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판막협착증
개흉 수술 불가능한 고령 환자… 사망률 높은 좌관동맥 주간부에 스텐트 시술 적용, 성공률 99% 이상
◇퇴행성으로 좁아져, 절반은 5년내 사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위치한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심장에서 뿜어낸 피가 밖으로 잘 나가지 못하게 되는 질환이다. 대동맥판막은 심장에서 나온 피가 나갈 때 만나게 되는 일종의 마지막 관문으로, 이 곳이 좁아지면 체내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실신할 수 있다. 치료받지 않으면 환자 두 명 중 한 명이 증상 시작 후 5년 안에 사망한다. 원인은 선천적 기형과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이다. 국내 유병률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65세 이상 인구 30%에서 대동맥판막의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고 이 가운데 2%는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승정 원장은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이뇨제 등을 사용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대동맥판막 인공치환술 뿐이었다"고 말했다.

대동맥판막 인공치환술은 가슴을 열고 대동맥판막을 인공판막으로 바꿔주는 수술이다. 전신마취 상태에서 가슴뼈를 자르고 심장을 멈추게 한 뒤 실시하기 때문에 수술 시간과 회복기간이 길다(수술시간 3시간 이상·입원기간 2주 이상). 환자의 다수가 노년층인데, 대수술을 감당할 체력이 부족해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가 많았다.
대동맥판막 인공치환술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가 스텐트 삽입술이다. 이 시술법은 2002년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실시됐고, 국내에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이 2010년 처음 도입했다. 일반 스텐트 삽입술처럼 스텐트를 통해 막힌 대동맥판막을 넓혀주지만, 스텐트 안에 인공판막을 넣어 대동맥판막의 기능을 대체하게 만든다. 박 원장은 "스텐트 삽입술은 수면마취와 국소마취를 병행해 1시간 남짓이면 끝난다"며 "환자의 체력 소모가 거의 없어 고령이나 다른 동반 질환 때문에 개흉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알맞다"고 말했다. 스텐트 삽입술 후 입원기간은 2~3일이면 될 만큼 회복기간도 짧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지금까지 30여 명의 환자에게 이 시술을 했다.
◇협심증치료법, 전세계 의학교과서 바꿔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대동맥판막협착증 스텐드 삽입술뿐 아니라 각종 심혈관질환의 스텐트 시술을 선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3개의 관상동맥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는 좌관동맥 주간부에 문제가 생기면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이 곳을 잘못 건드리면 즉사할 수도 있는 만큼 반드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수술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병원은 2008년 이 관상동맥에도 스텐트 시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고, 그 이후 전세계 의학 교과서의 내용이 '좌관동맥 주간부에도 스텐트 시술을 적용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이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심장병원 내에 협심증 및 심근경색증센터·심장영상센터·판막질환센터·심방세동센터·심장병예방재활센터·심부전심장이식센터·혈관질환센터 등 7개의 심혈관질환 전문센터를 운영하며 꾸준한 임상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승정 원장은 "지난해 9월에는 아시아 최초로 '대동맥판막 시술 국제학술회의'를 열어 라이브 시술을 시연하기도 했다"며 "협심증 및 심근경색증에 대해서는 연간 2000건 이상의 스텐트 삽입술을 해 99%이상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