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옮기는 건 환자 권리 옮기겠다 당당히 말해도 돼
전원 결심했다면 서류 등 절차 확실히 할 것

종합병원은 불만거리 투성이다. 응급실에선 왜 나만 밤새 방치하는지, 채혈은 왜 꼭두새벽에 잠을 깨워서 하는지, 내가 병원을 옮긴다는데 왜 막는지, 진단서만 끊는데 외래접수비는 왜 받는지! 일일이 묻고 따지기도 어렵다. 그러나 병원에서 돌아가는 일은 모두 이유가 있다. 이를 제대로 알면 제대로 대접받으면서 건강을 더 빨리 되찾을 수 있다. 환자가 알아야 할 '병원의 비밀'을 현직 간호사가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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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머리가 자주 아팠다던 젊은 직장여성이 얼마 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근처 병원 응급실에서 '뇌동맥류 파열' 진단을 받은 그는 출혈과 경련을 완화하는 약물 투약을 받았지만, 뇌 수술이 필요했다. 이 여성은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필자가 다니는 병원으로 옮겨왔다. 필자의 병원이 앞선 병원의 연락을 받고 미리 준비한 수술실에서 신속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으며, 후유증 없이 나았다.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거나 한 병원에 오래 외래 진료를 다니다가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환자가 꽤 있다. 이 여성처럼 고난이도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응급 환자 또는 암 환자, 더 유명한 의사를 찾아서 병원을 옮기는 만성질환자 등이다.

그런데 병원은 즉흥적으로 옮기면 안 된다. 치료에는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중환자나 응급환자는 환자 상태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등으로 가까운 작은 병원에 실려갔다면, 반드시 막힌 혈전을 녹이고 혈관을 확장시키는 약물을 투여하고 그 병원 의사가 가도 된다고 판단한 다음에 시술 여건이 되는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전원(轉院)은 크게 어렵지 않다. 입원 환자가 아니면 의사 소견서 한 장으로 충분하다. 입원 환자는 챙길 것이 많다. 옮겨갈 병원에 관련 진료과목이 있는지, 빈 병실이 있는지, 지금 있는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의료기기(인공호흡기 등)가 준비돼 있는지 등을 반드시 확인하고 옮긴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현재 주치의에게 '전원 의뢰서'를 발부받아 새 병원 의료진에게 보여준다.

간혹 이런 기본적인 절차를 생략한 채, '응급실을 통하면 무조건 새 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중환자실 환자 중에 이런 착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한번은 필자가 있는 중환자실에서 고비를 넘기고 회복 중이던 노인의 아들이 갑자기 "퇴원시키겠다"고 나섰다. 만류하는 의료진에게 알 만한 대형병원 이름을 대며 "응급실을 통해 바로 입원할 수 있도록 조치해 놨다"고 당당하게 말하길래, 주치의도 도리없이 자퇴원서를 받고 퇴원을 허락했다. 하지만 한낮에 퇴원한 노인은 늦은 밤에 타고 갔던 앰뷸런스로 다시 돌아왔고, 그 사이 상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돼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아들에게 누군가가 그렇게 하면 바로 입원할 수 있다고 잘못 조언했던 것이다. 그러나 노인은 응급실에 넘쳐나는 다른 환자에 밀려 의료진의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침대에 한번 누워 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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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외과 중환자실 간호사

전원은 내가 임의로 퇴원하고 내 맘대로 다시 병원을 골라 입원하는 게 아니다. 두 병원의 의료진이 연결돼서 치료 일관성을 유지하며 이뤄지는 것이 전원이다. 내 질병이 하루에 10%씩 치료된다고 가정하면 열흘이면 100% 완치되는데, 의료진 협조 없이 병원을 옮기면 다음날은 60%가 아닌 -100%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죄라도 지은 것처럼 "병원을 옮기고 싶다"는 말을 하기 어려워한다.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 가고 싶은 병원으로 가는 것은 환자의 기본 권리다. 환자가 더 좋은 치료를 받고 싶어서 병원을 옮기는데 말리는 의료진도 없다. 전원을 결심했다면 당당하게 말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면 된다.





김현아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외과 중환자실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