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건강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대동맥류, 생명을 위협한다!
기획 박지영 헬스조선 기자 | 글 장병철(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원장, 연세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
입력 2012/05/29 16:04
최근 100세 시대를 앞두고 심혈관 질환이 건강을 위협하는 큰 적이 되고 있다. 심장질환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암, 뇌혈관 질환에 이어 사망률 3위에 올라 있다. 다양한 심혈관 질환 가운데 특히 위험한 대동맥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심혈관 질환 중 특히 위험한 대동맥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부정맥 등 심장질환에 비해 발생빈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치사율은 훨씬 높기 때문에 대동맥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수명이 길어지면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대동맥류 환자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 대한흉부외과학회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연도별 대동맥 질환 수술 환자수’ 자료에 따르면 1993년 151명이던 대동맥 수술환자는 2007년 651명, 2008년 639명, 2009년 650명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분출되는 동맥 피를 온몸으로 보내는 통로다. 각 가정에 물을 공급하는 수도관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수도관은 단단하지만 대동맥 벽은 신축성이 있어 심장이 혈액을 분출할 때 늘어나고, 분출이 끝나면 다시 오그라든다. 대동맥은 위치에 따라 상행 흉부대동맥, 대동맥궁, 하행 흉부대동맥, 복부대동맥으로 구분한다.
대동맥류(大動脈瘤)는 대동맥 벽이 약해져 늘어나고 직경이 정상보다 2배 이상 커지는 질환이다. 대동맥류의 흔한 원인은 동맥경화다. 동맥경화가 발생되면 대동맥 벽이 약해지고, 약해진 부위는 혈압을 견디지 못해 늘어나 병이 되는 것이다. 보통 복부대동맥, 하행 흉부대동맥, 상행 흉부대동맥, 대동맥궁 순서로 대동맥류가 발생한다.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복부대동맥류가 전체 대동맥류의 75%를 차지한다.
동맥경화 외에 가족력, 흡연, 고혈압 등이 대동맥류 주요 위험요인이다. 일종의 유전질환인 말판증후군에 의한 대동맥류가 비교적 흔하며,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교통사고 후 흉부대동맥 벽 내막이 찢어지면서 발생하기도 한다. 대동맥류는 어느 순간 파열되는데, 이때 일시적으로 엄청난 양의 혈액이 흘러나와 쇼크상태에 빠지면서 생명을 위협한다. 대동맥류를 ‘시한폭탄’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대동맥류 직경이 6cm를 넘으면 약 50%에서 1년 내 파열되며, 일단 대동맥류로 진단되면 파열까지 2년 정도 걸린다. 대동맥이 파열된 경우 50% 정도 살아서 병원에 도착하고, 수술을 받더라도 사망확률이 높아 파열 후 전체 사망률이 80~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03 대동맥류 진단은 어떻게 하는가?
대동맥류는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 동맥경화증이 원인이기 때문에 65세 이상 노인 남성 중 흡연을 하거나 심혈관 질환, 고혈압 등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으면 복부초음파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검사로 조기에 질환을 찾는 게 중요하다. 가족력도 매우 중요하다.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심장동맥협착증(협심증) 또는 뇌동맥질환(중풍)이 있는 경우 50대 이상에서는 정기적 복부초음파검사나 심장검사로 조기발견할 수 있다. 동맥류가 진단되면 의사와 상의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 동맥류를 발견하고도 치료하지 않으면 파열로 인해 생명을 잃게 된다. 동맥류 자체가 대동맥 주위 신경이나 혈관, 인접한 장기를 눌러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 중 흉부대동맥류는 식도를 눌러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거나 목소리를 지배하는 신경을 눌러 쉰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기관지나 기도를 눌러 호흡곤란이나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내기도 한다.
복부나 흉부에 발생한 대동맥류는 수술로 완치될 수 있다. 늘어난 대동맥류 상부와 하부에 혈류를 차단하고 인조혈관으로 대치하는 수술을 하면 완치된다. 인조혈관은 영구적이어서 재수술 할 필요 없다. 그러나 수술을 했더라도 다른 부위 대동맥에서 대동맥류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기적 검진이 필요하다. 드물지만 대동맥 전체에 걸쳐 동맥류가 발생하는 환자도 있다. 이런 경우 전 대동맥을 인조혈관으로 대치하는 수술을 하지만 약 5~10% 환자에서 하반신 마비 등 심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대동맥류는 수술이 근본적 치료지만 70~80대 고령 환자는 수술에 따른 위험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인조혈관의 대안으로 근래 ‘스텐트그라프트(인조혈관) 삽입술’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스텐트그라프트 삽입술은 인조혈관에 스텐트(금속그물망)를 씌운 장치를 전신마취나 복부 절개 없이 다리 동맥을 통해 삽입하는 것이다. 인조혈관만 이용하는 수술에 비해 쉽고 간단하게 시술할 수 있어 최근 대동맥류 환자에게 많이 시행되고 있다. 시술 시간도 수술에 비해 짧아 1시간 30분 정도 걸리고, 시술 후 2~3일 입원하면 된다. 수술이 10~15일 입원하는 것에 비하면 입원기간이 매우 짧아 일상생활에 거의 지장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수술 후 통증, 전신마취의 위험, 출혈, 하반신 마비, 폐렴 등 수술에 따른 전신합병증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05 하이브리드수술로 회복시기 빨라져
‘하이브리드수술’은 대동맥 및 혈관 질환에서 시행되는 수술기법으로 고령, 심부전, 폐기능 장애 등이 동반된 고위험군 환자에게 적용된다. 기존 대동맥수술은 절개 범위가 넓고 인공체외심폐기순환 시간이 장시간 필요해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위험률이 높았다. 하이브리드수술은 최소 절개를 통해 인공체외심폐순환기를 사용하지 않고 대동맥 분지혈관(V자 모양으로 갈라지는 혈관)을 우회 이식한 후 동시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방법이다. 수술 부위 절개를 최소화하고 인공체외심폐순환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수술 후 합병증과 회복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수술의 최대 장점은 완벽한 환경과 장비를 갖춘 상태에서 스텐트그라프트 삽입과 동시에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심장내과, 외과 및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동시에 수술에 참여하기 때문에 완벽한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하이브리드수술은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인데, 세계적으로 그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기존 대동맥판막치환술은 흉부를 절개하고 인공체외심폐순환기를 이용해 심장을 정지시킨 후 판막을 교체하는 방법이다. 기존 대동맥판막치환술로 수술이 어려웠던 고위험군 환자도 내과와 외과 협진 아래 가슴을 절개하지 않고 대퇴부 동맥을 통해 스텐트를 삽입해 안전하게 대동맥치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06 위험한 만큼 예방이 중요
대부분 대동맥류는 동맥경화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동맥경화의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것이 첫 번째 예방법이다. 원인 질환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을 반드시 치료한다. 운동 및 식이조절은 필수이고 처방에 따라 약물치료도 받는다. 금연하고, 말판증후군 가족력이 있으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정기검진을 받는다.
대동맥류수술이나 스텐트그라프트삽입술을 받았더라도 다른 부위에 대동맥류가 재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치료 후에도 지속적으로 약물치료, 운동, 식이요법에 의한 혈압·콜레스테롤·혈당을 조절하고 정기 검진을 받는다. 모든 질환이 그렇지만 특히 대동맥류는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을 늘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