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에 쌓인 지방이 혈관 타고 돌면서 염증물질 분비해 온갖 질환 일으켜
치매 위험 5배, 황반변성 위험 2배, 신장질환 위험 20%↑

한강성심병원 치매클리닉 서국희 교수는 "비만한 복부에 쌓인 지방이 혈관을 타고 돌다가 뇌혈관을 막거나, 지방세포가 분비하는 염증물질이 뇌혈관을 변형시켜서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며 "또 지방은 뇌의 신경전달물질과 뉴런을 만드는데, 지방이 많아지면 이 과정에서 불균형이 생겨 치매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반변성 2배=황반변성 위험은 최저 75%, 최고 2배 이상 올라간다. 호주 멜버른대 연구팀은 40세 이상 남녀 2만1000명을 대상으로 WHR과 노인성 황반변성 발병률을 장기간 조사했다. 그 결과, WHR이 0.95에서 0.1 포인트 올라갈 때(허리가 두꺼워짐) 노인성 황반변성 발병률이 75% 증가했다. 영국 연구에서는 BMI 30 이상인 사람의 노인성 황반변성 발병 위험이 2배 상승했다.
순천향대병원 안과 이성진 교수는 "복부 지방이 혈액에 녹아들었다가 눈에 혈액을 공급하는 맥락막이라는 혈관층에 찌꺼기를 많이 만들면, 이 찌꺼기가 망막 중심부인 황반의 주변부에 쌓여서 이를 우회하는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을 만든다"며 "이들 혈관은 약해서 잘 터지기 때문에 황반변성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신장질환 20%=신장질환 위험도 20% 정도 상승한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팀은 신장 기능이 정상인 평균 39세 남녀 318명의 복부지방과 혈청단백질을 복부CT(컴퓨터단층촬영)와 혈액검사로 측정했다. 이 혈청단백질은 신장에서 재흡수되는 단백질로, 이를 측정하면 신장 기능을 알 수 있다. 측정 결과, 복부에 내장지방이 많으면 정상 범위 안이지만 신장 기능이 떨어졌다. 외국에서는 WHR이 높을수록 신장 기능이 저하된다는 사실(네덜란드 연구)과 체질량지수가 높으면 신장질환 발병률이 23% 높아진다는 사실(미국 연구)이 밝혀졌다.
이지원 교수는 "복부비만이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정상인의 신장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며 "복부비만이 심하면 혈관의 염증반응이 심해지고 인슐린저항성이 높아지는 등 인체의 모든 생리 과정이 악화되면서 신장 기능이 저하된다"고 말했다.
한편, 365mc비만클리닉 조민영 원장은 "복부비만이 직간접적으로 유발하는 전신 질환이 앞으로 더 밝혀질 수 있으므로, 복부비만을 만병의 근원으로 인식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