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다리야~’ 흔히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늘 들어오다 보니 무심해졌지만 명절에는 유난히 이런 부모님의 건강이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특히 고향에 내려가 반겨 주시는 부모님의 얼굴에 늘어난 주름은 가슴을 덜컥 내려 앉게 만들 때가 많다. 그 중에서도 관절 건강은 부모님의 거동을 불편하게 하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이다. 그러나 대부분 자식들 걱정할까 내색하지 않는 게 부모님 마음이다.

웰튼병원 송상호 원장은 “어르신들의 경우, 무릎이나 고관절(엉덩이뼈)의 통증을 노화 현상 중의 하나로 당연하게 받아 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퇴행성 관절염은 초기 발견과 지속적 노력으로 퇴행 속도를 늦출 수 있고 방치하는 경우 심각한 우울증까지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릎 관절염 정도 간단 체크법
자식들에게 말하지 않는 부모님의 관절 건강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몇 가지 간단한 체크 방법을 알아본다.

▷무릎주위를 자주 만지고 일어날 때 주위사물을 의지한다
관절염 초기로 무릎주위를 자주 주무르고 불편함을 호소한다. 또 앉거나 일어날 때 혼자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주위에 책상이나 의자 등을 짚고 일어서는 경우가 잦아진다. 유심히 보지 않는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이상 징후나 행동에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오래 걷지 못하고 움직임이 둔하며 자주 주저앉는다
관절염 중기에는 움직임에서 파악할 수 있다. 오래 걷기가 매우 불편하고 걷는 속도가 평상시에 비해 눈에 띄게 느려진다. 걷다가 자주 쉴 곳을 찾고 앉기를 원하며 무릎 주위에서 ‘뚜두둑’하는 소리와 통증이 동반된다. 통증이 심해지면 진통제를 자주 복용하게 되고 통증 때문에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며 다리모양이 휘어진다
말기가 되면 무릎 속에 있는 연골이 대부분 손실된 상태다. 관절과 관절이 걸을 때마다 서로 맞닿고 부딪쳐 통증이 상당하며 뼈가 갈리는 듯한 고통이 따른다. 또 외형적으로도 변화를 일으키는데 육안으로 봐도 구별이 될 정도로 다리모양이 O자형으로 휘게 된다. 뼈를 지지해주고 받쳐주는 연골이 손상돼 한쪽으로 치우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양반다리, 걸레질, 손빨래, 밥상 식사, 이부자리 사용 등 오랜 좌식생활과 온돌 사용으로 인한 생활습관으로 관절염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쪼그려 앉을 때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은 체중의 7~8배에 달하며 입식생활에 비해 좌식생활을 하는 경우 평균 4배 이상의 압력이 항상 무릎에 가해지게 된다.

송상호 원장은 “관절염은 증상에 따라 초기, 중기, 말기로 나눠볼 수 있으며 각각의 시기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에 부모님께 관절염 증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병원을 찾아 검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관절염 초기에는 약물이나 물리치료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나, 이는 일시적인 통증 완화 혹은 약간의 기능 회복에 도움을 주는 정도이다. 관절염 중기에는 관절내시경을 통한 수술이 가능하다. 관절내시경은 절개가 거의 없어 수술 후 통증과 부작용이 적고, 회복기간도 1~2일 정도로 짧다. 그러나 증상이 많이 악화된 경우에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우며 인공관절수술을 해야 한다.

특히 관절염 말기는 걷기 불편하고 계단도 오르내리기 힘들 정도로 악화된 상태를 말하며 인공관절수술이 그 대안이다. 최근에는 절개 부위를 기존 15~20cm에서 8~10cm로 크게 줄인 ‘최소절개수술’을 통해 합병증이 적고 조기 재활도 가능하다.

◇고관절도 주요하게 살펴야
부모님이 오래 앉아있는 것을 힘들어한다면 고관절(엉덩이 관절) 질환도 의심해 봐야 한다.

▷양반 다리가 힘들다
고관절은 골반과 허벅지 뼈를 잇는 관절로 하반신 움직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양반 다리는 고관절을 이용하는 각도가 크기 때문에 통증이 있는 경우 자세 잡기가 어렵다.

▷걸을 때 자주 뒤뚱거린다
계단 계단을 오르내릴 때나 작은 자극에도 엉덩이나 사타구니의 통증이 심하며 걸을 때 뒤뚱거리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고관절 수술 역시 ‘근육-힘줄 보존 최소절개수술’로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특히 고관절 인공관절의 사용 수명은 최근 약 30년까지 크게 늘어 재수술의 부담이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