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암센터

난치성 간암 생존 기간 늘리고 위암수술 세계 최다 교수 포진… 동양인 항암제 임상시험 주도

"아시아의 암 환자는 아시아에서 치료하겠다."

지금까지 암 치료 가이드라인은 서양인에게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유전자 연구 등을 통해 동양인과 서양인은 암 세포 특징, 항암제 감수성, 부작용 등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세브란스암센터는 이런 차이를 바탕으로 한국을 비롯한 동양인의 암 치료에 앞장서고 있다.

세브란스암센터 정현철 원장은 "한국은 손 기술이 좋고 외과가 강해 직장암, 위암 등 주요 암의 수술성적이 의료 선진국인 미국·영국과 비슷하거나 앞선다"며 "세브란스암센터는 여기에 유전적인 특성을 고려한 아시아 신약 임상시험을 주도하고, 최첨단 암 치료의 리더로서 아시아 의사들에게 교육·훈련을 제공하면서 동양인 암 정복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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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암센터가 아시아 암환자의 치료를 선도하고 있다. 항암제 등의 신약에 대한 아시아 임상시험을 주도하고, 아시아 의사에게 로봇수술, 토모테라피 등 최첨단 장비를 이용한 치료 기술을 교육한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암 치료 성적 미국·영국보다 우수

한광협 교수가 이끄는 세브란스암센터 간암전문클리닉은 난치성 간암 환자의 신치료법을 개발했다. 한광협 교수는 진행이 많이 돼 수술하기 어려운 간암환자의 간동맥에 항암제를 주입하고, 이와 동시에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국소적방사선항암동시요법'을 개발해 난치성 간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크게 늘렸다. 이 치료법은 미국의 저명한 의학교과서에 실렸고, 현재 난치성 간암환자를 위한 주요 치료법으로 인용된다. 한 교수팀은 간암 조기발견율을 높이기 위해 세계 최초로 '간암예측모형'을 개발해 국제특허 출원을 했다.

직장암의 수술 성적은 미국이나 영국보다 좋다. 세브란스암센터의 직장암 5년 생존율은 73.9%로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 암센터의 직장암 5년 생존율 69.6%, 세계적인 직장암 권위자 빌 힐드 교수가 있는 영국 노스햄프셔병원의 61.6%보다 높다. 대장암전문클리닉 김남규 교수는 "최근에는 전체 직장암의 60~70%를 복강경이나 로봇수술 등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로 시행한다"며 "수술 범위가 작아지면서 성기능과 항문기능 등이 좋아져 환자의 삶의 질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위암전문클리닉의 노성훈 교수는 현재 진료 일선에 있는 전세계 모든 의사 중 위암 수술을 가장 많이 했다. 27년 간 8000건 이상의 위암이 그의 손에 의해 치료됐다. 수술 사망률 0.45%, 5년 생존률 76.6%라는 수술 성적도 세계 톱 수준이다. 위암 수술 사망률은 5%, 5년 생존률이 60% 정도가 일반적이다. 그는 수술칼 대신 전기소작기를 사용해서 절개할 때의 출혈을 줄이고 수술 시간을 단축하는 수술기법을 개발했다. 이 기법은 1996년 국제 표준 치료 지침으로 인정됐다.

동양인의 폐암은 발생 원인이나 암 세포의 특징 등이 서양인과 차이가 있지만, 예전에는 동양인을 위한 치료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2009년 세브란스암센터 폐암전문클리닉 조병철 교수를 중심으로 홍콩, 대만, 싱가폴 등 각국 전문가들이 모여 폐암의 8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의 동양인 1차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수술 로봇 다빈치 국내 최초 도입

세브란스암센터는 최신 암치료 장비가 개발되면 발빠르게 도입하고 다양한 치료에 적용한다. 그리고, 새로운 수술기법을 아시아 각국의 의료진에게 가르친다. 2005년에는 국내 최초로 수술용 로봇 '다빈치'를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아시아 최초로 로봇수술 5000건을 돌파했다. 세브란스암센터는 위암, 갑상선암, 두경부암 등 다양한 암에 로봇수술을 적용했다. 위암 등의 로봇수술법은 다빈치 제작사인 인튜이티브 서지컬에 의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됐다. 2008년에는 아시아 유일의 다빈치 트레이닝센터로 지정됐으며, 이후 현재까지 미국, 일본, 중국 등 14개국의 242명과 국내 196명의 의료진이 연수받았다.

여러 곳에 재발한 암덩어리를 한 번에 방사선을 쏘아 치료하는 의료장비인 토모테라피도 세브란스암센터가 2006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도입했다. 그 뒤 6년만에 6246명의 환자가 치료받았다. 세브란스암센터는 두경부암, 전립선암 등 다양한 암에 토모테라피를 응용하면서 2009년부터 미국의 이 장비 제작사와 함께 토모테라피를 이용한 암치료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토모테라피 교육센터로 지정됐다. 아시아의 어느 병원이든 토모테라피를 도입하면 세브란스암센터에 와서 치료기술을 배워가야 한다.


아시아 항암제 임상시험 주도

세브란스암센터는 아시아 지역의 항암제 임상시험도 주도하고 있다. 최근 항암제 등 신약개발 과정에서 인종간 차이에 대한 연구를 필수적으로 시행한다. 한국에서는 세브란스암센터가 신약 임상연구의 대표기관이다. 2009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약제 임상연구 진행에 대한 실사를 받고 최고 등급('지적할 문제가 없음')을 받았다. 국내에 공급되지 않는 항암제를 미국국립암연구소(NCI)에서 직접 공급받아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최근에는 미국 샌디에고 암센터와 공동으로 암환자의 신생혈관생성 억제제에 대한 첫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