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 여성의 40% 이상이 요실금 증상이 있지만 터놓고 말하거나 병원을 찾지 않는 실정이다. ‘부끄럽다’ ‘수치스럽다’ ‘창피하다’는 이유로 병을 키우는 사람들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요실금 예방과 치료에 대해 알아야 할 사소하지만 중요한 궁금증을 고대 안산병원 비뇨기과 과장이며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홍보위원인 배재현 교수가 명쾌하게 풀어 주었다.
#1 요실금에 대한 소문들, 사실일까?
Q 요실금은 나이가 들거나 출산을 하면 피할 수 없다? No
나이가 들면 방광·요도·신장의 기능과 골반근육이 요실금이 발생하기 쉽게 변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정상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으며, 요실금이 생겨도 치료하면 치유되는 경우도 많다. 출산으로 골반근육이 손상되거나 약화되지만 출산 후 골반근육 운동을 하는 등 노력하면 얼마든지 요실금에서 벗어날 수 있다.
Q 20대지만 재채기할 때 가끔 소변이 찔끔 나온다. 이것이 요실금의 전조 증상이다? Yes
젊은 나이라도 재채기를 하거나 크게 웃을 때 등 일상 속에서 가끔씩 소변이 새어 나오는 것은 일시적인 요실금이라 할 수 있다. 그냥 두면 요실금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일시적인 요실금의 원인은 다양하다. 요로감염, 약물복용, 심부전증, 당뇨병, 심한 변비 등이 있을 때 일시적으로 요실금이 발생한다.
Q 아이를 많이 낳으면 요실금에 걸릴 확률이 높다? Yes
아이를 많이 낳으면 골반근육의 신경에 반복적인 손상을 줄 수 있어 요실금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복압성 요실금은 골반근육이 약해져 발생하는 것으로 임신, 출산과 관계가 깊다. 출산할 때 태아의 머리가 산도를 지나는 과정에서 골반근육이나 근막, 인대층이 파열된다. 파열된 조직이 충분히 재생되지 않으면 골반근육이 약해져 방광과 요도가 아래로 처진다. 이로 인해 기침이나 웃을 때 복압이 상승하면 소변이 새는 요실금 증상이 나타난다.
Q 요실금은 유전이다? No
출산이나 노화 등이 요실금 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이미 규명된 사실이다. 요실금이 유전되는지 여부에 대한 확실한 의학적 근거는 없다. 다만 방광을 자극하는 음식물을 자주 섭취하면 요실금을 악화시키는데, 가족은 음식물 섭취를 포함한 생활습관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 넓은 의미에서 가족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Q 술이나 담배는 요실금을 악화시킨다? Yes
흡연은 기침을 일으켜 복압을 증가시키며 니코틴이나 알코올은 방광을 자극해 요실금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Q 뚱뚱하면 요실금이 더 잘 생긴다? Yes
비만은 여성 요실금의 80~90%를 차지하는 복압성 요실금의 원인이다. 때문에 요실금 예방과 치료를 위해 올바른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골반근육의 긴장도를 유지시켜 요실금을 방지하고 장의 움직임을 좋게 한다. 변비가 심하면 방광을 자극해 소변을 자주 보게 되므로 변비예방에도 적극 권장한다.
Q 출산할 때 제왕절개를 하면 요실금을 막을 수 있다? No
그렇지 않다. 출산할 때 제왕절개술을 해도 이미 임신 중에 골반근육이 어느 정도 손상되기 때문에 복압성 요실금이 발생할 수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생긴다.
Q 질 성형수술을 하면 요실금을 예방한다? No
질 성형이 성문제뿐 아니라 요실금, 질염, 질건조증 등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질 성형술이 요실금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2 알쏭달쏭 요실금에 관한 사소한 궁금증 풀이
Q 요실금이 있어도 말을 못 하는 이가 많다. 요실금은 얼마나 흔한 질환인가?
요실금은 출산을 경험한 여성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이다. 요실금 증상이 있는데도 드러내지 않는 여성이 많다. 출산한 성인 여성의 경우 40% 이상이 요실금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 요실금 환자는 약 500만 명이다.
Q 요실금 진단방법은 무엇인가?
패드 테스트와 배뇨일지의 결과가 진단의 중요한 열쇠다. 배뇨일지는 요실금의 상태와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3일간 배뇨시간, 배뇨량, 배뇨를 느끼는 시간, 요실금이 생긴 시간, 요실금을 유발하는 음식이나 운동 등을 기록하는 것이다. 패드 테스트는 보통 수분 500mL를 섭취한 뒤 계단 오르기, 앉았다 일어서기, 기침하기, 흐르는 물에 손씻기 등 요실금을 발생시키는 활동을 한다. 그리고 흘러나온 소변의 양을 패드 무게를 재는 방법으로 측정한다. 통상 패드 무게가 2g 이상 증가하면 요실금이 있다고 판단한다.
Q 요실금 치료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
요실금 치료에는 비수술 요법과 수술 요법이 있다. 비수술적 요법은 바이오피드백치료, 전기자극치료, 약물요법(항콜린제 등의 약물)이다. 경우에 따라 수술적 요법을 통해 증상을 치료하는데, 최근에는 경질적 테이프 수술이 시행된다. 무엇보다 요실금 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대한 이해와 진단이 필요하다. 무조건 수술을 권장하거나 비수술적 요법만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Q 요실금이 심한 편인데 수술받기가 무섭다. 약물요법은 어떤 약을 사용하나?
원칙적으로 요실금은 약물요법만으로 완치가 어렵다. 하지만 요도괄약근의 긴장을 높여 주고 방광의 소변 저장 능력을 높여 주면 복압성 요실금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요실금의 약물치료에는 알파아드레날린 항진제, 항콜린제, 삼환계 항우울제, 에스트로겐 제제 등이 사용된다.
알파아드레날린 항진제는 요도괄약근을 긴장시켜 수축을 유발한다. 요도괄약근이 수축되면 기침을 하거나 뛰는 등 복압이 상승해도 소변이 덜 샌다. 복압성 요실금의 약 3분의 1은 과민성방광 증상을 동반한다. 이런 사람은 기침, 재채기, 운동 등 복압이 올라갈 때 소변이 샐 뿐 아니라 소변을 잘 참지 못해 소변을 흘리는 절박성 요실금 증상도 있다. 항콜린제는 방광의 수축을 억제해 소변을 좀더 참을 수 있게 해준다. 복압성 요실금과 절박성 요실금이 함께 있을 때 항콜린제를 사용하면 옷에 소변을 덜 흘리게 된다. 대다수의 항콜린제는 방광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도록 개발되었지만 눈물샘, 침샘, 소화기관, 심장 등에도 일부 작용해서 입이 마르거나 쓰고, 속이 더부룩하거나, 눈이 침침하며, 변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우울증 치료에 주로 쓰이는 삼환계 항우울제는 방광의 수축을 억제해 요실금을 줄여 주는 효과가 있다. 에스트로겐 제제도 요실금 치료제로 처방된다. 여성의 요실금은 갱년기 또는 폐경과 함께 뚜렷해지거나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감소로 질, 요도, 방광 조직이 약해지고 탄력이 떨어지며 혈액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을 투여하면 요실금 증상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 에스트로겐 제제는 경구 복용, 질내 삽입형(질정), 바르는 연고나 크림형, 피부에 붙이는 패치, 피하에 이식하는 막대형 등 다양하다. 그러나 에스트로겐의 요실금 치료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다른 치료와 함께 시행하는 보조적인 요법으로 생각한다.
Q 수술이라면 겁부터 나는데 요실금 수술은 어떻게 하나?
과거의 요실금 수술은 대수술이었지만 요즘 시행하는 경질적 테이프 수술은 그렇지 않다. 수술시간은 20분 이내이며 수술 다음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수술성공률은 90% 이상이다. 이 수술법은 그물망 모양의 인체용 합성섬유 테이프를 요도 밑에 위치시키는 것이다. 기침을 하거나 뛰는 등 배에 힘이 들어가는 상황에서도 방광과 요도가 밑으로 처질 때 불필요하게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물망은 일종의 안전망 같은 역할을 해 소변이 새는 것을 막는다.
Q 수술 후 관리는 어떻게 하나? 재발 위험은 없나?
요실금 수술 후 하루, 늦어도 2~3일 이내에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술 후 6~8주간은 수술 부위에 가벼운 통증을 느끼거나 일시적으로 빈뇨, 절박뇨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수술 후에는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고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섬유질이 많고 부드러운 음식을 섭취하면 좋다.
수술 후 최소 4주간은 과격한 운동이나 달리기, 등산, 성생활은 피하며 약 2개월간 무거운 것을 들지 않는다. 요실금 수술은 방광과 요도를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많이 처지고 움직였던 방광과 요도를 생리적인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도록 지지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만성변비나 만성기침이 있거나, 평소 배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일을 하거나, 늘 무거운 것을 들고 움직이거나, 오래 서 있거나 쭈그리고 앉는 일이 많다면 시간이 지나 골반근육은 다시 약해진다. 그 밖에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신체 변화도 재발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요실금 수술을 받았더라도 요실금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만족스러운 수술 효과를 지속할 수 있다.
Q 요실금에 좋은 식품이 있나?
좋은 식품보다는 피해야 할 식품이 많다. 너무 자극적인 음식이나 음료를 과다섭취하면 방광을 자극한다. 방광을 자극하는 음식은 알코올, 탄산음료, 커피, 우유와 유제품, 카페인 함유 제품, 토마토 함유 식품, 매운 음식, 신맛 나는 주스나 과일류, 초콜릿, 시럽, 꿀, 설탕, 인공감미료 등이다. 모두 제한한 필요는 없지만 자신의 요실금 증상을 악화시키는 특정 음식은 가능하면 조절하는 것이 현명하다.
Q 요실금 수술 후 물을 많이 마시라는 조언을 들었다. 얼마나 마셔야 하나?
식사할 때 마시는 물 외에 별도로 물을 자주 마신다. 매일 적어도 6~8잔(1~1.5L)의 물을 마시면 소변이 맑아지고 변비를 예방한다. 단 탄산음료는 방광을 자극하므로 피한다. 취침 전에 물을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밤에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자다가 소변을 보기 위해 자꾸 깨는 야간 빈뇨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하루 중 활동량이 많은 시간에 적절히 배분해 수분을 섭취하고 오후 시간에는 다리로 몰린 혈액이 심장으로 잘 순환되도록 휴식을 취하거나 다리를 마사지해 순환을 자극하면 소변 때문에 깨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수분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요실금을 악화시키므로 주의한다.
Q 요실금 예방에 변비치료가 왜 중요한가?
변비가 심하면 복압이 올라가 복압성 요실금이 나타난다. 또 장이 만성적으로 확장되어 방광을 자극하므로 소변을 더 자주 보게 된다. 그러므로 변비 치료를 병행해야 요실금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Q 요실금과 과민성방광, 방광염은 어떻게 구분하나?
우선 증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과민성방광 증상은 갑자기 소변이 참기 어려우며 화장실을 자주 가는 병이다. 요실금은 기침을 하거나 운동을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나오는 질환이다. 방광염이 있으면 대부분 과민성방광 증상이 있으나 일시적이고, 배뇨통을 동반하기에 구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방광염이나 과민성방광이 심하면 요실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세 질환의 치료법이 다르니 자신의 증상을 잘 살피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다. 비뇨기과 하면 흔히 남성을 위한 진료과라 생각하기 쉽다. 비뇨기과는 배뇨기관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으로 여성을 괴롭히는 요실금, 과민성방광, 방광염 등의 질환을 좀더 전문적으로 치료한다.
Q 남자도 요실금이 있다고 하던데, 어떤 경우에 생기나?
남성과 여성은 생식기 구조가 다르다. 남성은 출산을 겪지 않기 때문에 복압성 요실금은 거의 없다. 전립선질환이나 방광 기능이 안 좋아서 생기는 절박성 요실금이 대부분이며, 절박성 요실금은 과민성방광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과민성방광은 소변을 자꾸 신경 쓰게 되므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많이 준다. 잘못하면 소변이 흐르거나 새기 때문에, 틈만 나면 화장실을 미리 갔다 오려고 한다. 남자는 전립선 수술 후 요실금이 많이 생기는 편이라 수술 전에 미리 동의를 받는다. 남성 요실금도 수술 후 바이오피드백 치료 등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Q 남자가 요실금이 있으면 성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나?
요실금 때문에 성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 성관계를 갖기 전에 화장실을 꼭 다녀오는 강박증이 생기는 등 간접적으로 성생활을 방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