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시급한 지방 환자, 무조건 서울行은 곤란
건양대병원 3개 암 수술 1등급… 화순전남대·경북대도 호평
암환자들은 서울의 대형 병원을 선호한다. 하지만 유명 병원의 스타급 의사 진료를 받으려면 한 두 달, 수술까지는 3~6개월 기다릴 때가 많다. 이 때문에 수술 시기를 놓쳐 낭패를 보기도 한다.
대전에 사는 유모(80·여)씨는 2년 전 건강 검진에서 자궁경부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암세포는 대장에도 전이된 상태였다. 자녀들은 서울의 큰 병원으로 모시고 갈지 여부를 놓고 고민했다. 치료 여부가 불확실한데다 수술 예약 잡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에서 가까운 건양대병원 부인암센터 김철중 교수와 대장암센터 최원준 교수가 협진을 한 뒤 "말기지만 수술 성공 가능성이 있다"며 가족을 설득했다. 유씨는 7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은 뒤 회복, 지금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유씨처럼 지방 암센터에서 암 치료를 잘 받은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첨단 의료 장비와 의료진을 확보, 수준급 경쟁력을 갖춘 지방 암센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위암·대장암·간암 수술 사망률 평가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병원이 전국에서 51개였는데, 이 중 비수도권 병원이 16개였다. 대전 건양대병원도 그 중 하나다.

대전 건양대병원은 2007년 국내 처음으로 방사선 암치료 장비인 로봇사이버나이프를, 최근에는 방사선 치료의 3가지 요소(방사선량, 조사 모양, 조사 방향)를 가장 이상적으로 결합해서 치료하는 래피드아크를 도입했다.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는 병원은 국내 4곳 뿐이다. 이 병원은 뇌종양 수술의 권위자로 알려진 김종현 교수(신경외과), 췌장암 생검술(종양을 떼내 조직검사하는 것)을 갖고 있는 최용우 교수(소화기내과) 등 우수한 의료진을 보유하고 있다.
최교수는 "단순 대장암이 아닌 폐·간 전이 환자들의 치료후 5년 생존율이 50%가 넘는데, 이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화순전남대병원·경북대병원도 '1등급'
호남지역에서는 화순전남대병원과 전북대병원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 개원과 동시에 전남지역암센터로 지정된 화순전남대병원은 2010년 6대 암(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폐암, 갑상선암) 모두 수술 건수로 전국 5~8위에 올랐다. 박영규(외과) 교수는 수도권은 물론 외국 교포들도 찾아올 정도로 위암 수술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치유의 숲' 등 자연친화적 환경도 장점으로 꼽힌다.
전북대병원은 2008년 전북지역암센터로 지정된 이후 입원환자가 40%, 수술환자가 20% 늘었다. 2010년 폐암 수술 10위로 지방 병원 중 두 번째로 많았다. 이 분야 수술의 대가로 통하는 김민호 교수(흉부외과)가 있기 때문이다.
영남지역에서 환자가 많이 찾는 병원으로는 경북대병원과 영남대병원이 꼽힌다.
경북대병원은 2010년 암수술 건수가 대장암 6위, 간암 8위, 폐암·위암 9위였으며 위암·대장암·간암 사망률 평가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다. 수술을 잘 하는 병원 중 3대 암 수술비가 가장 싼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률 3개부문 1등급 병원인 영남대병원은 유방암 분야도 강하다. 2010년 수술건수 전국 7위로 지방 병원 중 가장 높았는데, 외과 이수정 교수 덕분이었다. 19일 의료원장으로 취임하는 이교수는 유방절제술과 재건술을 동시에 하는 '피부보존유방절제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다.
이밖에 부산대병원, 울산대병원, 연세대원주기독병원, 충남대병원도 암환자들이 많이 찾고 평가가 좋은지방 병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