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감기처럼 열 나는데… 구토·발진·복통 땐 다른 병 의심을
김현정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2/11/21 09:17
가렵지 않은 발진, 쯔쯔가무시병
기침 없고 윗배 통증땐 A형 간염
치료 시기 놓치면 합병증 위험
지난달 초 등산을 한 뒤 열이 나면서 근육통이 생긴 자영업자 박모씨(54·경기도 군포시)는 몸살 감기가 왔다고 생각하고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사 먹었다. 그러나 2~3일간 열이 계속 오르내리면서 낫지 않았다. 며칠 뒤에는 다리에 붉은 반점까지 생겼다. 결국 병원에 갔는데, 쯔쯔가무시병이 악화돼 폐렴 합병증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고 사흘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요즘처럼 기온차가 심할 때 발열, 근육통 등이 나타나면 감기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대처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증상은 감기와 비슷해도 합병증이 심하고, 이 때문에 사망까지 할 수 있는 질환들이 있다.
◇쯔쯔가무시병:발진과 안구통
쯔쯔가무시병은 나무에 사는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생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6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데, 10~12월에 98%가 집중된다. 항생제 치료로 대부분 낫지만 제 때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심부전, 순환장애, 폐렴 등 합병증이 생겨 사망할 수도 있다.
쯔쯔가무시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30%에 달한다. 감염되고 1~2주 정도 후에 증상이 나타나므로, 등산 후 2주 이내에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
▷감기 증상과 다른 점=쯔쯔가무시병을 의심할 때는 벌레 물린 자리가 있는지 살펴보는 경우가 많은데, 상처가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구별이 어렵다. 감기와 다른 점은 열이 나고 4~5일 정도 지나면 피부에 발진이 생긴다는 점이다. 열성 발진이 나더라도 가렵지는 않다. 또 눈과 관자놀이 부위의 통증이 심하다.
◇뇌수막염:열 동반한 두통과 구토
뇌수막(뇌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투해 염증이 생기는 뇌수막염도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들이 걸릴 경우 뇌염 등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세균성 뇌수막염도 항생제 치료를 제 때 하지 않으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순천향대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항생제 치료가 늦어지면 10~15%는 사망하고, 생존해도 난청, 시력 손상 등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뇌수막염이 의심되면 뇌척수액 검사나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에 앞서 항생제 치료도 반드시 받아야 한다.
▷감기 증상과 다른 점=식욕이 없어지고, 작은 자극에도 온 몸이 아픈 몸살, 38도 정도의 열이 나는 것은 감기와 비슷하다. 다른 점은 두통이 매우 심하고, 구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12시간 이상 방치하면 목이 뻣뻣해지고, 빛에 대한 공포감도 느끼게 된다. 이 시기를 놓치면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A형 간염:오른쪽 윗배 통증
초기 A형 간염은 감기와 초기 증상이 유사하다. 감염되고 15~50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나타나는데, 잠복기에 가장 전염이 잘 된다. 보통 얼굴과 눈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생겨야 간염이라고 깨닫는데, 이때는 치료 시기가 늦은 상태다. 치료가 늦으면 간부전 등 합병증 위험 때문에 한 달 이상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항체 보유율이 10%대에 그치는 10~30대에게 주로 발병하지만, 사망률은 50대 이상에서 2%로 크게 높아진다. A형간염 환자 전체의 평균 사망률은 0.4%다.
▷감기 증상과 다른 점=콧물과 기침이 없고, 39~40도 정도의 심한 고열과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초기에는 근육통과 오한이 생기며, 진행되면 오른쪽 윗배가 아프다. 이 때부터는 간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하므로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얼굴이 노래지는 황달과 소변색이 콜라색이 될 정도까지 되면 4~5일 이상 경과된 상태라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