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체취가 심한 남녀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복잡한 출퇴근길 버스·지하철 등 비좁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밀집되면 더욱 땀을 흘리고 냄새를 풍기게 된다. 땀으로 흥건히 옷이 젖어 스타일 구기고, 고약한 냄새로 또한번 망가지는 출퇴근길 방법은 없을까? 여름이 되면 가장 신경쓰이는 냄새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스타일 완벽? ‘암내’는 어쩌지
강남에서 근무하는 커리어 우먼 최모(28)씨는 가장 붐비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 발디딜틈 없는 지하철 안에 있다보면 어느새 얼굴은 땀범벅이 되고 겨드랑이에서도 땀이 차 축축해진다. 땀도 땀이지만 특히 신경쓰이는 건 냄새. 오늘도 출근길에 옆 사람이 손수건으로 코에 대고 있자 자신때문인 것만 같아 하루가 우울했다.
콩나물 시루 같이 빽빽하게 밀착되는 버스, 지하철 안의 출근길 불쾌지수는 최고조다. 아침부터 정성들여 화장하고 정성껏 다려입은 옷은 땀으로 얼룩지고 여기저기 구겨지기 일쑤. 얼굴땀이야 닦는다지만 겨드랑이와 등에서 나는 땀은 옷을 흥건히 적시고, 하얀 소금기의 땀자국까지 남겨 낭패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겨드랑이 땀과 함께 나는 불쾌한 땀냄새는 자신뿐 아니라 주변인들까지도 괴롭게해 출근길 최악의 민폐상황이다.
날씨한 선선할 때는 증상이 없던 여성들도 날이 더워지면 겨드랑이에서 불쾌한 땀냄새가 날 수 있다. 이는 겨드랑이 땀샘에서 나오는 땀이 피부의 각질층을 약하게 만들고 여기에 세균이 감염되면서 냄새가 나는 것. 주로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에 증상이 두드러지는데 땀을 자주 닦아주고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거나 털을 깎고 파우더 등을 사용하면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유독 겨드랑이 냄새가 매우 심한 경우가 있는데, 이를 ‘액취증’이라 하며 땀샘 중에서도 아포크린 땀샘의 땀의 분비가 두드러져 나타난다. 아포크린 땀샘은 겨드랑이나 외이도, 눈꺼풀 등의 특정 부위에 분포하는데 지방산과 유기물질을 함께 분비한다. 이 물질은 원래 냄새가 나지 않지만 혐기성 박테리아가 작용하여 불쾌한 냄새가 나는 지방산을 생성하므로 고약한 몸냄새를 만들게 된다. 날씨가 덥고 습도가 높아지면 미생물의 발육이 더욱 왕성해져 냄새는 더욱 지독해진다. 액취증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마른 사람보다는 뚱뚱한 사람에게서 흔하다. 또, 서양인에게는 많지만 한국인에게는 흔치 않다보니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일이 많고 이성교제, 면접, 취업, 결혼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액취증 증상이 가볍다면 몸을 자주 씻고, 제모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겨드랑이 털은 피지와 엉켜서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온도와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냄새가 심하다면 반드시 치료하는 것이 좋다. 치료법으로는 지방을 용해해 땀샘을 파괴하는 아큐스컬프 레이저 치료가 효과적이다. 땀이 안 나오게 함으로써 다한증과 액취증을 동시에 치료해준다. 최근에는 더 간편한 치료법으로 메조보톡스도 사용된다. 메조 보톡스는 보톡스 주사를 적절한 농도로 희석하여 주로 피부의 얕은 층에 주사하는 시술법이다. 메조 보톡스 치료는 시술 후 2주 정도가 지나면 땀이 대폭 줄거나 거의 나지 않는다. 효과 지속기간은 개인차가 있지만 3~5개월 정도 지속되며 상태에 따라 추가적인 시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마취 연고를 30분 정도 도포 후 따끔따끔한 정도의 통증만 참을 수 있다면 여름내 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구두를 벗을 수 없는 그 남자 ‘발냄새’
기다리던 점심시간, 회사원 김모(32)씨는 동료들과 점심을 함께 먹지 않고 바쁘다는 핑계로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해결했다. 오랜만에 해물탕을 먹으러 가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식당에서 신발을 벗어야 했기 때문. 늘 발무좀을 달고 사는 김씨는 발냄새가 누구보다 심해 여름만 되면 사람 많은 곳에선 절대로 구두를 벗지 않는다.
오랜시간 신발을 신고 있으면 누구나 발에 땀이 나기 마련이지만, 유독 발냄새가 지독한 사람들이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기가 어려울 정도다. 발냄새가 심한 사람들은 발에 유달리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이 있거나, 각질층에 세균이 번식한 ‘무좀’이 있는 경우가 많다. 신발과 양말, 발가락 사이에 축축하게 땀이 차면 피부 맨 바깥인 각질층이 불게 되고, 세균은 땀에 불어난 각질을 분해하면서 악취가 나는 화학물질을 만들어낸다. 발냄새는 일반적으로 여성보다는 활동량이 많은 남성이 심하다.
발냄새를 줄이려면 ‘청결’이 우선이다. 외출 후 귀가하면 반드시 발을 씻고 특히 발가락 사이를 문질러 때와 세균을 확실히 씻어낸다. 발을 닦은 후에는 발가락 사이사이의 물기를 완벽하게 닦아낸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세균이 번식하게 돼 발냄새가 난다. 평소 발냄새가 심한 사람은 헤어 드라이어로 발가락 사이사이, 발톱속, 발가락 옆부분도 확실히 말려준다. 땀 흡수력이 좋은 면양말을 신고, 다한증이 있다면 하루에 두세 켤레 갈아신는 것이 좋다. 신발도 특정 신발을 고집해 여러 날 연속해서 신지 말고, 두세 가지의 신발을 여벌로 두고 하루씩 번갈아 신는 게 좋다. 신고 난 구두를 다음 날 또 신으면 신발에 스며든 땀이 채 마르지 않은 상태라 발냄새가 악화된다. 사무실에서는 구두를 벗고 슬리퍼를 신어준다.
심한 발냄새는 발다한증과 무좀도 치료해야 냄새를 줄일 수 있다. 발다한증은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약한 전류를 통하게 하여 땀의 분비를 줄여주는 전기영동법 치료가 있다. 치료 효과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나 매일 20~30분씩 약 10회 정도 치료받으면 대개 1달 정도 불편하지 않게 지낼 수 있다. 효과를 길게 보고 싶으면 간격을 두고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무좀은 균의 형태와 증상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지만 대부분 항진균제를 복용하면서 항진균제 연고나 로션을 1일 2회씩 발라 준다. 진물이 나올 정도로 심할 경우에는 먹는 약을 3개월 가량 복용해야 한다.
◇땀과 냄새를 예방할 수 있는 실천법
땀이 많이 나고 이로 인한 냄새가 심하면 대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청결에 각별히 신경쓰는 것이 최선. 땀을 흘리고 난 뒤에는 바로 향균비누를 사용해 샤워를 한다. 샤워를 마친 후에는 물기를 완전 제거하고 파우더를 발라주면 보송보송한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외출할 때 통풍이 잘되고 땀 흡수가 빠른 옷을 입고, 데오도란트를 사용하면 간편하게 땀도 억제하고 땀냄새도 막아줄 수 있다. 하지만 편하다고 절대 남용해선 안된다.
강한피부과 강진수 원장은 “데오도란트 제품은 잘쓰면 실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도 있지만 남용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오도란트는 땀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고 인공향으로 땀냄새를 희석시키기 위새 수많은 화학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데오도란트가 도포되는 겨드랑이 부위는 다른 곳에 비해 항상 습한데다 피부조직이 얇아 화학물질의 흡수율이 높다. 따라서 데오도란트는 일시적인 방편으로 가볍게 사용해야지 이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모도 도움이 된다. 몸에 털이 많으면 세균 번식이 쉬워 좋지 않은 냄새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알코올 및 커피, 홍차, 콜라와 같은 카페인 함유 음료는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땀을 증가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뜨거운 음식이나 강한 향신료는 땀 분비를 증가시키므로 되도록 줄인다. 체취에 영향을 주는 지방 섭취를 자제하는 식습관도 도움이 된다. 액취증이 있는 사람은 육류, 계란, 우유, 버터, 치즈 등의 고지방 고칼로리 식품을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반면 비타민 E는 악취 발생의 원인이 되는 과산화지질 증가를 억제한다. 비타민 E는 쌀이나 보리의 배아, 깨, 당근, 호박, 시금치 등에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