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입맛은 몇 번 씹지 않고도 부드럽게 삼킬 수 있는 음식에 길들여져 있다. 잘 넘어가는 음식은 빨리, 많이 먹고자 하는 욕망에 잘 들어맞는 음식이다. 외식업자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기호와 욕구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식재료를 더 많이 다지고 더 잘게 썰어, 씹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부드러운 음식을 만들어낸다. 이런 음식을 가까이하면 할수록 우리의 씹기 능력과 입맛을 망가지고 변형된다.

특히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음식은 입맛을 더 조급하게 만든다. 조급한 입맛은 폭식과 과식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또한 급한 성격을 부채질해 음식 통제력을 회복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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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일보DB
반면, 질기고 다소 딱딱하며 거친 음식은 입맛의 인내력을 길러준다. 각종 채소, 배아가 살아있는 곡류, 통째로 먹는 과일 등은 이런 특성들을 갖춘 음식이다. 질긴 음식은 오래 씹어야 한다. 오래 씹어야 하는 음식은 도저히 빨리 먹을 수 없다. 처음에는 짜증나고 못마땅하더라도 천천히 먹는 습관이 몸에 배면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음식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현미잡곡밥은 서른 번 이상 씹어도 더 씹을 거리가 남는다. 스무 번 이상 씹다 보면 다른 반찬 없이도 다른 음식들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풍미를 경험할 수 있다. 사람들이 꺼리는 음식 가운데 하나인 생양배추도 스무 번 이상 천천히 씹으면 말할 수 없이 신선하고 달콤한 천연 감미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씹는 행위는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10~15분 이상 지속하면 남다른 즐거움과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스트레스나 긴장을 풀기 위해 껌이나 건어물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꼭꼭 씹어 먹기의 또 다른 진가는, 식탐 호르몬(그렐린)을 통제하고 포만 호르몬(렙틴)의 힘을 키워줌으로써 비만을 정복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