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치료 최신 트렌드
유병률 높은 한국… 풍부한 임상자료로 다양한 치료법 개발
선도항암치료·방사선치료 결합… 생존기간 13개월 이상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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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질환은 과음과 피로에 절어 사는 한국인에게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이다. 특히, 간암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사망률이 가장 높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간암클리닉 팀장)는 “간암은 대부분 간염에서 시작하므로, 간염만 피해도 암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의료계는 간암의 새로운 치료법도 세계를 선도하며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간암에 걸려도 최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일 ‘간의 날’을 맞아 현재 국내에서 적용되고 있는 간암의 최신 예방·치료법을 알아봤다.

◇간염 백신 맞으면 간암 70% 예방

간암은 자궁경부암과 함께 바이러스가 원인인 2가지 암에 해당하며, 백신을 통해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한광협 교수는 "간암의 70% 이상은 B형간염과 C형간염이 간경화증을 거쳐 악성 종양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B형간염은 예방백신으로 막고,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C형간염은 치료제로 완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B형간염 백신은 1991년 우리나라 신생아 필수접종 백신에 포함됐다. 그 이전에 출생한 성인은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가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백신을 맞아서 예방하면 된다.

◇세계 최초 항암·방사선 병합치료

아직까지, 국내 간암 환자의 3분의 2 이상은 수술이 불가능한 말기에 발견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비수술적 간암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한 교수는 "혈관을 침범한 진행성 말기 간암의 경우, 과거에는 대부분 단순히 혈관을 통해 항암제를 주사하는 전신항암요법만 시행했다"며 "그러나 우리 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연구팀과 항암치료·방사선치료를 병합 시행하는 치료법을 개발해, 3~6개월에 불과하던 말기 환자의 생존 기간을 13개월 이상 늘렸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간부전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간암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를 꺼렸지만, 암이 있는 환부에만 정밀하게 방사선을 쏘는 기술을 도입하면서 병합 요법을 적극적으로 시술하게 됐다. 이 밖에, 한 교수팀은 방사선동위원소인 I-131이나 홀뮴을 암조직에 주사해서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법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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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은 표적항암제의 적극적인 사용 등으로 완치율이 크게 올라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가 간암 환자에게 최신 치료법을 설명하고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한 교수는 "국내에서 고안한 이런 최신 치료법과 함께, 다국적제약회사에서 개발한 먹는 표적항암제 등을 다양하게 사용해 치료 성적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간섬유화 수치화해 암 위험도 예측

진행성 간암뿐 아니라, 암 자체를 조기 발견하기 위한 간암예측모형과 간섬유화스캔검사법도 국내에서 처음 개발했다. 한 교수팀은 B형간염 환자 1130명을 대상으로 간섬유화(간염으로 간 조직이 죽어서 생긴 빈 공간을 섬유질이 딱딱하게 메우는 것) 정도와 간암 발생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섬유화 정도에 따라 간경화증을 거쳐 간암으로 이어지는 위험이 최대 6배 이상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는 "화이브로스캔이라는 특수 검사기구로 간섬유화 정도를 검사한 뒤 간암 발생위험도를 수치화해 설명하면, 간염이나 간경화증 환자들이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지 정확하게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기 발견한 간암 치료 수준도 세계 정상급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한호성 교수는 "크기가 3㎝ 이하인 암덩어리가 3개 이하인 경우 고주파 치료나 복강경수술 등으로 완치할 수 있다"며 "암조직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아 암세포를 굶어죽이는 간동맥색전술과 건강한 사람의 간을 기증받아 암환자에게 이식하는 간이식수술 등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태열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