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리노 각막증은 라식하면 확 퍼져

안과에는 녹내장 외에 유전되는 질환들이 몇 가지 더 있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이 대표적이다. 상염색체 5번째 염색체에 이상이 생겨서, 검은 눈동자 각막 표면에 흰 반점이 생기면서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한국인 870명당 1명꼴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은 나타나는 유전자에 따라 동형접합자와 이형접합자로 구분한다. 동형접합자는 유전자 한 쌍이 모두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을 보유한 사람이고, 이형접합자는 염색체 중 한 쪽만 이상이 있는 사람이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라식·라섹 등각막에 상처를 내는 시력교정술을 받으면 5~7년 안에 반점이 급속히 번져서 젊은 나이에 시력을 잃는다. 일단 발병하면 근본 치료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시력교정술을 받기 전에 꼭 DNA검사를 해봐야 한다. 자외선에 노출되는 부위부터 반점이 시작되므로 선글라스를 끼어서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망막색소변성증은 망막을 구성하는 시세포층 중 빛을 감지하는 세포들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 시력을 잃게 되는 질환이다. 4000~5000명 당 한 명 꼴로 나타난다. 이 질환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이라고 추정한다. 우성, 열성, 반성유전 등 유전 성향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 병이 성염색체로 유전되면 증상이 빨리 진행돼 사춘기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고, 상염색체로 유전되면 20대 후반부터 나타난다. 보통 10세 전후에 야맹증이 나타나면서 시야협착과 시력저하가 시작되는데, 심한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얼마 전 영국에서 인공 전자 망막 이식술이 성공했지만, 보편화할 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전망이다.
눈의 유전질환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태어나자마자 발견할 수 있다. 어릴 때 몰랐다가 성장하면서 발현되면 실명을 피하기 어렵다. 시력을 잃지 않기 위한 관건은 조기치료다. 눈 유전질환으로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가족력이 있으면 반드시 진단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