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학업 스트레스, 왜 이리 많은 걸까?
- 정신건강의학과 찾는 청소년 부쩍 늘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청소년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자의보다 타의에 의한 경우가 많겠지만, 이들 방문의 가장 큰 이유가 부모와의 불화라고 한다. 무엇이 부모와 자녀 사이를 갈수록 어렵고 힘들게 만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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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기대치
세대 간 불화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단 자녀의 수가 갑자기 줄어든 것, 그리고 부모세대가 자식에게 원하는 바가 획일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 싶다. 부모의 관심이 온통 아이에게만 집중되다 보면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고 완수해야 하는 여러 일들을 분리시키고 개별화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한마디로 심리적 발달이 멈추게 되는 것이다.

심리적 발달이 멈춘 아이는 부모와 한 몸처럼 성장하고, 부모에게도 자식은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분신이 되어 버린다. 부모는 자녀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의 욕구충족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보니, 자녀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하게 된다. 아이 처지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소망보다 부모가 바라는 목표가 내면에 자리잡게 되니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간섭받기 때문에 부모와 충돌하게 된다.

부모는 격변하는 사회에서 자녀가 낙오되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는 불안이 내재되어 있다. 부모의 불안은 자녀와의 관계에서 여러 가지 신호(부모 반응이나 태도)를 통해 자녀에게 전달된다. 그 결과, 아이도 불안감을 갖게 된다. 내면에 불안이 자리잡게 되면 대부분 그것과 싸우느라 그 외의 것을 볼 여유가 없어진다. 부모와 자녀의 갈등 양상을 살펴볼 때,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의 스트레스
이런 원인에 의해 야기된 아이의 스트레스가 해결되지 않은 채 부모가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면 청소년우울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 청소년우울증은 성인우울증과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진단과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우울증의 전형적 증상인 우울한 기분에 더해 화, 짜증, 공격적·충동적 행동 등을 보인다. 등교 거부나 비행, 대인관계 위축, 학업 성적의 급격한 저하, 인터넷 또는 약물 중독, 자해 등과 같은 행동 문제로 분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을 사춘기 반항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병을 키우기 십상이다. 자녀가 이같은 문제 행동을 보이면 우울증이 아닌지 의심해 보고, 전문의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소통의 연습 다소 막연하게 들릴 수 있지만, 평소 자녀와의 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녀와 현명하게 싸울 줄 알아야 한다. 평소 자녀와 서운한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자리에서 감정을 실어 화를 내고 싸우거나, 반대로 자녀와 대립하는 것이 싫어 ‘내가 참고 말지’ 하고 지나쳐선 안 된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서로의 감정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발단이 된 문제에 대해 서로의 의견・감정을 확인하고 그것을 현명하게 다루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평소 이런 과정을 갖지 않고, 수시로 부딪히거나 반대로 외면해 버리면 시간이 갈수록 부모와 자녀 사이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품고 사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런 방법의 시도조차 쉽지 않고 대립이 더 격화되거나, 청소년우울증 양상이 보인다면 전문의에게 조언을 구하자.

자립심
자녀가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것은 2차적인 문제다. 자녀들이 1차적으로 무엇인가 하려 해도 자기 생각처럼 안 되기 때문에 의존하게 된다. 이때 부모가 도와 주어야 할 것은 무작정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자녀가 무엇을 해야 할지 같이 고민하는 작업이다.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마치 무대 위 무용가의 공연을 감상하는 것처럼 지켜보는 태도를 가지자. 한편으론 그 공연을 보면서 깊은 공감을 통한 적절한 반응과 격려로 자녀의 흥을 돋워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의 몫
청소년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앞으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늘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하며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우선 자신이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길은 아니지만 부모의 바람 혹은 남들의 평가를 중요시하기에 평생 그 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 다른 한 사람은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만 있다면 누구의 평가에도 얽매이지 않고 도전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누구의 삶이 더 행복할지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부모는 아이가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먼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질문할 줄 아는 아이로 키워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