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항생제는 세균잡는 약… 바이러스 질환인 감기엔 쓰지 말아야"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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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송재훈 교수
"항생제를 감기약으로 오해해서 남용하는 것도 문제고, 거꾸로 내성이 겁난다며 꼭 써야 하는 상황인데도 항생제를 거부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대한감염학회 이사장)〈사진〉는 "바이러스 질환인 감기에 세균 잡는 항생제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며 "세균성 폐렴, 기관지염, 축농증 등 세균 감염이 2차로 발생했을 때에만 항생제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0년 현재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의료기관이 절반 이상이며, 감기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에게 항생제를 쓴 병·의원도 2300곳이 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2010년 감기에 쓴 항생제 중 21.6%는 0~9세 어린이에게 처방됐다.

송 교수는 "감기에 항생제를 쓰는 병·의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청 위탁을 받아 일반인 1000명을 설문 조사해 보니, '감기에 항생제가 효과가 있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71.4%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항생제 오남용의 이유에 대해 송 교수는 "수 십년 간 의료계나 일반인 사이에 '일단 항생제를 쓰고 보자'는 생각이 퍼져 있었다"며 "이 탓에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률이 지난 30년간 폭발적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항생제는 의사가 처방한 분량을 다 먹지 않고 중도에 임의로 끊어도 내성이 생긴다. 송 교수는 "이런 일이 국내에는 비일비재하다"며 "식약청 위탁 조사 결과, 우리나라 사람의 80%는 처방받은 항생제를 의사 지시 없이 임의로 복용 중단해도 된다고 생각했고, 28%는 먹다 남은 항생제를 다른 병에 임의로 복용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거나 항생제 오남용을 줄여야 한다. 송 교수는 "항생제는 큰 수익을 내는 약이 아니라 제약업계에서 개발에 소홀하다"며 "지난 20년간 새로 개발된 항생제는 2종류에 불과하고 전세계에서 항생제를 개발하는 제약사 수도 40여 곳에서 5곳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결국, 의료계와 일반인의 항생제 오남용 방지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송 교수는 "현재와 같은 항생제 오남용이 방치되면 내성률이 계속 치솟아 항생제가 없던 100년 전과 같은 세균 무방비 상태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감염학회는 대한화학요법학회·질병관리본부와 함께 항생제를 제대로 알고, 제대로 복용하자는 '제대로 제대로'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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