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건강
원인 알 수 없는 복통·두통, 혹시 근육 문제?
취재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2/10/15 10:35
원인 불명 복통과 두통, 통증 유발점 탓?
김동휘 재활의학과 교수팀은 복통 때문에 정밀검사를 했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환자에게 통증 유발점(활동성 근막유발점)을 없애는 주사치료를 했다. 그 결과, 복통이 사라진 사람이 전체 환자의 74%에 달했다. 김동휘 교수는 “복벽 통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복부 근육 내 근막유발점에 의해 통증이 생기는 근막통증증후군이 가장 흔하다”며 “근막통증증후군은 등이나 복부가 아닌 다른 부위로 통증이 퍼져서 다른 장기의 질병과 혼동할 수 있는데, 여러 검사 후에도 원인을 찾지 못하고 통증이 지속되면 이 병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성 긴장성 두통과 근막통증증후군과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도 있다. 손종희 재활의학과 교수팀은 두통이 없는 정상 그룹과 만성 긴장성두통 그룹에서 머리 주변 근육의 통증 유발점 개수를 확인했다. 그 결과 정상 그룹은 0개, 만성 긴장성두통 그룹은 평균 2.4개였다. 손종희 교수는 “머리나 목 뒤가 뻐근하고 당기면서 무거운 느낌이 지속되는 긴장성 두통의 70~80%는 활동성 근막유발점이 원인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불량한 자세, 스트레스가 원인
복통과 두통을 유발하는 근막통증증후군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해서 생기므로 불량한 자세가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복통과 두통을 유발하는 근막통증증후군은 하루 종일 컴퓨터 작업을 하는 30~50대 직장인에게 흔한데, 대부분 목을 앞으로 내밀고 허리는 구부정한 자세에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세 때문에 근육이 지나치게 수축하면 근육 주변에 젖산 같은 물질이 많이 쌓이고, 이것이 근육 주위 혈관을 누르기 때문에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이 잘 가지 못하고, 이로 인해 염증이 초래될 수 있다.
의료계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근육에 활동성 근막유발점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본다. 혈액순환장애나 운동 부족, 스트레스, 바이러스감염, 운동이나 레저활동으로 생긴 근육 손상 등도 근막통증증후군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또, 근막유발점이 생기면 근육이 뻣뻣해지고 통증을 유발해서 덜 움직이게 되므로 근육 긴장이 가속화되는데, 이 때문에 근막유발점이 더 많이 만들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전신 어디에나 나타날 수 있는 통증유발점
3일 이상 통증이 지속되면서, 통증 부위를 눌렀을 때 아픈 부위가 바뀌지 않고 통증이 심해지면 근막통증증후군으로 진단한다. 근막유발점은 0.5~2cm 정도로 작고 단단하게 뭉쳐 있는 매듭이나 팽팽한 띠 같은 모양으로, 전신 어디에나 생길 수 있다. 이 점을 손으로 누르면 누른 곳을 비롯해 주변 다른 부위로 심한 통증이 뻗치는 특성이 있다. 이 통증유발점에서 만들어낸 통증 신호가 중추신경계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눌렀을 때는 잘 만져지지 않지만, 의료진은 통증유발점을 눌렀을 때 미세한 수축까지 감지할 수 있다.
그 밖에 통증유발점이 생기면 저리거나 힘이 빠지는 느낌 등 이상 감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 병이 심해지면 균형감각이 떨어지고, 어지럼증이나 이명이 생길 수 있다. 병이 악화될수록 쉽게 피로해지며, 불면증·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다.
통증 심하면 주삿바늘로 통증 유발점 없애
근막통증증후군은 주로 마취통증의학과나 재활의학과에서 치료한다. 가벼운 통증이면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스트레칭을 자주 해준다. 휴식을 취하면서 마사지나 온열치료 같은 물리치료를 병행해야 치료 효과가 높다. 물리치료는 1주일 간격으로 2~3회 받는다. 불량한 자세가 원인이면 자세교정을 한다. 골반이 틀어지고 척추와 다리가 휘어져서 신체 좌우 균형이 맞지 않는 부정렬증후군이 있을 때는 척추보조기, 기능성 발보조기 같은 보조기를 써서 적극적으로 교정한다. 이런 치료에도 효과 없거나 통증이 심하면 통증을 유발하는 근육 부위에서 활동성 근막유발점을 찾아 없애는 주사치료를 1주일 간격으로 3~4회 받는다. 대부분 특별한 검사 도구를 쓰지 않고 의사가 손으로 직접 찾지만 요즘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초음파를 쓰기도 한다.
주삿바늘을 찔러서 활동성 근막유발점을 파괴하는데, 이때 주삿바늘만 넣거나 보툴리눔톡신·스테로이드·마취제·생리식염수 등을 0.1~0.2mL 주입한다. 주삿바늘을 넣어서 자극을 하면 체내에 근육을 풀어 주는 효과가 있는 아세틸콜린 분비가 촉진돼, 통증이 경감되고 근육 움직임 범위가 넓어진다. 주사치료로 원인 불명 복통 환자의 70% 이상이 효과를 보고, 긴장성 두통 환자의 60~70%가 좋아진다. 근막통증증후군은 오래방치할수록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데, 긴장성 두통이 15일 이상 3개월 넘게 지속된 사람은 치료를 해도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
근육 부담 줄이는 스트레칭 습관화해야
근막통증증후군은 근육 긴장을 덜어 주면 재발을 막을 수 있으며, 병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방·재발방지 방법은 잘못된 자세를 교정하고, 근육 긴장을 완화해 주는 스트레칭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김재형 교수는 “똑같은 일을 반복하거나 자세가 나쁘면 근육이 긴장돼 근막통증증후군이 재발한다”며 “치료와 병행해서 나쁜 자세 교정과 적합한 운동법을 환자가 알게끔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자세를 유지하려면 목부터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척추의 부드러운 곡선을 유지하면서 어깨는 펴고 시선은 정면을 향하는 자세를 취하는 습관을 들인다. 비대칭 자세는 피한다. 대표적으로 전화기를 목과 어깨 사이에 끼우고 통화하는 자세이다. 스트레칭은 적어도 하루에 5~6회 이상 1~2시간 간격으로 한다. 올바른 자세도 오래 한 자세로 있으면 근육에 부담을 준다. 20분 간격으로 스트레칭하고 다시 바른 자세를 취하는 습관을 들인다. 근육을 조이고 압박하는 옷은 피한다. 속옷이나 양말은 최대한 덜 조이는 것을 착용하고, 넥타이나 허리띠는 가급적 착용하지 않는다.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고 요가 같은 근육 이완 운동을 배우는 것도 도움된다. 잠을 잘자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해결하는 습관이 이 병을 예방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