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홍모(56·대구 수성구)씨는 3년 전 구병원에서 대장 용종 절제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 이후로 매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최근 대장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 홍씨는 어머니가 다른 질환으로 여름에 수술을 받고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 선선한 가을까지 수술을 미룰까 고민했다. 하지만 담당 의사는 "요즘은 냉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수술 후 염증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내시경점막하박리법(ESD)으로 개복하지 않고 치료해 부담이 덜 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대구에 있는 구병원은 보건복지부가 대장·항문 질환 전문병원으로 지정한 4개 병원 중 수도권에 위치하지 않은 유일한 병원이다. 구병원 구자일 원장은 "지방에서 20여 년 동안 대장·항문 질환을 특화한 병원은 구병원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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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내시경을 받다가 용종이 발견되면 그 즉시 용종을 절제할 수 있다. 구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대장암 수술·검사 건수 매년 증가

치질 수술로 출발한 구병원은 영남대병원 심민철 전 의료원장(대장항문학회 이사장·회장 역임)을 의무원장으로 영입하면서 대장암 수술에서 두각을 보인다. 구병원의 전문의 28명 중 11명이 대장·항문 질환을 전문으로 보며, 매주 환자의 진료 정보를 공유해 국내외 대장·항문학회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이 덕에 대장암 수술 건수가 2009년 88건, 2010년 120건에서 지난해 153건으로 증가했고, 대장내시경 검사 건수도 2009년 8500건에서 지난해 1만2500건으로 늘었다.

맹장이나 위암 수술을 받아 대장이 유착됐거나, 게실 등의 대장·항문병 때문에 대장 구조가 복잡하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기 어렵다. 구병원은 이런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장내시경 검사 정확성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대구·경북 뿐 아니라 울산·경남 등 다른 지역의 검진 환자 비율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구병원은 내시경점막하박리법(ESD)을 활발하게 시행한다. 구자일 원장은 "내시경점막하박리법은 개복하지 않고 대장 점막에 생긴 용종이나 암을 내시경으로 떼어내는 치료 방법"이라며 "기존 내시경 시술로는 항문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용종이나 암만 떼어낼 수 있었지만, ESD로는 더 안쪽에 있는 것도 쉽게 없앤다"고 말했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일상 생활에 빠르게 복귀하기 때문에 휴가 기간을 이용해 받을 수도 있다.

원스톱 진료로 환자 불편함 덜어

종합 건강검진을 받으려면 보통 2개월 정도 기다려야 했는데, 구병원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올 11월 소화기내시경센터를 증축 완공할 예정이다. 구자일 원장은 "대장내시경·위내시경 검사 등을 한 번에 받고, 이상이 발견되면 원스톱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장·항문 질환 전문 치료센터에서도 검사와 치료가 한 군데에서 이뤄진다. 환자가 많이 몰리는 시간에도 대기시간을 최대 30분이 넘지 않게 했고, 치질 환자의 경우 검사부터 진료까지 최대 30분이면 끝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탈장센터는 입원하지 않고도 수술을 받고 당일 퇴원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고, 응급실에는 맹장염·장중첩·탈장 등의 응급수술이 가능하도록 외과 전문의가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구병원 대장항문센터에는 여성 환자가 심리적 부담 없이 진료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여성 대장·항문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