물질 한 가지 또는 여러가지를 수액에 넣어 만든 것이다. 따라서 병원마다 주사하는 항산화제 성분이 다를 수 있다. 주사를 원하는 사람의 증상에 따라 항산화 물질을 조합하거나, 의사가 선호하는 성분 위주로 넣기도 한다.
항산화제 주사는 주로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클리닉' 등에서 시술하며, 비용은 1회당 2만~3만원 하는 것도 있지만 20만원 정도 받는 곳도 있다. 그런데 이 주사를 맞으면 과연 기대한 만큼 효과가 있을까.
◇피부 트러블·갱년기 증상 개선
항산화 물질을 주사로 투여하면 음식이나 영양제로 섭취할 때보다 훨씬 많이 흡수된다. 비타민C를 식품이나 영양제로 섭취하면 하루 1000㎎ 내외지만, 주사로는 한 번에 1만㎎이 몸 안에 들어간다.
차움 디톡스슬리밍센터 이윤경 교수는 "항산화제 주사를 맞으면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리는 몸 속 활성산소가 줄어서 여러 가지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며 "적지 않은 사람이 주사를 맞는 즉시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팀이 피로감 때문에 병원을 찾은 성인 19명에게 고용량 비타민C를 혈관주사로 넣었더니, 피로도 점수가 5.2점에서 3.3점으로 낮아졌다. 이외에도 항산화 물질이 피부 트러블·숙취·갱년기 증상 등을 개선한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이 주사가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항산화제 주사는 활성산소를 없애서 효능을 내므로, 몸속에 활성산소가 별로 없거나 항산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웅선클리닉 홍성재 원장은 "항산화제 주사를 맞기 전에 피검사로 활성산소의 수치를 잰다"며 "활성산소 수치가 낮은 사람이 항산화제 주사를 맞으면 오히려 신체의 항균 기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항산화제 주사는 대학병원에서는 치료 수단으로 쓰지 않고 있다.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안지현 교수는 "세포나 동물 대상의 실험 연구에서 항산화 물질이 활성산소를 줄이는 효과는 확인됐지만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 결과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50세 이상 남성 1만5000여 명에게 항산화제인 비타민C를 1일 500㎎(1일 권장량 70~100㎎)과 비타민E를 이틀간 1회씩 400IU(1일 권장량 22.4IU)를 8년간 먹도록 했는데, 동물 실험 결과처럼 혈관에 기름이 덜 끼고 변성을 막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질병 치료로 이용하긴 어려워
특히 심혈관질환·암 같은 질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 주사를 놓는 게 안 좋다는 주장도 있다. 캐나다 라벨대학 이사벨 배라티 교수팀이 두경부암을 앓는 사람에게 3년간 하루 400IU의 고용량 비타민E를 복용하게 했더니, 암 치료 중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지만 나중에 암 발병이 잘 되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안지현 교수는 "항산화제를 썼을 때 두경부암에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난 사람들을 분석했더니 주로 흡연자였다"며 "심혈관질환·암 환자에게는 항산화제 성분이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기 때문에 사용을 권할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