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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우울증 어떻게?<2> 맛있는 것 함께 먹기

취재 권미현 헬스조선 기자 | 일러스트 윤슬

가족·친구·동료, 그들의 우울증에 대처하는 법 <2>
- 우울증 함께 푸는 키포인트, ‘함께 OO해요’

친구나 가족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마음을 울리는 편지, 함께 먹는 맛있는 음식,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 등 말 한마디나 행동이 힘이 된다. 우리는 세상의 중심에 같이 있다고 말해 보자. 우울증 환자에게 신경 써야 할 항목을 전문가에게 물었다.

Mission 1 함께 대화해요
감정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우울·불안·화 등의 감정을 혼자서 감당하면 우울증을 키우게 된다. 따라서 불안하거나 힘든 감정은 누군가에게 말하며 푸는 습관을 들인다. 친구나 가족은 불편한 이야기일수록 들어 주는 인내를 발휘한다. 감정을 쌓아두면 우울증이 악화될 수 있으니 우울증 환자가 말 없이 참지 않게 끊임없이 대화를 유도하는 융통성을 발휘하자. 조숙행 교수는 “귀로 오가는 말, 눈의 교감 등의 커뮤니케이션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최고의 방법이므로 우울증 친구와 잦은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단, 과도한 격려는 피한다. 괴로워 죽겠다는 사람에게 피상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과도한 격려는 오히려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조숙행 교수는 “잠시 잊고 지내자거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자는 등 사람의 정서에 포괄적인 안정을 주는 말부터 시작한다.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직접적인 말은 삼간다”고 말했다.

Mission 2 함께 숲길을 걸어요
햇빛을 쬐면 기분을 좋게 하는 세로토닌과 숙면을 돕는 멜라토닌이 많이 생성된다. 우울증 치료에 사용하는 광치료는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조숙행 교수는 “우울증 환자와 함께 햇빛을 쬐면서 가까운 공원이나 숲을 걷는다.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면 저절로 기분전환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숲길걷기를 추천한다. 숲의 기운이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기 때문이다. 일본의 미야자키 효시후미가 건강한 남자 대학생 12명을 대상으로 숲과 도시에서 스트레스를 비교하는 실험을 했는데, 숲 속에 있을 때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훨씬 적었다. 우종민 교수는 “이 밖에 다양한 연구결과가 숲의 기분전환 능력을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ission 3 함께 즐거운 것을 생각해요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한결같이 부정적인 생각에서 헤어나오기 힘들다. 부정적인 생각은 모든 일에 흥미를 떨어뜨리고, 자신을 무가치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의도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즐거운 생각만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Mission 4 함께 자존감을 높여줘요
우울증 환자는 ‘잘 되면 제 탓’을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대다수가 자신감이 없어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반대로 실수하면 과장해서 스스로를 책망하기 쉽다.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 부정적인 면을 보려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울증 환자의 주변 사람들은 환자의 자존감과 능력 등을 높이 평가해 주고 함께 이야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Mission 5 함께 운동해요
운동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몸을 노곤하게 해 숙면을 유도한다. 우울증과 수면장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우울증 환자의 약 80%가 수면장애를 호소한다. 미국 로체스터대학 정신과 마이클 펄리스 박사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불면증이 나타난 사람은 평균 5주 후에 우울증이 발생한다.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친구나 가족이 있다면 함께 운동을 하자. 가벼운 걷기 등의 운동은 정신을 맑게 하고 숙면을 유도해, 우울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Mission 6 함께 맛있는 것을 먹어요
우울증을 음식으로 다스리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영양요법을 통해 우울증을 치료한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뇌의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면 의욕 상실이나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데, 약물치료를 하면 우울증이 일시적으로 나아지지만 근본적인 개선은 불가능하다. 영양요법은 세로토닌을 만드는 영양소인 아미노산, 철, 아연, 비타민B6를 투여해 세로토닌의 양을 늘리는 데 주력한다. 일본 최초로 영양요법 전문클리닉을 연 미조구치 도루의 《마음을 망치는 음식, 마음을 살리는 음식》(김세원 역·비타북스)은 우울증의 95%는 음식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마음을 망치는 음식, 마음을 살리는 음식》에서는 우울증을 돕는 키포인트 식생활을 제시한다. 친구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뇌를 활성화해 먹는 즐거움, 함께 하는 즐거움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육류를 피하지 않는다_단백질은 혈액 속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데, 뇌에서 세로토닌을 만들어 내는 트립토판은 동물성 단백질에 많이 함유된 대표적인 아미노산이다. 트립토판이 부족하면 신경안정제인 세로토닌 역시 부족해져 우울증이 발생한다. 육류 섭취를 과도하게 제한하면 트립토판이 감소하고 세로토닌이 저하되는 악순환을 낫는다.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없는 사람은 땅콩이나 아몬드 같은 견과류, 새우·오징어·조개 등의 어패류 섭취를 늘린다. 동물성 단백질 다음으로 트립토판을 다량 함유한 식품이다.

단맛은 우울증에 독일까 약일까_기력이 떨어질 때 단 음식을 먹으면 기운이 난다고 알려졌다. 의욕 상실이나 가벼운 우울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세로토닌 비율이 증가한다. 이 과정을 좀더 의학적으로 살펴보면 달콤한 음식을 섭취하면 혈당치가 상승하고 이를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혈당치를 낮추는 작용 외에 단백질의 생성에도 관여한다. 인슐린이 단백질을 만들 때는 트립토판을 제외한 많은 양의 아미노산을 사용하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아미노산의 양이 줄고 상대적으로 트립토판의 비율이 높아져 우울 증상이 개선된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 과정은 피로회복제처럼 일시적이다. 실제 트립토판의 양은 전혀 늘지 않기 때문이다. 우울하다고 탄수화물 섭취를 늘리면 비만으로 인해 또 다른 우울증을 부를 수 있다. 따라서 탄수화물보다는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습관을 들인다.

천천히 먹는다_음식을 먹으면 혈당치를 높이는 호르몬이 대량 분비되고, 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이번엔 혈당치를 낮추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혈당치가 오르락내리락하면 뇌에 매우 좋지 않다. 뇌에 좋은 식습관은 혈당치를 천천히 올리고 천천히 내리는 식단이다. 그래야 혈당 조절이 원활해진다. 따라서 식재료를 고를 때 혈당치를 염두에 두고 소화와 흡수가 용이한 슬로푸드를 택한다. 혈당지수(GI)는 어떤 식품이 혈당을 얼마나 빨리 올리는가를 수치화한 것인데, 수치가 낮을수록 혈당치를 천천히 올린다.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은 토마토, 오이, 아몬드, 땅콩, 달걀, 우유, 치즈, 두부 등이다.

비타민B6군을 섭취한다_비타민은 뇌 신경전달물질 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체내에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음식물이나 영양보충제로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비타민B6는 육류나 가금류 등 동물의 근육조직에 다량 포함돼 있다. 그 밖에 감자, 양파, 마늘, 고등어, 달걀 등이 비타민 B6의 좋은 공급원이다. 조숙행 교수는 “비타민이 많이 든 신선한 과일과 견과류에도 비타민B6가 많으므로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Mission 7 함께 웃어요
웃음은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이다. 이요셉 한국웃음연구소 소장은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하면 웃음은 감기 바이러스를 없애는 햇살과 같다”고 말했다. 또 웃음은 손쉽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유산소운동이다. 이요셉 소장은 “웃으면 231가지 이상의 근육과 400개 이상의 뼈마디가 움직이고, 신체가 활성화되며 혈액순환이 잘 된다. 몸과 마음에 활력을 줘서 세로토닌과 엔도르핀 등을 분비시킨다. 의도적이거나 억지로 웃는 웃음이라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Mission 8 함께 긍정적인 말을 해요
‘도저히, 절대로, 너무, 꼭’ 등의 단정적인 말은 피한다. ‘매사에 의욕적으로 일한다’, ‘긍정적인 생각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등의 긍정적인 말로 친구에게 최면을 건다. 이런 말을 자주 하면서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다. 조숙행 교수는 “우울증은 낫지 않는 병이 아니라 치료하면 개선되는 병임을 명심하자. 주변 사람이 우울증에 걸렸다면 ‘자포자기하지 말고 이겨 내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준다. ‘모든 걱정은 잠시 미루고 너만의 여유를 찾으라’는 소소한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 때로는 마음을 위로하고 감동을 주는 글을 써서 보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Mission 9 함께 전문가를 찾아요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 진료 기록이 남아 주변에 알려질까봐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많다. 우종민 교수는 “배우자나 가족이라도 우울증 환자의 진단서나 기록을 볼 수 없으므로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조숙행 교수는 “우울증 환자 중 병원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스스로 병원을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울증 병원을 선택할 때는 신경정신과학회나 신경정신과 개원협의회 등에서 게재하는 병원 리스트를 참고한다. 종합병원에서는 스트레스 측정, 혈액검사, 상담을 통해 우울증 정도를 파악하고 치료를 시작한다. 치료는 개개인에 따라 다른데 보통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 상담치료 등을 병행한다. 한방에서는 설문지 작성을 시작으로 스트레스 정도를 알 수 있는 경락기능검사, 부위별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적외선체열검사 등을 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탕약, 아로마요법, 사암침·이침 같은 침술요법 등이 치료에 이용된다. 양방에서는 약물을 사용해 신경을 조절하고 인지행동교정, 미술치료 등 보조치료로 갈등을 해소시키는 반면 한방에서는 신체 건강상태를 최고로 끌어올려 건강한 마음을 갖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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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Tip  우울증인 사람은 언제 자살을 생각하는가?
우울증이 심한 사람은 자살 충동을 많이 느끼는데,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확률이 10~15%로 높은 편이다. 보통 우울증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우울증의 깊은 터널에서 빠져나와 회복기에 접어들 즈음에 자살을 시도할 확률이 높다. 우울증이 심각하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정도의 기력도 없기 때문에 자살하는 것은 어렵다. 때문에 우울증이 호전되는 순간을 경계한다. 우울증 환자의 가족이나 지인은 이런 속성을 잘 기억해야 자살을 막을 수 있다. 상태가 좋아졌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했다 퇴원한 후 몇 달 사이에 자살을 시도한 확률이 높다는 통계가 있다. 퇴원 후 밤에 잠을 못 이루는 환자는 옆에서 더 세심하게 살핀다.
※출처 《닥터 유의 우울증 카운슬링》(우종민·리빙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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