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메디컬 포커스] 탈모방지 샴푸, 발모 효과는 없어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탈모 치료

이미지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정수리가 휑한 30대 남성이 얼마 전 필자의 진료실을 찾아왔다. "작년부터 탈모가 부쩍 심해져서, 임상테스트에서 탈모 증상 개선율이 70%가 넘었다는 광고를 하는 탈모 샴푸를 쓰고 있는데 효과가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 남성이 효과를 못 본 것은 당연하다. 그는 전형적인 남성형 탈모였기 때문에, 예방 차원의 탈모방지 샴푸 사용만으로 머리가 다시 나는 치료 효과를 볼 수 없다. 남성형 탈모는 남성호르몬 대사물질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과 관련된 피부과 질환이다. 증상을 개선하려면 탈모의 진행을 막고 발모를 촉진하는 의학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많은 환자가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머리숱이 듬성듬성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한국 남성은 탈모 증상 자각 후 평균 7.3년이 지나서야 병원에 간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탈모 환자가 병원을 지각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는 탈모방지 샴푸나 화장품을 치료제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피부과학회의 조사 결과, 탈모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86%는 의약외품을 치료 목적으로 쓰고 나서 병원에 왔다.

그러나 이런 비의학적 치료법의 만족도는 10%에 그쳤다. 이런 불신 때문에 탈모는 치료가 안 된다는 편견이 생기고, 이 편견은 병원을 방문해 올바른 치료를 받을 기회를 저해하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시판 중인 대부분의 탈모방지 샴푸는 '탈모방지 및 양모효과'로 등록된 의약외품으로, 의약품이 아니다. '탈모증상 또는 모발굵기 개선'등의 임상테스트 결과도 탈모 예방과 모발 영양 공급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이지, 발모 효과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의약외품에 대한 허가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과대 광고의 피해가 줄기는 했지만, 의약외품은 기준 자체가 의약품보다 많이 완화돼 있다. 따라서 광고만 믿고 의약외품을 써서 탈모 치료를 기대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탈모 예방을 위해서 의약외품을 사용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이미 진행된 탈모를 치료하려면 의사의 진단을 받고 검증된 의약품을 사용해야 훨씬 더 도움된다.

의학적으로 효과가 있는 탈모치료제는 먹는 약인 프로페시아와 바르는 약 미녹시딜이 있다. 프로페시아는 남성형 탈모치료제로, 6개월 이상 복용하면 90%의 탈모 증상 중단 효과와 70%의 발모 효과를 의학적으로 검증받았다. 다만, 여성은 이 약을 먹으면 안 된다. 미녹시딜 제제는 남녀 모두 사용이 가능한 탈모 치료제이다. 두피에 직접 바르는 약으로, 4~6개월이 지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관련기사

헬스조선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