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에 상관 없는 항혈전제 나와
협십증·심근경색 등에 쓰는 동맥용 항혈전제 중 '브릴린타'라는 약이 지난해 국내에 도입됐다. 이 약은 티카그렐러라는 성분으로 만들었는데, 기존의 약은 클로피도그렐이라는 성분이 주류를 이룬다. 클로피도그렐은 한국인의 절반 정도가 갖고 있는 CYP2C19라는 유전자를 만나면 약효가 떨어지는 반면, 브릴린타는 이 유전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경희대병원 순환기내과 김우식 교수는 "티카그렐러 성분은 기존 약보다 약효도 빠르다"며 "현재 건강보험에서 적용할 약가를 심사하는 단계여서, 아직 일반적으로 처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맥용 항혈전제 중에서는 '자렐토'가 최신 약품이다. 와파린을 복용하는 사람이 푸른잎채소, 청국장, 된장 등 비타민K 함유 음식을 먹으면 혈전이 생길 위험이 높은데, 이 약은 비타민K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약은 피검사 빈도도 줄인다. 김 교수는 "와파린은 1~2개월 간격으로 피검사를 해서 출혈 위험을 살피지만, 이 약은 3개월 이상의 기간을 두고 검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약은 수술 환자의 정맥 혈전 예방을 위해 쓰다가, 올해부터 심방세동 환자의 뇌 혈전 예방과 정맥 혈전 치료, 폐색전증 예방에도 쓰게 됐다.
◇복합제로 효과 높이고 부작용 줄여
혈관질환 치료제는 몇 가지 약을 하나로 합친 복합제가 추세다.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백상홍 교수는 "이미 안전성이 확인된 약을 하나로 합쳐서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면 환자들이 훨씬 잘 챙겨서 복용하므로 두 약을 따로 쓸 때보다 치료 효과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고지혈증과 고혈압을 한 번에 다스리는 '카듀엣'은 고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을 하나로 모은 대표적인 약이다. 고혈압약도 복합제가 치료 효과가 높다. 한 가지 약을 최고 용량으로 먹기보다, 두 가지 약을 낮은 용량으로 합쳐서 복용하면 혈압이 떨어지는 폭이 2배쯤 크다. 이뇨제 성분이 유발하는 칼륨 결핍 등을 ARB제제 성분이 보완해 주는 장점도 있다. 항혈전제도 복합제가 나와 있다.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을 섞으면 아스피린이 클로피도그렐의 혈전 생성 억제 기능을 활성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