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덜덜 떠는 얼굴, 귀 뒤에 내시경 넣어 고친다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2/07/25 08:30
안면경련증
주부 임모(60·서울 강동구)씨는 3년 전부터 왼쪽 눈가가 떨렸다. 영양 섭취를 제대로 못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영양제를 챙겨 먹었지만 증상은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딸에게서 "왼쪽 눈과 입이 삐뚤어진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놀라서 병원을 찾아갔다. 의사는 "얼굴 신경이 혈관에 눌려서 안면 근육이 떨린 것이며, 신경 손상을 오래 방치해서 왼쪽 얼굴이 굳었다"고 말했다.
◇근육 굳으면서 얼굴 일그러져
눈 주변이 떨려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이승환 교수는 "눈 바깥쪽 근육이 당기는 느낌이 들면서 떨리면 신경에 문제가 생긴 안면경련증"이라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검사받으라"고 말했다.
안면경련증의 원인은 나이가 들면서 동맥이 확장돼 신경을 누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강동경희대병원 조사 결과, 안면경련증 환자의 70% 이상이 중·장년층이었다. 매년 3000명 정도의 환자가 새로 생기며, 여성이 잘 걸리고, 증상은 주로 왼쪽 얼굴에 생긴다.
체내 마그네슘이 부족하거나 과로하면 눈 밑이 파르르 떨리는 안검경련과 다르다. 이승환 교수는 "안면경련증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고 놔두면, 입 주변까지 떨리다가 근육이 굳어져서 얼굴이 한쪽으로 일그러진다"며 "안검경련은 얼굴이 일그러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구안와사(염증성 안면 신경마비)나 뇌졸중 징후와도 차이가 있다. 구안와사는 이마·눈·볼·턱에서 뻣뻣한 느낌이 들고, 뇌졸중은 한 쪽 입이 마비된다. 이 때는 떨리는 증상이 없다.
◇미세혈관감압술로 치료
안면경련증으로 일그러진 얼굴은 치료받으면 대부분 원래대로 되돌아온다. 진단은 MRI(자기공명영상)로 하며, 귀 뒷부분을 5~6㎝ 째고 얼굴신경과 혈관 사이를 벌려주는 수술인 미세혈관감압술을 받으면 낫는다. 이 때, 신경 압박 부위가 잘 보이지 않으면 소뇌를 당겨서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최근에는 고해상도 내시경을 이용해 미세혈관감압술을 시행하는데, 내시경을 쓰면 신경 압박 부위가 잘 보여서 소뇌를 당기지 않는다. 3~6개월마다 보톡스를 놓아서 떨림을 억제할 수도 있지만, 근본 치료가 아니다.
안면경련증 중 최대 9%는 다른 질환에 의해 발생한다. 경북대병원 신경과 송현석 교수는 "뇌동맥류·동정맥 기형·뇌종양·지주막낭종·다발성 경화증도 얼굴신경을 눌러서 경련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원인 질환을 치료하고 3~6개월 정도 지나면 안면경련 증상도 대부분 완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