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하라" "안해도 된다" 의사마다 말 다른 이유

정씨의 말을 들어보니, A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척추고정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대학병원 신경외과의 한 교수는 신경감압술을 하자고 했으며, 이 병원 신경외과 다른 교수는 수술하지 말고 그냥 지내라고 권했다. B대학병원 정형외과에서는 인공디스크 수술을 권했다. 척추전문병원에서는 복강경을 이용한 척추유합술을 제시했다.
허리수술은 최소 3명의 의사에게 물어보고 결정하라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은 정씨와 같은 경험을 하고 오히려 갈팡질팡한다. 왜 의사마다 다른 진단을 내릴까?
대부분의 척추 질환 치료법은 크게 내과적 치료과 외과적 수술의 두 가지 갈래로 나뉘어 있다. 내과적 치료와 외과적 수술 모두 다양한 방법이 개발돼 있기 때문에, 의사마다 환자에게 적용할 최적의 치료법이 무엇인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물론, 신경 손상을 동반한 중증 척추관협착증처럼 내과적 치료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외과적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척추디스크처럼 초기에는 내과적 치료가 가능하지만 때가 늦어서 신체 구조의 변형이 오면 외과적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신경 손상으로 인한 마비가 생긴 경우 등 수술 밖에 대안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척추 질환은 보존적 치료를 먼저 해보고 이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에 수술한다.
그렇다면, 의사마다 다른 치료법을 추천할 경우 환자는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할까? 척추 질환은 당장 생명을 앗아가지는 않으며, '삶의 질'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치료법도 환자 자신의 삶의 질에 따라서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당장 도저히 견디지 못할 만큼 불편하면 수술을 택하고, 좀 불편해도 참고 살 수 있으면 수술은 뒤로 미루고 참으면서 살아도 된다.
즉, 상당수의 척추 질환은 환자의 가치관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 해야 하는 질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