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치마 고집하는 아들, 알고 보니 性 정체성 혼란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 김하윤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12/10/17 09:09
남자 혐오해 여자처럼 행동 여아도 서서 소변 보면 의심
"잘못된 양육 방식이 원인" 악화시 성전환 수술 가능성
한국정신건강연구소 황원준 원장은 "소아 성 정체성 혼란으로 우리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몇년 전만 해도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는 한 달에 한 명 꼴로 늘었다"며 "1가구 1자녀, 소아 스트레스의 증가 등으로 인해 그런 아이들의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정체성 혼란이 '성 정체성 장애'라는 질병으로 이어질 경우 성전환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황원준 원장은 "그 수가 10년 전 6~7만 명 중 한 명 꼴에서 최근 5만 명 중 한 명 꼴로 늘었다는 점은 성 정체성 혼란을 겪는 아동이 늘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대 성(性) 역할만 고집"
소아 성 정체성 혼란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행동과 양육방식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성 정체성이 확립되는 생후 18개월 무렵에 아들에게 습관적으로 머리 핀을 꽂아주거나 딸에게 남아용 장난감만 사주면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편부모 가정이면서 엄마나 아빠 이외의 사람들과 교류가 없는 탓에 남녀 성 역할을 배우지 못해도 그럴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는 "자녀를 한 명만 낳아 남녀 역할을 모두 수행하기를 기대하거나, 조기 교육 등 스트레스를 받을 상황이 많아지는 사회 현상도 성 정체성 혼란이 늘어나는 것에 한 몫을 한다"고 설명했다.
◇'성 정체성 장애'로 발전하기도
소아 성 정체성 혼란을 방치하면 사춘기 이후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 하거나 극심한 우울증, 양극성장애, 조현병(정신분열증), 자아 부정 등을 함께 겪을 수도 있다. 심하면 '성 정체성 장애'로 발전되기도 한다. 조아랑 교수는 "드물긴 하지만, 소아 성 정체성 장애로 이어지면 성인이 돼 성 전환 수술을 받거나 동성애자가 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는 선천적인 동성애자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부모의 역할 분담이 중요해
소아 성 정체성 혼란은 부모가 바뀌면 어느 정도 바로 잡을 수 있다. 소변을 보는 방법 등 기본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자신이 어떤 성을 갖고 있는지 인식시켜줘야 한다. 황 원장은 "아이와 하는 활동 몇 가지를 부모가 각각 분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예를 들어, 종이접기·색칠하기·실뜨기 등은 항상 엄마가 함께 하고, 공놀이·그네 타기 등은 항상 아빠가 함께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조아랑 교수는 "하지만 여성성·남성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과민 반응하면 오히려 아이의 성 정체성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