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염색체 이상이 습관성 유산으로
30대 초반인 환자 A씨는 임신 6~8주 사이에 3회의 습관성유산을 겪은 후 2년간 임신이 되지 않았다. A씨에게 반복 착상 실패나 습관성 유산 원인과 관련된 검사를 실시했지만 정상 소견을 보였다. 하지만 배우자가 염색체 균형전좌(염색체의 위치가 바뀌긴 했지만 DNA 소실은 없는 상태로, 이런 염색체의 구조적인 이상은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정자를 생성할 때 염색체 감수분열에서 비정상 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만들어져 난임이나 습관성유산의 원인이 된다)를 나타내는 습관성 유산병력을 가진 환자였다. A씨의 경우에는 염색체의 구조적인 이상으로 착상전 유전진단의 대상이 되는 부부였기에 착상 전 유전 검사로 시험관아기를 시도했다. 현재 임신 28주로 진행한 이 아기가 국내에서 최초로 Array-CGH 기법을 이용해 염색체 전수검사를 시행한 착상전 유전진단법의 첫 임신 성공 사례로 기록됐다.
만 29세인 B씨 역시임신 8~9주 사이에 두 번의 습관성유산과 한번의 생화학적 임신을 경험한 환자였다. 검사 결과, 남편의 염색체에서 구조적인 이상이 발견되었고, 아내에게 습관성유산의 다른 원인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궁의 상태와 호르몬, 면역, 혈전 검사를 시행했지만 별 다른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B씨 역시 서울 라헬 여성의원에서 국내 처음으로 시도한 5일 배양법으로 9개의 포배기 배아를 생성하고, Array-CGH 기법으로 염색체 검사를 하여 정상인 배아를 4개 찾아내어, 그중 두 개를 이식한 결과 현재 임신 10주를 유지하고 있다.
◇착상전 유전 검사(Preimplantation genetic screening)의 업그레이드
염색체 조합이 불완전한 배아는 착상에 실패하거나 습관적으로 유산이 된다. 착상 전 유전 검사는 부모 중 한 명이라도 비정상 염색체를 가진 배아를 반복적으로 생산할 가능성이 높은 부부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서울 라헬 여성의원 김명희 원장은 “부모의 염색체 이상이 다음 세대로 유전되어 유산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시험관 시술로 여러 개의 수정란을 획득한 후 포배기상태로 성공적으로 발달시킨다. 여기에서일부 세포를 채취해 염색체 이상을 확인하고 정상적인 배아를 선별하여 자궁 내 이식을 통해 임신을 시도한다.주로 가계도 내에 유전적 질환이 있는 가정에서 유전병이 없는 자손을 얻기 위해 실시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습관성유산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서울 라헬 여성의원에서 발표한 새로운 기술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주로 3일 배양된 배아에서 검사하던 것을 5일 배양 후 포배기 상태에서 검사함으로써 한 두개가 아닌 여러 개의 세포를 회수하여진단의 정확도를 높인 점이다. 둘째는 선별적으로 몇몇의 유전자만을 검사하던 것을 Array-CGH 기술을 도입하여 염색체 전체를 검사하여 다양한 수적, 구조적 염색체 이상을 한꺼번에 진단할 수가 있게 됐다.
서울 라헬 불임의학연구소의 정미경 소장은 “기존의 착상 전 유전 진단법은 3일째 배아에서 배아할구세포 1~2개를 생검하여 형광동소교잡반응 (FISH: Fluorescence in situ hybridization- 형광 물질을 입혀서 특정부위의 유전자가 있는지 검사하는 방법)이라는 방법과 중합효소연쇄반응(PCR) 등의 방법을 이용해 특정 유전자를 진단해 오고 있었다”며 “그러나 3일째 분열중인 배아는 유전적으로 모자이시즘 (각각의 세포가 다른 염색체 조합을 갖는 현상)이 많이 존재하여 3일째의 배아에서 착상전 유전검사를 하는 것이 정확도가 떨어져 세계적으로 5일째의 포배기에서 검사를 하는 것으로 권장되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 이전의 FISH 검사법은 결과를 빨리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모든 염색체를 검사할 수 없었다. 하지만 Array-CGH라는 최신 DNA 검사법은 한꺼번에 모든 염색체를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부 환자의 경우 이 방법을 실시하지 못하거나 여러 방법을 병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습관성 유산뿐만 아니라 유전병 예방에도 크게 기여
현재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나이가 많아 유전자 이상의 염려를 갖고 있는 환자나 반복 착상실패, 반복 유산으로 고통 받는 환자, 염색체 이상의 가계도를 갖고 있는 환자 등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착상전 유전 검사(Preimplantation genetic screening)를 실시하고 있다.최근에는환자들의 인식 변화로 실시하는 사례가 국내외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다양한 기술이 요구되는매우 전문적인 분야라 국내에는 극히 일부 병원에서만 실시하고 있다. Array-CGH 기법으로 유전자 전체를 검사해 임신에 성공한 케이스는 서울 라헬 여성의원에서 국내 처음으로 이뤄낸 성과이며, 이는 지난 6월 개최된 대한생식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새로운 착상전 유전 검사법으로 발표되었고 학회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신기술의 방향으로 활발하게 토의되었다.
김명희 원장은 “최근 다양한 유전질환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130여개 이상의 유전병에 대한 산전 유전자 진단을 허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 분야에 더 많은 연구와 사회적인 합의 및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다”며 “이를 통해 과거에는 아예 아이 갖기를 포기하는 유전질환의 경우에도착상 전 유전 진단을 통해 유전병 없는 건강한 아기의 출산이 가능한 사회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