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비만 청소년 30~40%, 대사증후군 앓는다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2/09/19 08:02
소아비만의 위험성
비만은 에너지 대사과정에 문제가 생기는 대사증후군을 일으킨다. 대사증후군은 내당능장애(당뇨병 직전 단계), 죽상동맥경화(혈관 안쪽이 딱딱하게 굳는 단계), 복부비만, 고혈압, 고지혈증이 두 가지 이상 한꺼번에 나타난 상태다. 대사증후군이 생기면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해 혈당수치가 올라가거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한꺼번에 생길 수 있다. 방치하면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등 심뇌혈관질환으로 발전한다.2007년 미국 소아과학술지 발표 논문에 따르면, 25년간 700여 명을 추적한 결과 소아청소년기에 대사증후군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14.7배나 됐다. 우리나라 소아 청소년(10~19세) 중 대사증후군이 나타나는 비율은 9%를 넘지 않는데 비해, 비만 소아청소년의 경우 30~40%가 대사증후군 증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몸 속에 필요 이상으로 많이 쌓인 지방은 세포 뿐 아니라 혈관벽에 쌓여 염증을 만드는 고지혈증을 일으킨다. 우리나라의 19세 이하 고지혈증 환자는 2007년 6541명에서 2011년 1만1107명으로 급증했다.
지방세포는 췌장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를 공격, 인슐린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게 한다. 몸 속 지방은 인슐린이 만들어져도 포도당을 소비하지 못하게 해 당뇨병을 일으킨다. 19세 이하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2형 당뇨병) 환자는 매년 4000명 이상 발생한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지방이 간세포에 쌓이면 간 속 미세혈관과 임파선을 압박해 산소와 영양공급을 차단한다. 비만일 경우 유리지방산의 분해가 늘어나 이를 이용하는 중성지방도 함께 늘어난다. 이 중성지방이 간에 쌓이면 지방간이 된다. 간에 쌓인 지방은 염증반응을 통해 간을 딱딱하게 만드는 간섬유증을 일으키는데, 국내 소아비만 환자의 간섬유증 발병 위험은 정상 체중 아동의 3배다.
◇입학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생리를?
2차 성징은 뇌에서 분비된 생식선 자극 호르몬이 성호르몬 분비기관을 자극해 나타나는데, 정상적이라면 이 시기가 사춘기다. 살이 찌면 지방 세포의 렙틴이라는 물질이 성호르몬 분비를 유도해 성조숙증을 일으킨다. 만 14세 이하 성조숙증 환자는 2006년 587명이었지만 2007년 1014명, 2008년 2013명, 2009년 3398명으로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성조숙증이 생기면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성장판이 빨리 닫혀 더이상 키가 자라지 않게 된다. 비만으로 인한 성조숙 현상은 여아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방세포의 아로마타제라는 분비물이 남성호르몬을 여성호르몬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여아는 초경이 빨라지고 가슴이 봉곳해지는 반면 남아는 가슴이 커지거나 음경 크기가 발달하지 않는 '여성형 체형'으로 나타난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 관리할 수 없는 어린 나이에 가슴이 커지고 생리를 하면 스트레스가 커진다.
◇비만·우울증 악순환의 고리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태현 교수는 "정신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뚱뚱하다고 놀림을 받으면 자기 몸에 불만족하게 되고 친구들과 교류도 어려워져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울증이 있으면 수면장애, 불규칙적 식습관, 신체활동 부족 등으로 더 비만에 빠지는 악순환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비만 어린이가 삶의 질이 낮을 확률은 5.5배였고,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비율도 4배나 된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 소아과학술지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이 있는 학생들은 1년 후 비만이 될 위험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2.05배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