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50)씨는 한 달 전 계단에서 넘어져 꼬리뼈를 다쳤지만 조금 쉬니 나아지는 것 같아 다시 일터로 복귀했다. 좋아지는 것 같던 통증은 이내 다시 찾아 왔고, 지금은 돌아 누울 때마다 날카로운 통증에 잠을 설치고 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척추골절, 근육통으로 오인

계단에서 뒤로 미끄러지는 경우 꼬리뼈 골절과 함께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척추압박골절이다. 척추압박골절은 척추 뼈 내부가 알루미늄 캔처럼 짜부라져 내려앉는 것을 말한다. 보통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발생하지만 골다공증이 심한 노인이나 중년의 여성은 척추 뼈가 약하기 때문에 엉덩방아를 찧는 비교적 약한 충격에도 척추 뼈가 짜부라질 수 있다. 특히 등을 바닥이나 계단 모서리에 찧는 경우, 뒤로 주저앉아 넘어질 때, 무거운 물체에 맞았을 때가 척추압박골절이 잘 일어날 수 있는 순간이다.

대전 튼튼병원 척추센터 김용석 병원장은 “척추압박골절은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엑스레이 검사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다. 엑스레이는 실금이나 척추 내부의 골절을 잡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불어 낙상의 순간 등 근육이 다치면 심하게 위축되면서 매우 심한 근육통이 생기는데, 이 근육통은 길게 몇 주까지 가기 때문에 낙상 후 등의 통증이 근육통인지 뼈의 이상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낙상을 당하면 대부분 꼬리뼈나 손목, 발목 같은 부위를 다치다 보니 해당 부위의 치료에 신경을 쓰느라 2,3차적으로 나타나는 통증을 무시하기도 쉽다. 그렇지만 척추압박골절은 심한 경우 찌그러진 채 붙은 뼈로 인해서 척추가 휘거나, 척추 내부의 뼈가 괴사하는 무혈성 괴사로 이어질 수 있다.

◇기침 한번에 척추가 내려앉는 느낌, 옆구리 통증이 증거

일반근육통과 척추압박골절로 인한 통증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낙상 후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면, 척추압박골절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척추압박골절은 흉추와 요추에 흔히 발생하고, 부상 후 한 두 달 가량 지나도 등이나 허리의 특정부로 통증이 계속 된다. 또한 자세를 옆으로 틀거나 돌릴 때, 누워서 옆으로 돌아누울 때,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뜨끔하고 날카로운 느낌과 등 전체가 울리는 것 같은 통증이 있다.

때로 척추가 내려앉으면서 신경손상을 입었을 때는 허리나 다리가 저리는 하지방사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분 미세한 척추압박골절은 엑스레이나 CT검사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MRI 같은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확실한 진단을 받는데 필요하다. 단순 척추압박골절은 자연적으로도 치유가 가능하다. 척추압박골절로 척추 뼈가 심하게 짜부라지지 않고 별다른 신경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6~7주 정도면 거의 붙는다. 다만 그 동안 다른 충격이 없게끔 안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이라면 수술도 필요하다. 50대 이상의 중년 여성, 60대 이상의 노인은 골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척추가 심하게 짜부라지는 경우가 많아 신경압박이 나타날 수 있으며 허리뼈가 구부러진 채 붙어버려 새우처럼 등이 굽을 수 있기 때문. 최근 척추압박골절은 대부분 척추체 성형술을 적용하는데, 짜부라진 척추 체 사이에 골 시멘트를 주입하여 척추 뼈 본래의 높이를 회복시키는 수술로 주사바늘을 통해 주입하기 때문에 근육절개가 필요 없어 척추근육에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옷차림이나 움직임을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다. 행동에 제약을 주는 두꺼운 옷보다는 얇은 옷을 겹쳐 입고 머플러를 두르고 장갑을 끼는 것이 좋다. 시야를 방해하는 후드나 야구모자보다 창이 없는 모자를 선택하도록 한다.

지하철 입구의 계단, 건물 입구에는 온도차가 크기 때문에 습기가 져 다른 곳보다 미끄러워 특히 주의해야 한다. 보도블럭 중간에 눈에 가려 보이지 않는 하수구 뚜껑도 금속재질로 상당히 미끄러우니 조심 한다.

노인들은 어지러움증이나 저혈압 증세로 인해 넘어지는 경우도 많다. 만약 진정제나 항우울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경우 어지러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약물을 장기복용중이라면 바깥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