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긴급진료실
지난 4월,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긴급진료실에 응급 암환자 한 명이 실려왔다. 유방암과 투병중인 김모(53)씨가 갑작스럽게 호흡곤란을 일으킨 것이다. 유방암 말기 환자는 통상 숨이 가쁜 상태로 호흡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 긴급진료실을 찾은 김씨는 의식도 희미해진 상태로, 생사의 갈림길에 있었다. 의료진은 곧바로 혈액검사와 CT촬영을 실시했고, 혈전이 폐동맥을 막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한시라도 빨리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 김씨는 긴급진료실에 실려 온 지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밤 9시에 시작된 수술은 새벽 3시에 끝났고, 안정을 찾은 김씨는 현재 성공적인 암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암환자 전용 응급실인 긴급진료실을 운영한다. 긴급진료실은 암 수술을 받고 퇴원한 환자에게 돌발적인 문제가 발생한 경우 신속한 치료를 해 준다.
위암 수술을 받은 방모(69)씨는 지난달부터 서울아산병원 암센터에서 정기적인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방씨는 첫 항암제를 맞은 후 1주일 뒤 새벽, 갑자기 몸이 펄펄 끓었다. 방씨는 서둘러 긴급진료실을 찾았다. 의료진은 방씨의 증상을 확인한 뒤 한 시간만에 항생제를 투여했고, 그는 안정을 되찾았다. 방씨는 "치료가 더뎌졌다면 패혈증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아찔했다"고 말했다.
◆8시간 안에 치료법 결정 내려져
긴급진료실은 암과 응급의학 전문인력 및 전문 간호사 등으로 구성돼 24시간 운영된다. 암환자가 일반 응급실에 가면 해당 암에 맞는 전문의를 호출해야 하고, 일반 응급 환자들과 뒤섞여 순서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길다. 서울아산병원 긴급진료실은 암과 응급의학 전문의가 언제나 상주한다. 긴급진료실 전용 엘리베이터도 갖췄다. 응급 암환자가 도착하면 8시간 안에 치료 방법에 대한 모든 결정이 내려진다. 일반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응급실 평균 체류 시간은 30시간 이상이지만, 이 병원 긴급진료실의 암환자는 평균 28시간이면 모든 치료를 마친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유창식 교수는 "긴급진료실에 있는 환자를 위해 종양내과와 혈액내과 교수들이 오전·오후 정기적인 회진을 돌고 있다"며 "이런 시스템 덕분에 긴급진료실을 찾은 암환자의 진료 흐름이 빨라져 아무리 길어도 72시간 이내에 필요한 치료가 모두 끝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