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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따라잡기①] 응급실에 대한 오해-"정 안되면 응급실로 가지 뭐"
헬스조선 편집팀 | 기고자=한강성심병원 외과중환자실 김현아 간호사
입력 2011/08/18 09:08
"정 안되면 응급실로 가지 뭐"
기다리지 않고 보다 빨리 입원을 하려면 응급실을 통해 들어 오는게 정석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응급실은 말 그대로 ‘응급실’이다. 만일, 밤 늦게 어떤 가벼운 질환이 찾아 온다면 필자는 되도록이면 아침까지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다. 약이라도 한알 처방 받겠다고 무턱대고 응급실을 찾았다간 잘못하면 비싼 응급의료관리료 전액 본인 부담과 가산료등으로 진료도 보기전에 5만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응급의료관리료 산정대상은 응급증상과 준응급증상인 경우에만 의료보험이 가능하도록 정해졌으며 이러한 제도는 응급증상이 아닌 감기나 가벼운 질환으로 응급실을 방문해 실제 생사를 다투는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응급실의 기능을 방해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말하는 응급증상이란 바로 치료 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게 되는 증상 <급성의식장애, 급성신경학적 이상, 구토ㆍ의식장애 등의 증상이 있는 두부 손상이나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증상, 급성호흡곤란, 심장질환으로 인한 급성 흉통, 심계항진, 심장 박동이상 및 쇼크 또는 심한 탈수, 약물ㆍ알콜 또는 기타 물질의 과다복용이나 중독, 급성대사장애(간부전ㆍ신부전ㆍ당뇨병 등)와 개복술을 요하는 급성복증(급성복막염ㆍ장폐색증ㆍ급성췌장염 등 중한 경우에 한함), 광범위한 화상(외부신체 표면적의 18% 이상), 관통상, 개방성ㆍ다발성 골절 또는 대퇴부 척추의 골절, 사지를 절단할 우려가 있는 혈관 손상, 전신마취하에 응급수술을 요하는 증상, 다발성 외상, 계속되는 각혈, 지혈이 안되는 출혈, 급성 위장관 출혈, 화학물질에 의한 눈의 손상, 급성 시력 소실, 얼굴 부종을 동반한 알러지 반응, 소아 경련성 장애,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정신장애> 등을 말한다.
준응급 증상이란 응급증상에 비해 경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응급증상으로 격상되는 증상 <의식장애, 현훈, 호흡곤란, 과호흡, 화상, 급성복증을 포함한 배의 전반적인 이상증상, 골절ㆍ외상 또는 탈골, 응급수술을 요하는 증상, 배뇨장애, 혈관손상으로 인한 소아 경련, 38℃ 이상인 소아 고열(공휴일ㆍ야간 등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기 어려운 때에 8세 이하의 소아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분만 또는 성폭력으로 인하여 산부인과적 검사 또는 처치가 필요한 증상, 귀ㆍ눈ㆍ코ㆍ항문 등에 이물이 들어가 제거술이 필요한 환자> 등을 말한다.
만약 위의 응급이나 준응급 증상에 속한다면 당연히 잠시도 망설이지 말고 가까운 응급실로 향해야 한다. 그리고 이때 주의할 것 하나, 만약 다른 병원을 경유해 오는 경우, 큰 병원을 권유받고 오는 길이라면 다른 건 몰라도 소견서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소견서는 짧은 시간동안 생사를 다투는 응급실에서 불필요한 질문 없이 환자의 상태를 신속히 파악하는 '일등공신'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만성 질환(고혈압, 당뇨, 신질환등)을 앓고 있었다면 평소에 복용하는 약이나 처방전을, 혹은 어떤약을 한 꺼번에 과량 복용 했을 경우에는 빈 약봉지라도 들고 오는게 조금이나마 생존율을 높일수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때론 응급실 진료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오자마자 접수부터 하라는 직원의 말에 병원이 생명보다 돈을 더 밝힌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심폐소생술을 하는 긴박한 상황이 아니면 접수를 먼저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접수를 해야 전산에 이름이 뜨고 차트를 만들 수 있다.그리고 차트가 만들어져야만 필요한 처방을 하고 검사를 할수 있는 것이다. 거의 모든 병원 시스템이 그렇다. 그러니 응급실에 올 때마다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
만일 응급이나 준응급도 아니고 돈도 넉넉해서 꼭 지금 진료를 봐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사람이 있다면 ‘진짜’ 응급환자에게 쓸 수 있는 여유분의 시간도 함께 가져가길 바란다. 만약 이런 ‘진짜’ 응급환자를 만난다면 처치가 끝날 때까지 아침이 되도록 고스란히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응급실은 오는 순서대로 진료를 봐주는 진료소가 아니다. 응급실의 진료도 엄연한 순서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얼마전 밤 늦게 설겆이를 하다 깨진 유리그릇에 베어 필자가 다니는 병원 응급실에서 오른손가락 네 번째와 새끼 손가락 사이를 10바늘 넘게 꿰 맨적이 있다. 뼈까지 다 보일 정도로 심하게 베었지만 다행히 동맥과 신경은 무사히 비껴나가 출혈량은 거의 없었다. 만약 동맥이 끊겼다면 감당할수 없는 출혈이 있었을테고 분명 응급실 진료 1순위가 되었을테지만 무사한 동맥을 들여다 보며(?) 1시간 넘게 기쁜 마음으로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 기억하자.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수 있다면 모를까, 응급실은 정말 ‘응급’ 환자만 가야 하는 곳임을‥