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매년 생산되는 아스피린을 정제로 가공하여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와 달 사이를 왕복할 수 있는 길이가 될 것이다. 이처럼 아스피린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시간 동안 해열∙진통제로서 효능과 안전성을 인정받아왔으며, 최근에는 아스피린의 혈전 생성 억제 기능이 확인되어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질환 예방제로서도 사랑 받고 있다 .
◇5천년 전 원조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그렇다면, 아스피린은 언제부터 이용되어 왔을까?
아스피린 성분은 기원전 3000년경에 사용됐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한 미국인이 이집트 도굴꾼으로부터 파피루스 문서를 구매했는데, 이 낡은 종이는 기원전 1543년경에 작성된 '고대 의학 교과서'로 B.C 3000년경의 문서를 옮겨 적은 것이었다. 고대 이집트 인들이 티예레트(tjeret)라는 식물을 진통제, 염증 치료제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여기에 남아있었다. 이름도 낯선 이 티예레터(tjertet)라는 식물이 바로 아스피린의 성분을 가진 버드나무이다.
기원전 5세기경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아스피린 성분을 처방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환자들의 고통을 경감시켜주고자 버드나무 잎을 씹게 했다고 한다. 아스피린이 현대의학에서도 대표적인 진통제로 쓰인 점을 생각한다면 히포크라테스의 의학적 지식은 무척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양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버드나무는 방충, 해열, 진통제로 이용해왔다. 한반도에 불교가 포교되면서 이를 닦는 수행인 '양지질'이 널리 보급됐는데, 양지(楊枝)란 버드나무 가지라는 뜻으로 우리 선조들은 이 버드나무 가지 끝을 솔처럼 만들어 이를 닦았는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중국의 <중약대사전>에도 버드나무를 고혈압, 신경통, 오십견, 치주질환 치료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뿐 아니라, 농부들은 버드나무를 논밭 가장자리에 심어 방충효과를 얻었으며 봄에는 버드나무 가지를 이용해 모판을 만들어 병충해를 예방했다고 한다.
◇정제 아스피린의 탄생
의약품 형태의 아스피린은 19세기 무렵에 개발됐다. 나폴레옹 전쟁 탓에 진통제가 많이 필요하게 되자 유럽 전역의 화학자들은 앞다퉈 버드나무 추출물을 화학 정제했다. 과학자들은 씁쓸한 맛을 내는 이 성분을 버드나무의 라틴어 이름인 살릭스(Salix koreensis Andersson)에서 착안하여 '살리실산'이라고 명명했고 이를 독일의 제약회사 바이엘의 펠릭스 호프만이 아세트 살리실산으로 변형시켜 알약형태의 정제로 개발한 것이, 바로 지금의‘아스피린(Aspirin)’이다.
이후 1950년대에 들어 아스피린은 우리가 흔히 아는 진통·해열제에서 나아가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질환 예방제제로도 명성을 얻게 됐다. 아스피린이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사실에 착안하여 의사와 과학자들은 여러 임상시험을 통해 아스피린의 복용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고, 1984년 12월 1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심혈관질환 예방약'으로 승인했다. 이와 더불어 의학 전문지 랜싯(Lancet)이 지난 2009년 발표한 아스피린 임상시험 자료를 보면 9만5천여 명이 동원된 대규모 조사에서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이 심혈관질환의 1차 발생을 효과적으로 예방해준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심혈관질환 예방제, 친절한 아스피린
저용량 아스피린은 지금까지도 가장 효과적인 심혈관질환 예방약물로 전세계인의 사랑 받고 있다. FDA(미국식품의약국)와 WHO(세계보건기구)는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권장하고 있다.
효과적으로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스피린을 꾸준하게 매일매일복용해야 한다. 한편, 아스피린의 오리지널 개발회사인 바이엘은 환자들이 잊지 않고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패키지에 '월화수목금토일'이 쓰인 친절한 아스피린, 아스피린 프로텍트 캘린더팩(Calendar Pack)을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복용 여부를 기억하려고 노력하거나 달력에 별도로 표시해둘 필요 없이 블리스터에 쓰여있는 요일만 따라가면 잊지 않고 하루 한 알 아스피린을 복용할 수 있다. 또한 바이엘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부부가 서로의 심혈관 건강을 챙겨줄 수 있도록 한정판 패키지인 ‘아스피린 프로텍트 커플팩(Aspirin Protect Couple Pack)’을 출시하여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스피린이라는 작은 알약에는 수많은 과학자와 의사, 환자들의 발자취가 담겨있다. 쓰고 거친 버드나무 껍질이 진통 및 해열제에서부터 현대인의 가장 중대한 사망원인 중 하나인 심혈관질환(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예방하는 약품으로 개발되기까지 아스피린은 오랜 시간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의 헌신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가 찾아내야 할 새로운 효능과 의학적 가능성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