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인 김모군(17·서울 은평구)은 학교에 가면 점심시간을 제외하곤 수업 시간 내내 잠을 잔다. 방과 후 학원에 가 있는 동안에도 마찬가지다. 학교 선생님들은 김군이 반항한다고 생각해서 체벌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김군은 억울하다. 참으려고 해도 계속 잠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기면병 때문이다.

쏟아지는 잠, 게으름 아닌 질병

김군처럼 기면병이 있으면 밤에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낮에 졸음이 쏟아진다. ▷갑자기 근육에 힘이 빠지거나 ▷밤에 잘 때 가위에 눌리는 것처럼 마비증상이 오거나 ▷잠이 들고 깰 때 환각을 느끼는 것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기면병은 뇌의 '히포크레틴'이라는 세포가 줄어서 생기는 수면장애다. 히포크레틴이 왜 줄어드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 환자는 약 2000명이며, 2006년부터 2010년에 걸쳐 환자 수가 약 2배로 증가했다(대한수면의학회 자료). 기면병은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초등학생부터 20대 초반 대학생에게 많다.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승철 교수는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 중 60% 정도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사이의 청소년"이라고 말했다.

네 가지 증상이 다 나타나지 않고 낮에 졸리기만 하는 환자도 많다. 앉은 채로 말을 듣거나 공부를 할 때는 더 졸린다. 이 때문에 수업 중 수면부족으로 잠을 자는 학생과 기면병 때문에 졸음이 쏟아지는 학생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전날 푹 잤는데도 벌을 받거나 시험을 치는 도중에, 밥을 먹는 도중에 졸았다면 기면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 늦으면 대인기피증도

기면병을 생활습관 탓으로만 보고 치료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워진다. 홍승철 교수는 "우울증, 기억장애, 집중력 장애, 학습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기면병이 의심되면 수면다원검사와 다수면잠복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기면병으로 진단되면 중추신경각성제인 프로비질(성분명 모다피닐) 등을 처방한다. 홍승철 교수는 "약만 먹어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 좋아진다"고 말했다. 오전·점심시간에 한 번씩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20분 이내로 낮잠을 자고, 밤에는 7~8시간씩 규칙적으로 잠을 자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 김하윤 헬스조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